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 경혜원 그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4년 9월 12일 | ISBN 9788932043210

사양 변형판 152x212 · 148쪽 | 가격 14,000원

수상/추천: 마해송문학상

책소개

“너는 네가 원하는 모양의 여행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어떤 여행은 안전해서 기쁘고,
어떤 여행은 위험해서 즐거울 거야.”

우리 아동문학의 선구자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20회 수상작 『아일랜드』가 출간되었다. 수상자 김지완 작가는 첫 작품 『아일랜드』로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순일여중 레시피』로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필력을 인정받았다.


■ 심사평

『아일랜드』는 국제공항이라는, 현실에서는 익숙하지만 동화에서는 색다른 공간을 배경으로 열 살 남짓한 어린이의 체구만 한 인공 지능 안내 로봇 유니온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SF다. 유니온의 캐릭터는 여느 아동 청소년 SF의 로봇 캐릭터와 뚜렷이 차별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전형적일 수 있는 서사 속에서도 유니온은 자기만의 언어와 사유로 고유한 세계를 생성함으로써 이야기를 다 읽고도 오랜 여운을 갖게 한다. 또한 탐색견 티미, 공항 미화원 안다오의 캐릭터와 이들이 유니온과 맺는 관계는 서사의 재미와 아울러 존재에 대한 성찰을 동시에 이끌어 낸다. 날렵하고 자극적인 서사가 SF의 전부인 양 범람하는 피로감과 아쉬움이 오래 가중되던 가운데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SF의 본래적인 질문 하나를 다시 가져온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_심사위원: 황선미(동화작가), 최나미(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평론가)


■ 로봇의 본질은 따뜻함이라고 말하는 유니온

『아일랜드』는 국제공항을 배경으로 인공 지능 안내 로봇 유니온이 탑승객, 폭발물 탐지견 티미, 공항 미화원 안다오 등과 교감하며 자기 존재의 고유성을 찾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 SF 동화다. 유니온은 로봇이지만 현상 세계 너머 ‘영혼’을 탐색하고,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영혼’에 관심을 갖는다. 무엇보다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세상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김지완 작가는 마음을 탐색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유니온을 통해 우리 동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철학적인 주제를 말하면서도 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주인공과 그 주변 캐릭터들의 사유와 대화에 공을 들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다가, 언젠가 폐기될 로봇이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국제공항의 풍경을 어떤 시선으로 담아낼지 시작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줄라이 국제공항의 안내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지능 로봇 유니온. ‘유니온’은 유니버스와 오리온자리를 합친 합성어로, 탑승객들에게 공항 내 편의 시설을 안내하고 탑승구까지 동행하는 임무를 맡은 3세대 인공 지능 로봇이다. 모두 열일곱 대의 유니온들이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국제공항을 찾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1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자그마한 체구의 유니온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몸체의 LED 화면이다. 화면을 통해 탑승객들의 요구에 응하고, 2초가 지나도록 대답을 못하면 “죄송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어요”라는 상용구로 처리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유니온들은 개발자들에 의해 계속 새 버전으로 계속 업그레이되고, 높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될수록 사람들은 유니온을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느낀다.

줄라이 국제공항의 열일곱 대의 유니온 중 하나인 유니온 2호. 유니온 2호에게는 특별히 교감을 나누는 친구가 있다. 바로 공항의 폭발물 탐지견 티미. 티미는 유니온 2호의 친구이자 동료이다. 유니온들의 겉모습이 모두 똑같지만 티미는 한눈에 2호 유니온을 알아볼 수 있다. 각자의 일로 바삐 움직일 때도 눈빛으로 인사를 나눌 정도로 둘은 드넓은 공항에서 우정을 나누며 허물없이 서로의 얘기에 귀 기울인다. 공항과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일들로 안부를 주고받던 어느 날 유니온이 자신의 이름 ‘유니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티미는 자신의 이름이 고유하다고 우쭐댄다. 그 후 유니온 2호는 티미에게는 사람들이 붙여 준 이름이 있고, 자신은 그저 사람들에게 ‘유니온’으로 불린다는 것을 불현듯 알게 된다. “인간이 이름을 지어 준다는 건 쉽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이야”라는 티미의 말은 유니온 2호에게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 그리고 비로소 티미와 자신이 아주 다른 처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고유하지 않다. 나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열여섯 대의 유니온이 나를 대체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차례대로, 혹은 순서를 건너뛰고 뒤죽박죽 찾아왔다. 내 기분은 통유리 밖의 누런 대기질과 비슷해졌다. _본문에서(17쪽)


