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언제나 ‘나답고’ 싶은
다섯 아이들의 달콤 쌉싸름한 성장기
■ 오늘이 바로 너와 나의 가장 빛나는 순간!
학교, 집, 친구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담은 단편 동화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작품 속 다섯 아이들은 학교와 집을 오가며 성적 때문에 고민도 하고, 절친이었던 친구가 짝사랑인지 첫사랑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아빠 때문에 속상해하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매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을 흔들리게 하는 것, 아이들을 단단하게 잡아 주는 것, 아이들을 자신답게 빚어 주는 빛나는 순간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담아냈다. 가끔 시원한 구석이 없어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한없이 느린 속도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아이들의 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오는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첫사랑일 수도 있는 혜성이가 미국으로 이사 간 후 아주 사소한 일로 사이가 틀어진 혜성이와 나윤이, 바람이 쌩쌩 부는 날, 시험을 망친 해진이를 위로하러 가면서도 정작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소영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걱정해 주는 옆집 할아버지와 수놓는 걸 좋아하는 남자아이, 아빠의 재혼 선언 후 새엄마와 잘 지낼 결심을 했지만 ‘톡 탁 톡 탁’ 탁구공처럼 엄마에게로, 다시 큰집으로 보내진 민준이, 엄마랑 옥상에 사는 게 창피하진 않지만 걸핏하면 제집 드나들 듯 옥상을 넘어오는 옆집 형이 신경 쓰이는 아이. 예측할 수 없는 일들과 맞닥뜨리게 된 다섯 아이들의 좌절과 용기가 아름답게 버무려져 매일의 시간을 단단하고 아름답게 채워 나간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나한테만 운수 나쁜 일이 생기는 것 같고,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것 같아 행복의 반대말은 ‘나’처럼 느껴지는 순간, 오히려 아이들은 다른 멋진 사람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나답고’ 싶어질 것이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을 것이다. 나름의 변화무쌍한 사건 속에서 자신다움을 잃지 않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 아이들은 거센 바람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뿌리가 든든한 나무로 성장 중이다.
■ 작품 소개
‧ 「혜성이 돌아왔다!」
엄마의 고등학교 때부터 베스트프렌드인 이모가 일 년 만에 미국에서 들어왔다. 이모랑 함께 혜성이도 같이 왔다. 그렇게 친했는데 혜성이는 이제 인사하는 나윤이의 눈길을 피한다. 일 년 만에 이렇게 어색해질 수가 있는 걸까? 나윤이는 씁쓸한 맘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런 걸 알리 없는 엄마와 이모의 성화에 못 이겨 둘은 식사를 겨우 마치고 빙수를 사러 같이 나가게 된다. 그리고 둘 사이의 오해가 생기게 된 클로이라는 이름의 미국인, 나윤이가 축구를 좋아하는 혜성이 생일선물로 보낸 축구공……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과 오해가 자전거를 매개로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나윤이와 혜성이는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바람 부는 날」
나를 향한 아이들의 시선이 따갑다. 수학 경시대회 성적이 벌써 소문이 난 걸까? 수상자 명단에 드는 건 걱정조차 하지 않고, 무슨 상을 받을지가 내 관심사였는데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한 건지 바보가 따로 없다. 그때 나를 위로해 주듯 해진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소영아, 나 어떡해? 수학 경시 망했어.’ 너무 속상해하는 해진이를 위로하러 우리의 아지트로 향하는 중에 엄마 전화를 받고 자신의 얘기보다는 해진이 얘기가 먼저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아, 사실 지금 누구보다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은 난데 난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걸까?
‧ 「벽 하나」
화단과 화분을 정성껏 가꾸는 옆집 할아버지와 수놓는 걸 좋아하는 나. 둘 다 남자라는 것 빼고는 공통점이 없지만 어느새 할아버지와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부를 묻고 잠들기 전에는 꼭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아들이 찾아와 큰 소리가 난 후로 할아버지는 삼 일째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는 용기를 내 할아버지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에 홀로 외로이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실 수 있을까?
‧ 「탁구공」
“나 새로 결혼할 거야.” 아빠의 폭탄 선언 후 민준이는 지낼 곳이 사라져 버렸다. 새엄마와 잘 지내겠다고 얘기했지만 아빠는 방이 모자라다며 돈 벌면 부르겠다는 공허한 약속만 한 채 민준이를 엄마한테 보냈다. 하지만 엄마의 집주인이 월세를 더 내라고 하는 바람에 민준이는 그대로 다시 큰집으로 보내졌다. 큰 옷 가방과 책가방과 함께 짐짝처럼. ‘대체 나를 왜 낳을 거야?’ 그 순간 민준이는 자기를 제일 사랑해 준 할머니가 보고 싶어 할머니를 모신 추모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할머니가 해 주시던 가장 따뜻했던 말을 떠올린 민준이의 마음속에 뭔가 뭉클한 것이 차오른다.
‧ 「크리스마스의 약속」
퀼트 선생님이었던 아빠가 암 투병을 하다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엄마랑 나는 옥탑 방으로 이사를 왔다. 옥상에 사는 게 창피하진 않지만 조금 불편하다. 옆집 형이 우리 집 마당, 그러니까 옥상을 제집 드나들 듯 넘어오기 때문이다. 넘어와서 하는 일이라곤 평상을 피아노 삼아 뚱땅거릴 뿐이다. 틈만 나면 넘어오는 형과 어느새 인사도 하고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된 어느 날 얼굴에 생채기가 나 있는 형이 우리 집에 숨어들고 뒤이어 험악한 얼굴을 한 형의 아빠가 들이닥쳤다. 아빠가 있는 형이 부러웠는데 악마 같은 아빠였다니… 형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차례
혜성이 돌아왔다!
바람 부는 날
벽 하나
탁구공
크리스마스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