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봄 2024

김채원, 이선진, 이연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4년 3월 14일 | ISBN 9788932042633

사양 변형판 114x188 · 200쪽 | 가격 5,500원

책소개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봄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봄 2024』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7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봄 2024』에는 2024년 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채원의 「럭키 클로버」, 이선진의 「밤의 반만이라도」, 이연지의 「하와이 사과」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4회 문지문학상 후보가 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조연정,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서는 1년 동안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봄, 이 계절의 소설

시작·출발·새로움·청춘과 같이 약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봄, 『소설 보다: 봄 2024』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젊은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세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불가항력에 짓눌리거나 어둠으로 점철되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삶, 아직 견딘 날보다 견뎌야 할 날이 많은 청춘들의 여정에서 조금 다른 봄을 만나보자.

김채원, 「럭키 클로버」
“어둠에 익숙해지자 풀벌레가 우는 소리가 들렸고, 눈에 보이는 것이 생겼지만 불안한 것은 거의 없었다.”

김채원은 2022년 겨울 「빛 가운데 걷기」에 이어 두번째로 <소설 보다>에 선정되었다. 지난 소설에서 딸이 죽은 이후 손자와 홀연히 남겨진 ‘노인’이 어떻게든 살아내는 시간을 들여다보던 작가는 「럭키 클로버」에서도 홀로 남겨진 청년의 발걸음을 좇는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머니가 일구던 자두 농장에서 홀로 남겨진 ‘자영’이 보고 느끼는 모든 감각은 누군가가 남겨놓고 간 하루를 건조하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모두에게 “곧고 선명한 물줄기”를 선물한다.
「럭키 클로버」를 추동하는 것은 자영에게 자두 농장을 남기고 사라진 엄마이지만 소설은 그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들려주지 않는다. 대신 “흰 꽃이 피고 진 자리에서 동시에, 한 다발로 태어”난 “나뭇가지로 된 총대를” 멘 여덟 “파수 병정”이 등장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자영의 빈 곳을 채우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자영의 뜻대로 잘 움직여주지도, 원하는 답변을 명쾌하게 내주지도 않지만 자영이 어두운 밤의 한가운데에서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하지?” 고민할 때 병정들은 “없는 거지”라고 말하며 오래도록 함께 걸어간다.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서 구해내는 그들과 자영이 지치지 않고 지체하지도 않으며 계속 나아갈 것임을 소설의 결말은 암시한다.

“클로버 병정들은 소설에 ‘파수’ 병정들이라고 적어두었을 만큼 무언가를 지키는 데 재주가 있(어야 하)는 인물들이에요. 자영이 생생하게 겪고 있는 농장의 한가운데를 함께 지나는 친구들이자, 나눠 가진 불행이자, 자영을 살게 하는 존재들이고요. 자영을 살게 하려면 단순히 많거나 적은 수가 아닌 정확히 여덟 명의 병정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영이 ‘살아 있음’에 얼마만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그것을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김채원×조연정」에서


이선진, 「밤의 반만이라도」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담에 나는 내 딸한테 내 밤을 물려줄 거란다.”

이선진은 2020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당선 당시 “애틋한 서술과 통찰로 사건과 감정의 완급을 조절”(노대원‧편혜영 심사평)한다는 평을 받았다. 당선작 「무관한 겨울」에서 타인의 고통을 떠올리며 자신도 같은 방법으로 어둠을 껴안던 화자를 인상적으로 그려냈던 작가는 이번 선정작 「밤의 반만이라도」에서 역시 다른 아픔에 비슷한 방식으로 공감한다.
소설 속에는 “빛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전맹인” 엄마 ‘미수’와 “한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인 그의 딸 ‘다운’, 그리고 그런 다운을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좋아하는 화자 ‘미숙’이 있다. 미수는 미숙에게 다운과 가까이 지내지 않기를 권한다. 다른 사람은 “탯줄처럼 밤과 연결되어 있다가 밤에게 버림받”지만 자신과 딸은 밤이 뿌리내리기를 선택한 존재들인데, 미숙은 너무 환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소설이 진행될수록 시력이 온전한 미숙에게도 비밀들로 꽁꽁 숨겨진 내면의 밤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소설은 빛을 볼 수 없는 삶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이에게 누구나 칠흑같은 밤을 품고 있음을 일깨우며 위로를 건넨다.

