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불행한 아이

유니게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4년 11월 27일 | ISBN 9788932043432

사양 변형판 145x210 · 180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찬을 만나기 전,
달아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했다는 동질감
나보다 불쌍한 아이가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남의 불행을 위로하며 스스로 위로받는 알 수 없는 마음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절묘하게 그려낸 공감과 치유의 이야기


남의 불행을 위로하며 스스로 위로받는 마음은 나쁜 것일까. 삶에서 맞닥뜨리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탁월하게 포착하여 공감과 치유의 이야기로 그려낸 유니게의 장편소설 『나보다 불행한 아이』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엄마 아빠를 한꺼번에 잃고 홀로 된 친구를 내버려 둘 수 없는 소녀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원 테이블 식당』에 이어, 인공지능을 소재로 갈등 없이 완벽하기만 한 인간관계가 정말 좋은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50일간의 썸머』 이후 3년 만에 출간하는 여섯번째 성장소설이다. 그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예민하고도 혼란한 심리를 간결한 문장과 재치 넘치는 표현, 따뜻한 감성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는 작가 유니게는 이번 작품에서 더욱 성숙하게 무르익은 재능으로 ‘남의 불행을 보고 위로받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나보다 불행한 아이』의 주인공인 ‘달아’와 ‘찬’은 기구한 사연을 가진 중학생 아이들이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달아는 새아빠가 떠난 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무기력한 엄마와 아빠가 다른 어린 남동생을 돌보며 일찍 철이 든 아이로, 자신의 결핍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새침하고 당돌하게 행동한다. 찬 또한 어릴 적 교회 앞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로 따뜻하고 자상한 부모님의 돌봄 아래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또다시 버림받을까 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캐릭터다. 두 아이의 공통점은 각자가 처한 불우한 환경을 학교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교회에서 만난 두 아이는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고, 비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 누구에게도 가져보지 못한 특별한 동질감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달아는 찬을 만나기 전까지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억울하다고 여겼는데 자신보다 불쌍한 아이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자신은 아빠 얼굴만 모르지만 부모님이 누구인지 얼굴조차 모르는 찬을 위로하며 이상하게도 자신이 위로받는 느낌을 갖는다.
소설은 달아와 찬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이 처한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아이들의 심리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외적인 조건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러한 노력 자체가 사실은 거기 얽매여 있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달아가 찬에게 갖는 감정인 ‘나보다 불쌍한 아이’를 보는 듯한 마음은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착한 소녀에서 벗어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부모님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며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한 번도 부끄럽게 여겨본 적 없다고 생각했던 찬이 형과의 갈등을 겪으며 자신이야말로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해왔음을 깨닫게 되는 대목은, 그 결핍과 결함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이야말로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새삼 일깨워준다.
소설은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불안정하고 서툴기 짝이 없는 청소년기 아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결핍과 결함이라는 주제를 작가 특유의 재치와 발랄함으로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려내며, 그러한 결핍과 결함이 어쩌면 크나큰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공감 어린 시선으로 따뜻하게 펼쳐 보인다. 앞으로도 아이들은 살아가는 내내 불안과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으로 용기 있게 나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컴퍼스의 중심축”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응원이면 족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달아는 여느 보통의 아이들처럼 보이고 싶었다. 사랑과 보살핌을 충분히 받고 자란 아이로 보이고 싶었다. 어둡고 우울하고 초라하고 불행한 것은 모조리 감추고 싶었다. 그래서 진짜 달아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없었다. 어쩌면 달아는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달아는 단 한 사람, 성찬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진짜 달아를 보여줄 수 없었다.” (135쪽)


세렌디피타스, 뜻밖의 행운!

이 책에서 작가 유니게는 “어둡고 우울하고 초라하고 불행한 것은 모조리 감추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흥미롭게 그려내며, 부족하고 모자란 점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아이들의 성장담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으로 펼쳐 보인다. 소설은 달아와 찬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가 예기치 못한 갈등과 이별을 겪은 후 화해의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성장통을 담고 있지만, 그 성장은 비단 두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의 이별 후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무기력하게 알코올에만 의존해온 달아의 ‘엄마’는 비로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한 엄마 대신 달아와 유지를 잠시 맡아 키우게 된 ‘할머니’는 평생 해본 적 없는 고된 나날을 보내지만,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동안 자신에게 붙어 있던 위선이나 체면, 상처받은 자존심 같은 불순물이 떨어져 나가고 남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 진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입양아인 찬이 부모님의 친아들인 형을 계속 의식해왔던 것처럼 ‘형’도 모범생인 찬을 의식하고 비교하며 반항심을 키워온 장면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찬과 마찬가지로 형 또한 긴 방황을 끝내고 훌쩍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달아와 찬과 더불어 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흐뭇한 감정을 선사하며 작품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달아의 남동생인 ‘유지’의 세상 모를 귀여움은 작품에 매력을 한층 더해주는 덤이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소설이 내가 쓴 어느 소설보다도 좋은 소설이 될 것 같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울고 웃으며 재미와 공감, 진한 감동까지 버무려진 이 작품은 삶에 속고 지친 독자들에게도 ‘뜻밖의 행운’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 책 속으로

