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작고 깊은 마음을 길어 올리는
세 편의 따뜻한 이야기
■ 추천사
매운 세계에서 참 순한 동화를 만났다. 이 책은 어른을 위로하려고 순한 것이 아니라 어린이를 보듬기 위해서 순하다. 신현이 작가의 동화에는 잠자리 날개 한 장만큼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잘못조차 그들에게는 바위처럼 무겁다. 하지만 작가는 어린이에게 무조건 천사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작품 속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후회할 일을 저지르고 그 후회를 디디고 자라난다. 분주한 세상은 조금도 몰라주는 성장의 한숨을 이 동화의 문장들은 느낀다. 소용돌이치는 어린이 마음의 연못 밑바닥까지 쑤욱 깊게 내려가는 동화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안도하면서 읽을 수 있는 나직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고민의 깊이를 헤아려 봤나요?
단정하고 정갈한 언어로 우리 곁의 어린이들을 맑고 투명하게 비추는 작품을 선보여 온 신현이 작가의 동화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나’를 중심으로 언니와의 관계, 엄마와의 관계, 아빠와의 관계를 밀도 있게 그려 낸 세 편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집은 어린이들의 ‘마음’에 집중한다. 조곤조곤 속삭이듯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가득 담겨 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일에도 아이들은 가슴을 졸이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또 누구한테도 말 못할 뜻밖의 사건과 맞닥뜨려 우왕좌왕할 때도 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실수하고, 후회하고, 회복하는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이 추운 날 몸을 녹여 주는 따뜻한 햇살처럼 웃음과 온기를 전해 준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은 바쁜 걸음을 세워 들여다보게 한다. 자기도 모르게 저지르고 만 잘못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아이, 치킨보다 엄마가 더 좋고 나비와 함께 나비춤을 추며 기뻐하는 아이, 친아빠인지 새아빠인지 모를 정도로 자신에겐 관심이 없는 아빠가 왠지 밉지 않은 아이. 자기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은 어른들을 무장해제시킨다. 그리고 같은 눈높이로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게 해 준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 가만히 들어 줘야 이해할 수 있는 것, 묵묵히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들이 다시금 깨우쳐 준다.
매일매일이 전쟁터일 수도 있는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날마다 자란다. 소용돌이치는 세계 속에서도 중심을 잡으려 애쓰며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들은 자신이 발 디디고 서 있는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한다. 어떨 때는 뒷걸음질 치는 것 같고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기다려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신현이 작가는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 작품 소개
‧ 「나는 언니가 좋아요」
2학년 진률이와 5학년 동률이는 자매 사이다. 진률이는 언니 동률이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언니를 좋아하기 때문에 언니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다 좋아한다. 하지만 언니는 동생이 자기 물건에 손대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허락 없이 함부로 서랍도 열지 못하게 한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진률이지만 커다란 별 장식에 작은 초록색 보석들이 촘촘히 박혀 반짝반짝 빛나는 언니의 머리핀을 쥐고 있다가 자기의 색동 목걸이 지갑에 넣고 만다.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이 점점 꼬여서 언니의 핀이 들어 있는 색동 지갑을 목에 건 채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되는데…… 잘못을 저지르고 애가 타는 진률이는 언니의 머리핀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을까?
‧ 「하나와 하비」
302호에 사는 우할머니는 화단에 정성스레 배추와 고추와 쪽파를 키우며 이웃해 살고 있는 하나를 돌봐주기도 한다. 다섯 살 하나는 엄마랑 단둘이 살고 있어서 엄마가 늦거나 일을 나가야 할 때면 할머니가 와 주신다. 거의 말을 하지 않는 하나는 어느 날 화단의 배춧잎에 붙은 나비가 날개를 펼치려고 애쓰는 것을 보며 “힘내라, 힘!” 하며 응원을 보내고, 나비는 알아듣기라도 한 듯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른다. 나비를 보며 “하비! 하비! 하비야!” 외치던 하나의 마음에 나비는 마치 동생처럼 자리 잡는다. 어느 날 베란다에 찾아온 나비를 보며 즐거워하는 하나를 보며 우할머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새아빠」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현우에게 가장 말하기 힘든 단어는 ‘엄마’다. 마음에 병이 생긴 아빠와 그 병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간 엄마. 불완전한 가족이지만 현우는 할머니의 사랑으로 그 시간을 버티고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는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현우가 학교에 가든 말든 상관도 안 하고 밥도 현우가 차려야 겨우 먹는다. 현우는 혹시 새아빠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자기랑 비슷한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절망하고 만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해서 말하는 철학 교수를 보고 현우는 아빠와는 다른 남자 어른을 직접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에 철학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드디어 답장을 받았다. 용기를 내어 찾아간 철학 교수는 현우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현우는 더 이상 아빠를 원망하지 않게 될까?
■ 차례
나는 언니가 좋아요
하나와 하비
새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