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윤리적 교훈적 차원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아동 문학 이론의 개념이나 범위를 전면적으로 뒤집어서 ‘아동’ 문학에서 아동 ‘문학’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연구서.
[머리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
1997년 8월, 나는 서울에서 열린 세계아동문학대회에 참석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한국의 동료들을 알게 되었고 아동 도서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아동 문학에 대해 기울여지는 큰 관심과 주목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동 문학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우리 쪽과 그쪽에 많은 차이가 있음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현대 서구 아동 문학에 대한 내 연구가 한국의 아동 문학 학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나의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는 것을 계기로, 서양과 동양의 아동 문학 작가와 학자들 사이에 대화가 시작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의 유익을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울 점이 많을 것입니다.
– 1998년 4월 스톡홀름에서, 마리아 니콜라예바
[편집인 서문
아동 문학과 아동 문화의 독자적 연구를 더 넓히기 위해 ‘아동 문학과 문화’ 시리즈는 개별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에 대한 연구, 여러 시기에 대한 역사적 연구, 장르 분석 그리고 문학과 매스 미디어에 대한 비교 연구 등을 포함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국제적인 범위로, 여러 학문 분야의 방법론에 포커스를 맞춰 아동 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도록 고무하고 있다.
아동 문학과 문화는, 아동이라는 용어를 아동기에서부터 후기 청소년기까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아동기라는 개념은 아동 문학의 발원에서부터 너무나 많이 바뀌어왔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특히 아동 문화의 변화와, 그것이 어떻게 아동들의 사회화와 아동에 대한 묘사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 시리즈는 아동 문학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동을 위한 라디오·영화·텔레비전과 미술을 다루는 연구들도 아동 문화의 미학성과 가치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포함된다.
지난 오십 년 간 아동 문화에서는 중대한 변화뿐만 아니라, 이런 변화들을 다루는 급진적인 학풍이 있어왔다. 이런 점에서, ‘아동 문학과 문화’ 시리즈는 이 분야의 연구를 고취시키고 동시에 전세계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학문적 업적을 함께 가져올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동 문학과 문화’ 시리즈 총편집인, 잭 자이프스
[저자 서문]
이 책에서 전개되는 생각들은 대부분 스웨덴 학회지와 국제 학회지, 그리고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과 평론들에 담았던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미 출판되었던 논문들을 모은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 많은 논문들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미처 몰랐다.
아동 문학에 대한 내 일반적 접근과, 텍스트들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준 이론들은 아주 많다. 무엇보다도 나는 유리 로트만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타르투 대학에서 그의 강의를 듣지도 않았고, 1988년에 그가 스톡홀름을 방문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었지만, 나 자신을 그의 제자 중의 하나로 내세우는 것을 행복하게 여긴다. 그의 책에 나타난 사고의 반경과 그의 학파의 업적들, 그의 이론과 조사 모델들은 나의 이론을 형성시켜주었고, 나는 그 점을 여기서 기쁘게 밝히겠다. 스톡홀름에서의 로트만의 강의는 내게 값진 사상들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내 책이 뚜렷이 취하고 있는 기호학적 접근 방법의 토대가 되었다.
많은 인문학 연구처럼 이 책도 여러 다른 입장을 가진 모임들 사이의 대화와 그런 대화 이후 일어난 생각들의 산물이다. 따라서 나는 그런 토론을 낳게 해준 스웨덴과 다른 나라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잉 토이저-닐손, 리그모어 그란룬트-린트, 크리스틴 할베르크, 뵐 웨스틴, 울프 뵈트우스, 카리나 리드스트룀, 앤드루 카손, 토르스텐 뢰너슈트란트, 가브리엘라 아마손, 제인 요한손 그리고 스톡홀름 대학 아동 문학 코스의 고급 세미나 참가자들. 국제아동학회의 동료들, 특히 론다 번버리, 너무나 마음이 잘 통하는 동료들인 토니 왓킨스, 마리솔 도라오, 윌리엄 뫼비우스, 카렌 호일, 낸시 휴스, 산드라 베케트, 존 스티븐스, 자니나 올로프, 빈카스 오릴라 그리고 케스티투스 우르바. 특히 스칸디나비아 최초의 아동 문학 교수인 비비 에드스트룀에게 감사한다. 그녀의 격려와 충고는 말할 수 없이 소중했다. 스웨덴의 아동도서연구소, 그 소장인 소니아 스벤손과 훌륭한 사서 레나 퇴른크비스트와 세실리아 외스트룬트, 스톡홀름 대학 도서관의 미르타 베르트슈트란트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스톡홀름 대학의 내 아동 문학 강의에 참석했던 모든 학생들, 그리고 핀란드와 영국과 리투아니아와 미국과 호주에서 내 강의에 온 많은 학생들도 기억하고 싶다. 그들은 예리한 질문과 끝없는 의심으로 내 생각에 자극을 주었다.
