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

박문영 장편소설

박문영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4년 7월 29일 | ISBN 9788932042985

사양 변형판 124x188 · 232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당신에게 에버그린을 선사합니다.
오늘보다 더 젊게 새로 태어나세요”

신기루와 신기술 사이에서
혼자서도 완전한 내일을 꿈꾸는 여성들의 연대

2013년 큐빅노트 단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문영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올해로 데뷔 11년이 된 작가는 그간 활발한 작품 활동은 물론, 중편 「사마귀의 나라」로 제2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에서 대상을, 『지상의 여자들』로 제6회 SF어워드 장편 부문에서 우수상을 거머쥐며 박문영식 SF 세계를 증명해왔다. 『지상의 여자들』은 “이 낯선 시대정신이 어떤 속도로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상 같은 작품”(SF어워드 심사위원 이유미)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 이처럼 그는 사회 이슈, 특히 젠더적 갈등과 환경문제를 공상과학적 배경과 결합하는 문학적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 중인 만큼 그림을 보는 듯한 생동감 있는 언어와 입체적인 인물 묘사가 작품으로의 몰입력을 높이며 다양한 독자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완경 이후 중노년 여성의 신체를 강화시키는 호르몬 치료 및 최신 나노봇 수술이 가능한 세계를 그린다. 남편의 아내로서, 애인의 여자친구로서, 아들의 엄마로서 남성에게 헌신하고 의지해온 육십대 전후의 여성에게 초인에 가까운 물리력이 주어졌을 때 그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노화로 쇠약해진 여성들이 삶의 새로운 동력을 발견하고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연대를 이루는 밝은 내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소설을 읽고 한 가지만은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SF 작가들의 소설적 상상력에 불이 붙는다.
―권김현영(여성학자)


“아직은 괜찮다고, 우리는 더 괜찮을 수 있다고”
자유를 열망하는 여성들에게 건네는 명랑하고 다정한 실험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은 총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레이디스’는 소도시 ‘영청’에 사는 중장년 여자들의 일상과 삶의 고민을 들여다본다. 여성 코미디언 출신 노보금은 은퇴 후 방송국에서 최대한 먼 곳을 찾다 영청에 정착해 2년째 거주 중이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저녁마다 시장 광장에 울려 퍼지는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시니어 여성들을 목격한다. “홀로 고요하게 지내고 싶”(p. 16)어서 거처를 옮겼으므로 보금은 함께 춤추자는 이웃의 권유를 한사코 거절한다. 그러다 결국 이웃 주민 성만옥, 자연주의 소모임인 ‘들쭉’ 대표 마종은과 함께, 소음에 거세게 항의하는 빌라 3층 여자를 찾아가 양해를 구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들쭉’의 일원이자 이름의 끝 자를 따 만든 ‘금은옥 자매’의 맏언니가 된다.
소설 속 에코 페미니즘 계열의 비영리 여성 소모임인 들쭉의 회원들은 여성과 소외 계층,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면서 자신의 내면을 읽고 스스로를 지키는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들쭉의 대표로서 관리와 홍보 업무까지 맡고 있는 마종은은 내면이 단단한 사람인 듯 보이지만 사실 “언제나 다리 높이가 맞지 않는 의자에 앉은 기분”(p. 40)으로 살아간다. 과거 유학 중이던 아들이 결혼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손주를 보지 못했고, 남편과 아들 내외는 한집에 살고 있어도 각자 일하는 시간이 달라 겸상조차 하기 힘들며, 자기주장이 강한 며느리 유구희와 제멋대로인 아들의 비위를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 ‘만춘’에서 일하는 시니어 바리스타 성만옥 역시 남편이 있지만 남편이 함께 일하던 공장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후로 별거 중이고, 딸 고지나는 그런 만옥을 원망하는 신산한 삶을 살고 있다. “불을 지르고 싶은 사람과는 살 수 있어도 불을 지른 사람과는 살 수 없”기에 결정한 일이지만 그의 가슴 한구석에는 남편에 대한 깊은 원망과 상처가 깊다.
만옥의 딸 지나 역시 남성과 행복하지 않은 연애를 하며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남자친구가 원하는 것을 기어이 들어줘야 하고 그의 압박에 순응하며 감정을 공감받지도 못하는 연애를 지속해야 할지 망설이던 때, 광고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p. 75).

