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깊이 읽기

하응백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8년 10월 15일 | ISBN 9788932010014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32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이 책은 제1부 ‘창고(倉庫) 없는 삶’과 제2부 ‘거듭남의 미학,’ 그리고 제3부는 황동규에 대한 자료와 연보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극서정시’라 불리는 독창적인 시세계의 구축을 위한 변화 과정과 시인 황동규의, 엄격하면서도 넉넉한, 진면목을 보여준다.

[책을 내면서]

황동규는 1958년 「시월」 「동백나무」 「즐거운 편지」 등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니, 그 햇수가 올해로 꼭 40년이 된다. 시작(詩作) 40년이란 짧은 성상(星霜)이라 할 수 없지만, 그 시력(詩歷)만이 금강(金剛)의 빛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는 40년 동안 외길로 시를 썼다. 그는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시의 불빛을 따라 그 길만을 걸었다.

황동규는 반역의 시인이고, 변화의 시인이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앞서서 반역했고, 앞서서 변화했다. 엘리엇식으로 말하면 반역은 새로운 전통이 되며, 그 전통은 자신에 의해 부단히 갱신되어야 한다. 황동규가 변화를 통한 거듭남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한 시의 방향성에는 늘 황동규 특유의 감수성과 지성이 함께 숨쉬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황동규 시의 추동력은 시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비롯한다. 황동규 시인이 “내 마지막 기쁨은/시(詩)의 액셀러레이터 밟고 또 밟아/시계(視界) 좁아질 만큼 내리밟아/한 무리 환한 참단풍에 눈이 열려/벨트 맨 채 한계령 절벽 너머로/환한 다이빙”(「풍장 36」)이라고 노래한 것은 공연한 수사가 아니다. 그의 최고의 기쁨은 시쓰기이다.

황동규는 여행의 시인이다. 황동규에게 그 여행은 일상의 이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작(詩作)의 방법론적인 긴장이다. 그 긴장이 우리 시사(詩史)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14년 동안의 70편의 연작 『풍장』을 낳기도 했다. 『풍장』은 죽음과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그 죽음을 넘어선 환한 삶과의 만남이다. 그 만남에서 우리는 자유를 본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우연도 운명적인 필연일 수 있고, 필연도 우연의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 있다.

어느 봄날 벚꽃이 이형기의 「낙화」처럼 떨어지던 대학 교정에서, 나는 처음으로 베레모에 프렌치 코트로 멋을 낸 황순원 선생을 뵈었다. 아마도 당시 나에게 그분은 신화 같은 존재였으리라. 그 존재의 그늘에서 나는 문학을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게 평론가란 타이틀이 주어졌을 때, 소설 쪽에만 관심을 두었다. 시는 분석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닌, 내 문학의 순수한 숨구멍으로 두고 싶었다.

황동규 시인의 『미시령 큰바람』 해설을 쓴 이후로 나는 시를 조금이나마 가깝게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시를 두고 ‘숨구멍’ 운운한 것은 ‘소설 읽기도 바쁜데 언제 시까지’라는 게으름 때문이었거나, 무지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동규 시인은 내 문학의 안내자이자 또 한 분의 스승이다.

『황동규 시전집』과 함께 간행되는 이 책은 대담과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 황동규 시에 대한 대표적인 비평, 동료나 후학들의 인상기, 시인의 기행 일기 등으로 꾸며져 있다. 제2부의 비평들은 황동규 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익숙한 글들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한 시기 혹은 한 시집에 치우치지 않게 선택되었다. 원고 재수록을 허락해주신 분과 새 원고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황동규 시의 안내서 구실을 할 수 있다면, 이 ‘조그만 사랑 노래’는 그 소임을 다할 것이다.

– 1998년 3월, 하응백

작가 소개

하응백 엮음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 평론 「부권 상실의 시대, 그 소설적 변주」가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계간 『문예중앙』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저서로 『김남천 문학 연구』 『문학으로 가는 길』, 편저로 『강의실에서 읽는 여성주의 소설』 『황동규 깊이 읽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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