■ 당신의 여행이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

티미와 다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었던 유니온은 탑승객인 영화감독 제인 리, 공항 미화원 안다오를 만나면서 로봇이지만 자신이 가진 생각들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스치듯 만난 제인 리는 존재하지 않는 섬 ‘차크라마’에 묻고는 유니온에게 많은 궁금증을 남긴 채 탑승 게이트로 사라졌지만, 그 만남은 유니온으로 하여금 공항이 아닌 다른 세상을 그려 보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유니온이 여느 유니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한눈에 알아챈 미화원 안다오는 유니온이 존재의 고유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고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둘의 대화는 로봇 대 사람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읽어 낼 수 친구끼리의 대화이다. 다른 나라에서 와서 이곳 줄라이 국제공항의 미화원이 된 안다오. 그녀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안다오를 만난 이후 유니온은 꿈이라고 불러도 좋을 놀이를 시작한다. 잠깐의 만남으로 미지의 세계 차크라마 섬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고 떠나 버린 제인 리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섬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해 보거나 정보를 수집해 보기로 한다. 일명 ‘차크라마 프로젝트’. 유니온은 상상의 섬 차크라마에서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자신을 찾아오는 수많은 탑승객들의 마음을 읽어 내려 노력한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느꼈고, 내가 이 공항에 꼭 필요한 로봇이라는 걸 실감했다. 한동안 즐겁고 충만한 기분이 이어졌다. 바로 이럴 때, 제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제인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드는 것을 느꼈다. _본문에서(79쪽)

하지만 유니온의 꿈과 상상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유니온은 다른 유니온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배치된다. 공항이 아닌 공항 철도로. 그건 유니온을 대체할 다른 로봇이 개발되었다는 뜻이다. 실제 인간의 외형을 그대로 본떠 만든 1세대 안내 아바타. 사람과 더 많이 닮았고,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로봇이 유니온을 대신하게 되었다. 더 이상 쓸모없어진 유니온이 배치된 곳은 인적이 드믄 공항 철도의 3-1 자전거 칸이다. 찾아오는 탑승객도 없이 덩그러니 혼자 그 자리에 서 있게 된 유니온에게는 특별할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한 ‘유니온’이라는 이름도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공항 철도에 갇힌 지 2개월하고도 3일 2시간 14분이 지나자,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머릿속은 깜깜했다. 나는 대기 모드에서 저전력 모드로 전환되었다.

시스템 초기화 예정: 168시간_본문에서(113쪽)


■ 기억은 소멸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다정하고 서로에게 기억될 수 있기를!

공항 철도 광고 스크린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던 유니온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글자들이 떠올랐다. ‘믿을 수 있다면 차크라마로 떠나 주시겠습니까?’ 유니온의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유니온은 자신의 헤드 정중앙의 렌즈를 이용해 영상이 사라지기 전 차크라마에 관한 영상을 촬영해 두었다. 초기화 시간이 다가오기 전 유니온은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린다. 티미, 안다오, 제인 리, 유니온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탑승객들…

안내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계에 불과한 로봇 유니온은 자기 존재의 고유성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나간 로봇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전형적일 수 있는 서사 속에서도 유니온의 이야기는 따뜻한 설득력을 가지고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 나뿐만 아니라 나와 만나는 모든 존재들의 고유성에 대해 존중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 대한, 다정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질문들이 담겨 있다.

내가 안내한 승객들을 한 명 한 명 살펴보면서 차크라마 섬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선별했다. 예컨대 올리버처럼 유니온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섬 사람들과 상냥하게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승객은 합격이었다. 또 제임스와 로지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다정한 승객 역시 합격이었다. 안다오처럼 동물과 식물, 기계와 로봇까지 각기 다른 영혼을 알아볼 줄 알고 그들의 마음을 돌볼 줄 아는 승객은 당연히 합격이었다. _본문에서(124쪽)

목차

■ 차례
1. 이름은 유니온
2. 제인과 차크라마 섬
3. 티미와 김 경위
4. 공항 미화원 안다오
5. 차크라마 프로젝트
6. 전송하시겠습니까?
7. 티미가 떠난 날
8. 공항에서 공항 철도로
9. 2030년 10월 대개봉
10. 해야 할 일
0. 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작가 소개

김지완 지음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다. 『아일랜드』로 제20회 마해송문학상을, 『순일여중 레시피』로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 동인 ‘문어뱅스’ 소속이다.

경혜원 그림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2018년 그림책 『공룡 엑스레이』로 대만의 Openbook Award Best Picturebook을 수상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엘리베이터』 『나는 사자』 『커다란 비밀 친구』 『나와 티라노와 크리스마스』, 그림을 그린 책으로 『사서가 된 고양이』 『까먹어도 될까요?』 『너의 장점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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