“저기, 선생님, 체력이 정말 좋아질 수 있나요? 진짜 젊어지는 게 맞아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레테타는 단순한 미용 시술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근력, 유연성, 민첩성, 지구력, 순발력 모두 완경기 이전으로, 아니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강해질 수 있죠.”
“사람 뼈가 어떻게 강철처럼 튼튼해질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접했던 임플란트와 인공관절 수술이 비약적으로 발전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노봇 의료 기술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수술이에요. 게다가 에리카늄을 능가하는 신소재 아크라늄은 인체의 골밀도 상태와 흡사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죠.”
“왜 육십대, 칠십대 여성만 대상인가요?”
“완경 이후 쇠약해진 신체에 최적화된 치료니까요.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 말 그대로 여성분들에게 시간을 돌려드리는 수술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시간을 누리시라고요.” (pp. 81~82)

2부 ‘테이크’에서는 레테타 수술이 영청에 상륙한다. 수술 후 부작용에 대한 우려, 비판적인 사회의 시선, 레테타 반대 시위 집회로 어수선한 가운데 수술을 받기로 결심하는 노보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료 임상 시험 첫 시범지가 된 영청 시내 구석구석에 혈관과 관절을 바꿔주는 레테타 홍보 전단지가 배포되고, 회춘을 너머 초인이 되는 것은 물론 무혈 월경까지 거론되면서 레테타 수술은 국민적 화두가 된다. 이 혼란 속에서도 수술을 받은 여성과 받지 않은 여성은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수술 여부를 선택했는지 이해한다. 남성과 가족 또는 업무적으로 얽혀 지내다 저마다의 아픔을 얻고 늙어간 사람들이므로, 금은옥 자매와 들쭉 회원들을 비롯한 영청시 여성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또 지킨다.
3부 ‘유어 타임’에서는 레테타 수술을 받은 여성이 ‘야간 자율 수색대(야자수)’로 활동하는 등 초인이 된 이후의 세계가 펼쳐진다. 야자수의 임무는 밤의 시내를 순찰하며 위험에 빠진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불법 주차 차량을 번쩍 들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가 하면, 취객 남성을 가뿐히 들어 고깔 모양 주차 금지 표지판 안에 넣어버리기도 하는 그들은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에도 끄떡없다. 이 세계에서 여성들은 새롭게 주어진 강력한 힘 못지않게 단단한 연대를 통해 각자의 삶을 불행에서 행복 쪽으로 밀어 보낸다.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은 단지 여성적 관점에서 성차별의 현주소만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레테타라는 상상력을 빌려 여성에게 완벽한 자유를 부여하는 실험이고, 영청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견고한 여성 연대를 구축해 나이 들며 잃어버리기 쉬운 사랑과 온기를 복원하는 이야기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그동안 발표한 작품 중 “가장 밝고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작가의 말처럼, 한계 속에 놓인 모두에게 따뜻한 용기와 긍정의 가능성을 선물한 레테타 수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독자에게 밝고 유쾌한 위로가 될 것이다.


■ 추천의 말

완경 이후의 중노년 여성들에게 새로운 피와 뼈가 주어지면 그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쇠약해진 신체를 움직이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면 새롭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박문영 작가의 흥미로운 사고실험은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다음과 같은 생각을 멈출 수 없게 한다. 페미니즘이 유례없이 대중화되고 난 이후의 세계는 무엇이 달라질까. 이 소설을 읽고 한 가지만은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SF 작가들의 소설적 상상력에 불이 붙는다. _권김현영(여성학자)


■ 책 속으로

노보금은 미용실 거울 속에 비친 여자들을 한 명 한 명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은 크게 망신당하는 차소원을 보며 소리 내 웃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노보금은 그곳에서 자기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낱 연속극. 고달픈 하루 끝의 오락거리.
여기에 엄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야박한 짓 아닌가. 존중한다. 존중하지 않는다. 어쩌면 두 개의 길만 떠올린 게 잘못인지 몰랐다. 여자들은 존중받지 않으면서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존중받으면서도 위로받지 못할 수 있었다. (pp. 43~44)

