이 시집의 화자는 불온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소년과 같다. 그는 금기를 깨뜨리는 자라기보다 애당초 금기가 없는 세계에서 온 자아이며, 자신의 위상을 사회 질서 안에 위치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년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들에는 명상적인 잠언이나 교훈적인 제스처, 알레고리를 통한 시적 깨달음이 없다. 그보다 흥얼거리는 듯한 운율과 절제된 언어, 환상, 욕망의 투명한 부유 등이 자유롭게 그러나 일정한 방향을 가진 채 흐른다. 그 방향은 새로운 길을 내는 도도한 흐름이라기보다 꽉 막힌 공간에서 터질 듯한 수압에 의해 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강력한 반발의 흐름이다.
[시인의 산문]
말의 여러 국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식물성. 새로운 세기는 식물성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세기가 될 것이다. 나무들이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괴롭고, 지쳐 있는 몸. 여전히 불쌍하다.
▨ 시인의 말
서시
I. 길, 스팀
초대
환멸을 위하여
벌레
정화된 오후 1
일요일
위치 선정과 위치 에너지
귀고리의 신비
추억의 모양을 부순다
어느 땅, 어느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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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이월
밀회
月印千江
소각장에서
4월
미이라
검은 구멍은 그다지 검지 않다
길, 스팀
등 뒤
펄럭이는 그림자
II. 여름, 장마
두비누슈카
어느 날
긴자꼬 미쓰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여름, 장마
幻生, 혹은 죽음에 이르는 병
푸른 큰 쓰레기통의 뜻을 지나며 묻는 새벽
사랑 노래
날티-푸슈킨, 릴케, etc.
바다새는 바람을 이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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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시켜본 오르페의 신화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III. 지도, 가을
불러내기
가을, 지는 낙엽
방파제
전갈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색소폰/오렌지
지도, 가을
할아비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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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편견
목소리는 사라지고
전통의 힘
밀도의 얼룩
쇼핑 갔다 오십니까?
IV. 겨울, 어지럼증
꽃
우리는 제천역에서 오 분 간을 쉬었다
별곡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겨울, 어지럼증
검은 새 타고
마더 스크린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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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노래
황혼
눈 속의 폐차
말에 관한 두 가지 체험
내릴실 문은 없습니다
점근적 자유
울산행
정화된 오후 2
▨ 해설 · 푸른 쓰레기통 속의 시 – 김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