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항상 나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하고 다정한 친구와 함께
상상하고, 즐기고, 세상을 탐험합니다!
아이에게 남모르는 친구가 있다는 모티프는 어린이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 아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런 친구는 아이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갈등을 담당해 주고(『오스카만 야단 맞아!』), 의논 상대가 되어 주고(『알도』), 위로해 주고(『고릴라』), 함께 놀아 주는 역할(『지각대장 존』)을 하면서 아이의 내면을 풍성하게 해 줍니다. 그렇게 내면이 풍성해야 아이는 속 깊고 너그러우면서도 강인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거인도 그런 친구 중 하나입니다. 성별, 몸집, 나이와 상관없이 진정한 친구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려 주지요.
_[옮긴이의 말] 중에서
■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는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세요!
『나와 거인』은 멕시코 FCE 출판사에서 수여하는 ‘2020 바람끝에서 그림책상’ 수상작이다. 한 아이가 자신의 내면에서 만난 다양한 자아들과 사이좋게 시간을 보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유아에서 어린이로,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며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을 잘 마주 대하면 우리는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자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거인과 아이의 관계를 통해 잘 보여 주고 있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먼저 돌아보아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며, 내가 나와 좋은 관계 맺음의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함을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보여 준다.
그림책 속 어린이는 거인과 무척 친밀하다. 어린이는 거인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다. 거인은 무엇이든 어린이와 함께하고 신나게 놀아 주며 어린이의 요청을 마다하지 않는다. 거인의 거대함이 숨바꼭질, 춤추기, 그림 그리기 등 재미난 놀이에 걸림돌이 되기는커녕 아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과 모험심을 선물한다. 어린이의 놀이는 곧 거인의 놀이가 되고, 거인의 걸음은 곧 어린이의 걸음이 된다. 다른 듯하지만 차이를 뛰어넘어 보폭을 맞춰 걷는 아이와 거인 친구는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그리고 아이는 보다 높은 곳을 보며 보다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하지만 거인이 더 이상 집에서는 지낼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둘은 도시 주변을 산책하며 거인의 어깨에 앉아 새소리도 듣고 구름을 눈 아래 두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거인과의 시간을 아주 잘 보내고 시간이 흘러 아이의 키가 점점 자랄 때쯤 둘은 이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순간, 헤어져야 할 순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건 그만큼 아이가 성장했다는 뜻이고 어쩌면 어린 시절이 지나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아이는 어린 시절 자신과 함께했던 거인과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며 때로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뿌리가 튼튼한 어른으로 자라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