장을 보고 나오는 이들의 손엔 각기 다른 광고 전단이 가득했다. 공짜 물건을 더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자 광장이 차츰 붐비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팻말을 든 시위자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걸 왜 해. 나는 할머니들 무조건 응원해. 누가 뭐래도 수술받고 싶으면 받는 거지.”
“맞아. 자기들이 뭔데 반대하고 난리야.”
학생들의 대화를 엿들은 마종은이 수세미를 도로 가방에 넣었다.
“해병대로, 해병대로. 북한으로, 북한으로.”
“레테타 결사반대. 레테타 결사반대.” (p. 113)

어떤 여자들은 결혼 후에 알게 된다. 이 세상이 어떤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는지. 비좁은 막사 안에 들어서고 나서야 바깥의 말뚝이 하나둘 눈에 띄는 것이다. 어린 시절엔 그냥 걸려 넘어지고 말았던 말뚝이, 재수 없었다며 웃어넘기고 말았던 말뚝이, 누워 있을 땐 잘 안 보이다가 일어나면 이렇게 촘촘하게 박혀 있는 줄 몰랐던 그 말뚝이. (p. 141)

노보금은 산책 중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회복과 적응이 끝났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봄에 만나기만 해봐. 저기, 초능력자 됐으니까 전기톱 두 대 혼자 들어. 장작도 백 개씩 들고, 이마로 포크레인도 끌고, 어?”
반장 근처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렸다.
“여사님, 진짜 유행어 따라가네요. 레테타로 야, 야, 야단났어. 난, 난, 난리 났어.” (p. 169)

부부는 어렵지 않게 작별을 치렀다. 여자들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살아도 좋았고 지인들이 있는 곳 근처에서 혼자 살아도 좋았다. 결혼 전이나 후에도 여자들은 항상 여자들 곁에서 안도했다. 어차피 여자는 진정한 대화 상대로 여자를 찾기 마련이었다. (p. 175)


■ 작가의 말

돌풍이 불던 3월 8일에는 여성 대회가 열리는 청계광장에 있었다. 소설 마감을 끝낸 뒤 가족과 며칠을 보내다 진이 빠진 채로 간 행사였다. sf×f 동행들과 조그만 부스를 지키며 모임 안내를 하는 동안 몇 번이나 움찔했다. 아마 우리 부스가 무대 바로 앞자리라 생긴 상황이었을 것이다. 한기를 피하려고 들어왔다가 나가지 않는 사람, 책상 위의 젤리 통을 가져가려는 사람, 핫팩을 받고도 새 핫팩을 요구하는 사람, 등산 가방 대여섯 개를 맡아달라는 사람, 남은 물품과 깃발을 달라는 사람. 그날은 따스한 사람들만큼이나 스산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천막을 날릴 듯한 바람이 종일 불었다.
이번 겨울만큼 봄을 기다린 적이 있었을까. 계절이 바뀌면 그 속의 나도 조금 바뀔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짐작은 미신에 가까웠나 보다. 매번 마감 뒤로 미뤘던, 어쩌면 평생을 미뤘던 심리 상담 이틀 뒤 동생이 난소암 3기라는 소식을 접했다. 의료 파업으로 각종 검사가 내내 지연되다 세번째로 옮긴 병원에서 받은 판정이었다. 나는 울고 있는 동생에게 무턱대고 다 잘될 거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날은 부쳐야 할 서류를 집에 두고 우체국에 갔다. 다시 서류를 가져와 발송을 마치고 걷다가는 손에 서류가 없어 허둥지둥 댔다. 중환자실에서 본 동생의 모습은 뜻밖에도 의연했다. 복수가 찬 통을 비우러 함께 복도로 나섰을 때 동생이 간호사에게 말했다.
“병실 들어갈 것 없이 여기서 혈압도 재죠. 우리 두 번 일하지 맙시다.”
동생이 부장님처럼 껄껄댔다. 내가 곁에 없던 며칠간 대체 어떤 생활을 한 건지, 실습을 마친 인턴들이 동생에게 인사를 하러 몰려왔다. 인턴 한 명이 포켓몬빵 띠부씰을 내
밀며 눈물을 훔치자 동생이 그를 달랬다.
“우와, 이거 갖고 싶었던 건데. 근데 짠하게 왜 또 울어요. 얼른 가서 뒤풀이해요.”
동생의 말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다른 인턴이 비틀대며 병실을 나갔다. 폐 한쪽을 채웠던 물을 빼내고 항암 치료 준비를 마치자 판정이 바뀌었다. 암이 아니라 종괴인 것 같다고. 수치가 애매하긴 한데 암세포는 없다고.