교회의 베이비박스 안에 버려져 있던 아이.
달아는 아빠 얼굴만 모르지만, 찬은 부모의 얼굴을 모두 모른다. 달아는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불쌍한 아이도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게다가 학교에서 만난 찬은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모범생이었다. 또 달아가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찬이 버려진 아이라는 것도 아무도 몰랐다. 달아는 찬과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었다. (48쪽)

그 사건을 계기로 둘은 부쩍 가까워졌다. 찬도 달아도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찬은 달아에게, 달아는 찬에게 할 수 있었다.
찬은 달아의 아빠와 유지의 아빠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아빠가 집을 떠난 이야기도, 그 후로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달아는 찬이 새로 생긴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행복을 잃게 될까 봐 불안해한다는 것도.
“나도 그 기분을 알 것 같아. 새아빠랑 살면서 늘 그런 기분을 느꼈거든.”
달아는 찬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달아는 찬을 위로하면서 이상하게도 자신이 위로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50~51쪽)

달아의 새하얀 운동화가 떠올랐다. 학교에서 본 달아의 모습이 그 운동화 같았다. 아주 공을 들여 표백제로 모든 얼룩을 제거한 것 같은. 그래서 한 번도 진흙탕에 빠져본 적 없는 것처럼 밝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다시 교회에서 달아를 만났을 때, 그 애는 이전보다 부드러운 태도로 찬을 대했다. 처음 교회에서 만났던 차갑고 도도한 달아와 학교에서 본 밝고 유쾌한 달아, 그 사이 어느 지점에 진짜 그 애가 있을 것 같았다. (54쪽)

형이 돌아온 후로 찬의 마음속에서는 늘 두 마음이 싸웠다. 형이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그렇게 쉽게 형을 용서하고 환영하는 부모님의 태도가 원망스러운 마음. 형이 없는 동안 가슴 졸이며 눈치를 살피던 찬의 수고와 고통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찬은 이상한 배신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형만큼이나 찬, 자신이 낯설었다. 나에게 추악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를 버린 친부모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엄습했다. (115쪽)

그런데 어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에서 달아는 자신의 모습을 흘낏 본 것만 같았다.
언제나 하얗게 빨아 신던 운동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쾌활함을 가장했던 웃음.
자신만만한 척, 도도한 척, 당당한 척하면서 한없이 졸아 있던 마음.
어쩌면 달아도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달아는 단 한 사람, 성찬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진짜 달아를 보여줄 수 없었다.
찬!
찬의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잊고 있던, 멀리멀리 도망쳐 와서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다시 달아를 공격해왔다. (134~135쪽)

형의 말이 맞았다. 찬은 사랑이 무조건적으로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다고 해도 그건 찬 같은 입양아가 바랄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찬의 무의식 속에는 그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찬은 계속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여야만 했다. 찬은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불안했다.
찬은 다시 천천히 패들을 젓기 시작했다. 마침내 종착지가 보였다. 그곳에 엄마와 아빠가 찬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옆에 비스듬히 서 있는 형의 모습도 보였다.
형은 부모님을 믿었고, 나는 부모님을 믿지 못했다. 형과 나에 대한 부모님의 마음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에 대한 나의 마음도 달랐던 걸까. (157~158쪽)

잠자리에 누워 잠시 엄마 생각을 했다. 달아는 엄마가 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누워 있지도 않고, 술을 마시지도 않기를 기도했던 일이 생각났다. 엄마는 정말로 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누워 있지도 않고,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이전에 교회 목사님은 성도는 늘 ‘감사의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아는 감사할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감사의 기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하나님도 거짓말로 기도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 같았다.
달아는 그날 밤 처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했다. 지금껏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했던 엄마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에 대해서. (165~166쪽)

목차

■ 차례

1장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가 있다
1. 찬 | 2. 달아 | 3. 찬

2장 행복은 열린 문 사이로 새처럼 날아가버렸다
4. 달아 | 5. 찬 | 6. 달아 | 7. 찬 | 8. 달아 | 9. 찬 | 10. 달아 |
11. 찬 | 12. 달아 | 13. 찬 | 14. 달아 | 15. 찬 | 16. 달아 | 17. 찬

3장 세렌디피타스
18. 달아 | 19. 찬 | 20. 달아 | 21. 찬 | 22. 달아 | 23. 찬 |
24. 할머니 | 25. 찬 | 26. 달아

4장 처음부터 이곳에 도달하기로 되어 있던 것처럼
27. 찬과 달아 | 28. 달아와 찬 | 29. 찬 | 30. 달아 | 31. 찬 | 32. 달아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유니게 지음

서울에서 태어나 영문학을 전공했다.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우리는 가족일까』 『그 애를 만나다』 『원 테이블 식당』 『내 이름은 스텔라』 『50일간의 썸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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