나는 기호학연구회의 노르딕 분과에서 1992년 마련한 룬트 기호학 여름 학회에서 많은 값진 생각을 얻었다. 풀브라이트 재단은 내가 미국 매사추세츠 암허스트 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도록 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미국의 아동 문학에 대한 정말 중요한 생각을 얻게 되었다.
물론 나는 수많은 작가들에게 충심으로 감사드려야 한다. 그들은 그들의 책뿐 아니라 개인적인 접촉과 편지를 통해 나를 고무했다. 모두를 기억하고 싶지만 특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군넬 린데, 마리아 그리페, 이르멜린 산드만 릴리우스, 에이단 챔버스, 알란 가너, 로이드 알렉산더 그리고 노튼 저스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또 논문을 쓰도록 나를 격려한 편집인들도 기억해야 한다. 『옵시스 칼롭시스Opsis Kalopsis』의 브리기타 프란손, 『바른보켄Barnboken』의 레나 카렐란트, 『데츠카야 리테라투라Detskaya Literatura』의 파벨 프렌켈, 『마블스 앤드 테일스Marvels and Tales』의 자크 바르실론, 『캐나다 아동 문학Canadian Chidren? Literature』의 메리 루비오.
물론 잭 자이프스도 기억한다. 그는 내게 이 책을 시리즈 첫 권으로 쓰도록 격려해주었으며, 그의 논평은 내게 결정적인 가이드라인이었다.
내 영어를 손질해준 찰스 러글에게 따뜻한 감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내 가족들 특히 남편 스타판 스콧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는 이 책의 수많은 교정본을 참을성 있게 읽어주었다. 1982년에 태어난 내 딸 줄리아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그저 싱거운 이론으로만 남아 있었을 것이다.
– 스톡홀름에서, 마리아 니콜라예바
[옮긴이의 말]
동화를 쓰고, 번역하고, 연구하는 일을 해오면서 내가 가졌던 가장 큰 불만은 동화가 진지한 문학의 장르로 취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저 “어린이에게 꿈과 사랑과 희망을”이었고, 도덕적·윤리적·교훈적 차원만 강조될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동화가 그 이상의 문학, 어쩌면 최상의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노발리스는 “동화는 문학의 경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동화의 어떤 점이 그런가, 그런 동화로는 어떤 작품이 있는가를 나는 밝혀보고 싶었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아동 문학 연구서는 너무나 빈약한 실정이었다. 아직도 수십 년 전 책인 릴리안 스미스의 『아동 문학론』이나 아자르의 『책·어린이·어른』이 고작이라니. 이건 나뿐만 아니라 아동 문학을 문학으로 연구해보고 싶어하는 다른 동료, 후배들의 갈증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1996년 가을,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석 달을 보낸 아이오와 대학의 도서관에서 만났다. 아동 문학 관련 서가를 뒤져서 골라낸 수십 권의 책 중 번역하고 싶은 상대를 정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용의 아이들』은 다른 연구서들처럼 아동 문학만의 폐쇄적인 장르적·문학사적 관점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학을 위시해서 여러 분야의 현대 ‘성인’ 문학 이론을 종횡 무진 구사하여 아동 문학의 문학성을 입증하고 있었다. 걸음마도 제대로 못 하는 처지에 날아다니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 현기증이 날 정도였지만, 나는 이 책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읽고 싶었다.
번역하는 데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는 문학 이론 용어였다. 최대한 관련 서적들을 참고하면서 이미 번역된 용어들과 통일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새로운 용어라든가 기존의 용어들이 통일되지 않았다든가 말이 너무 어렵다 싶은 경우에는 내 나름대로 다듬어보았다. 일일이 각주를 달아 충분히 설명을 했어야 했지만, 거기까지는 힘이 닿지 못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예거된 책의 제목들이었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현대 동화들이 대부분인지라 어떻게 옮겨야 할지 난감한 제목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Red Shift 같은 것이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운 좋게도 저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1997년 여름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아동문학대회에 참가한 니콜라예바 교수를 만났던 것이다. 든든한 몸집에 수수한 차림으로 푸근한 동네 아주머니 같았던 그는, 동화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분석과 미래 지향적인 통찰력을 보여줌으로써 참가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평을 받았었다.
이 책의 원제는 Children’s Literature Comes of Age이다. ‘성숙기의 아동 문학’ 정도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딱딱하고 어려운 문학 이론서라기보다는 재미있으면서 신선하게 읽힐 수 있는 교양서로 독자에게 다가가기를 원했고, 그래서 제목을 ‘용의 아이들’로 바꾸었다. 니콜라예바 교수는 “beautiful”이라는 의견을 보내주었다. 자신이 용띠라 용에 대한 감정이 각별하다면서.
– 1998년 4월, 김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