[……]

수술을 잘 견딘 동생이 호스를 입에 물고 색색의 공을 허공에 띄울 때, 소변 줄과 피 주머니를 빼고 밥을 뜰 때, 테라스로 나가 같이 해를 쬘 때, 나는 할 일이 끝나간다고 여겼다. 그런데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던 소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었다. 여성 장기에 대해, 여성 질환에 대해 네가 아는 게 뭐지. 털모자를 쓰고 복도를 조심조심 걷는 여자들을 봤니. 하긴, 뭐라도 알았다면 아예 쓸 수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너는 여성의 몸에 대한 SF를 지나치게 천진한 태도로 다룬 게 아닐까. 나는 대꾸 없이 동생과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병실에 들어선 의사는 동생이 암이 아니라는 말을 너무 크게 외쳤고 말기 암 환자와 그의 간병인들은 동생에게 정말 축하한다고, 천만다행이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암 투병 중인 가족을 돌보는 나의 친구들도 그들과 같은 말을 해주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고개를 들고 이 시기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을까.

뉴욕에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은 단지 4백 명이라는 한 작가의 말에 오 헨리는 이렇게 반박했다. 4백 명이 아니라 4백만 명은 된다고. 그러니까 모든 뉴욕 시민이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는 실제로 『더 포 밀리언The four million: collection of short stories』이라는 소설집을 출간했다. 병동에서는 오 헨리의 소설관에 더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박완서의 문장에 더 의지하게 되었다. “내 눈가에 나이테를 하나 남기고 올해는 갈 테고, 올해의 괴로움은 잊혀질 것이다”(『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세계사, 2002).
젤리를 통째로 집어 가려는 사람 다음엔 호두과자를 준 사람이 있었다. ‘벚꽃’이라고 외치는 사람 다음엔 유리문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구로 인간의 이타성이나 우리 안의 선한 본성을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는 여성 장기, 여성 질환보다 노년 여성을 더 모른다. 그들 안에서 시시각각 몸을 불리고 줄이는 번잡함과 고립감에 대해서는 더욱 모른다. 무지 속에서 이해와 화해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의 이야기도 단순한 원칙을 세워, 지금의 시야로 담아냈을 뿐이다. 소설에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만을 등장시키지 않는 것. 끝내 좋아할 수 없는 사람, 영영 모를 사람들도 서사 안에 두는 것. 인물의 생애는 그 인물의 것이고, 내가 할 일은 그와 잠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앞뒤를 봐줄 것 없이 더 어지러운 나날이 오겠지만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은 유독 앞가림을 할 수 없을 때 썼다. 이 소설이 그동안의 작업 중 가장 밝고 유쾌하다는 사실이 그래서 이상하다. 그러니까 질문을 던진 소설에게 이제 이런 답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건 현실을 재생시키고 싶지 않은 심정으로 쓴 이야기라고. 보통의 SF처럼 좁고 느린 세상을 굳이 재현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런데 쓰고 보니 이 또한 좁고 느린 이야기가 되었다고.

2024년 여름
박문영

목차

■ 차례

1부 레이디스
2부 테이크
3부 유어 타임

작가의 말

작가 소개

박문영 지음

2013년 「파경」이 제1회 큐빅노트 단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방 안의 호랑이』, 중편소설 『사마귀의 나라』, 장편소설 『지상의 여자들』 『주마등 임종 연구소』 『세 개의 밤』 『허니비』 『컬러 필드』 등이 있다. 제2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제6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SF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그룹 ‘sf×f’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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