“미숙에게도 ‘자기만의 밤’이 존재해요. 그건 이 세상의 이성애 규범과 자신의 정체성이 ‘하나의 덩어리’로 포개어지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고, 살면서 받은 무수히 많은 상처가 지우개 똥처럼 똘똘 뭉쳐져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것일 수도 있죠. 그 불완전한 삶의 면면에서 기인하는 ‘밤’을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운 무엇이 아니라, 저마다의 고유한 어둠으로서 얼마든지 삶을 긍정으로 비출 수 있는 일종의 ‘보물’처럼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이선진×이소」에서


이연지,「하와이 사과」
“아직 버릴 수 있는데, 늦지 않았는데, 한입 베어 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마음.”

「하와이 사과」는 영상 연출을 전공하던 이연지가 민음사‒서울대 ‘라이터스쿨’을 수강하며 완성한 그의 데뷔작이다. SF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이 소설은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창작 능력이 위협받는 시대적 갈등을 현실적으로 마주하고 근미래 예술가들의 삶을 그려낸 문제적인 작품이다.
‘연재’와 함께 영화를 만들며 동고동락하던 ‘지수’의 장례식장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중심축은 AI 영화 제작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시나리오의 방향을 제시하면 그럴듯하게, 아니 시나리오 작가에게 돌아갈 수익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양질의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 하나가 영화학도들의 꿈과 현실을 위협한다. 이로 인해 대학 선배 ‘영완’이 차린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지수는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우정까지 잃으며 쫓겨나듯 그들의 곁을 떠난다. 연재도 지수와 다를 바 없는 모욕을 느끼며 영완을 곁을 떠나지만, AI 산업은 업그레이드되어 연재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온다. 작가는 성경 속 하와가 금기의 열매를 탐하듯 “하와이 사과”를 제시하며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뒤섞는다. 그 끝에서 ‘산업적 시대’로 변모하는 세계 속 서늘하게 남아버린 인간의 이상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AI가 그 이상의 수준을 뽐내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결코 그 작품의 퀄리티와 설득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세상에는 AI를 활용한 작품들이 범람하고 그에 대한 대중의 수요도 커질지 몰라요. 어쩌면 AI로 만든 작품들이 대세가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하는 창작 행위 자체가 숭고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희귀하며, 가치가 있어지는 거죠.”
「인터뷰 이연지×소유정」에서


■ 책 속으로

병정들의 작은 웃음소리 사이로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골짜기 아래 네 갈래로 흐르는 물줄기 소리가 이어졌다. 자영은 병정들을 노려보았다. 이마에서 흐른 땀이 눈에 들어가 따끔거렸다. 병정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흔들 즐거워하며 날아가지 않기 위해 바지 주머니에 돌을 주워 담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영아,
병정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우리를 못 쫓아내.
그래, 구름이 빠르게 흘러 태양을 비껴갔다…… 병정들의 열린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아무렇게나 빛났고, 아름다웠다.
―「럭키 클로버」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어도 네 마음을 사는 데 정신이 팔려 있던 어느 날이었다. 이제 막 겨울이 걸음마를 뗀 12월 초입이었는데도 안방 TV 속에서 맹꽁이가 맹꽁맹꽁 울던 날이었다. 아니, 사실 그 말에는 오류가 있었다. 매일 밤 내가 훔쳐본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맹꽁이는 맹꽁, 하고 우는 게 아니라 맹 또는 꽁, 하고만 울 수 있었으니까. 한쪽이 맹, 하고 울면 다른 한쪽이 꽁, 하고 울면서 서로의 울음과 침묵과 리듬을 조율했으니까. 혼자서는 절대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는 외롭고 소란한 동물.
―「밤의 반만이라도」

내 얼굴은 아직도 검은 화면 위에서 어른거렸다. 애비의 질문이 사라지지 않은 채 둥둥 떠 있었다. 어떻냐고? 나는 대답했다. 썰물 같아. 몸 안에 있는 모든 게 발끝을 향해 쏟아지고 밀려가는 것 같아. 애비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머리에서 명치로, 창자에서 발바닥으로, 포만감 같은 덩어리가 쓸려 내려가며 귀가 먹먹해졌다. 하강의 감각이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수를 잃고 영완 선배를 잃었을 때도 두 발 딛고 서 있었는데, 둘 모두를 잃은 공백을 다 합쳐도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상실에 못 미쳤다.
―「하와이 사과」

목차

■ 차례

김채원, 「럭키 클로버」
인터뷰 김채원×조연정
이선진, 「밤의 반만이라도」
인터뷰 이선진×이 소
이연지, 「하와이 사과」
인터뷰 이연지×소유정

작가 소개

김채원 지음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선진 지음

2020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밤의 반만이라도』가 있다.

이연지 지음

2023년 『릿터』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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