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탄

대산세계문학총서 186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지음 | 차윤석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3년 12월 28일 | ISBN 9788932042459

사양 소프트커버 · 변형판 130x200 · 488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사랑은 타고난 지배자였기에
그는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미와 에로스에 도취된 궁정서사시중세 독일 문학의 아방가르드 『트리스탄』 최초 완역

13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을 받는 독일 장편소설,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트리스탄Tristan』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6번으로 출간되었다. 『트리스탄』은 『파르치팔』과 더불어 독일의 2대 서사시로 꼽히며 중세 궁정 기사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기사문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웅적인 기사와 귀부인의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이 아닌, 그리스도교 문화에서 비윤리적인 주제, 사기 결혼과 혼외정사를 다룬다. 고트프리트는 금기시되던 연인들의 사랑을 사회적 관심사로 만들고, 작품 곳곳에 작가의 사랑론 · 문학론 · 정신분석학적 주석 등을 가미해 ‘육체의 본성’과 ‘도덕으로서의 명예’에 대한 성찰로 승화시키며 중세 문학의 아방가르드 역할을 했다.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 에피소드는 중세 문인들을 매료했을 뿐만 아니라, 바그너의 오페라, 현대의 영화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이 작품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중세 문화를 살펴보고 현대 유럽 문화의 원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중세 독일 문학의 아방가르드 『트리스탄』

『트리스탄』은 중세 독일 문학의 백미로 손꼽히지만, 중세 기사문학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웅적인 기사와 귀부인의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이 아닌, 그리스도교 문화에서 금기시되던 비윤리적인 소재, 즉 금지된 사랑인 불륜과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의 강력함을 다룬다.
고트프리트의『트리스탄』은 그 시대 다른 궁정 장편소설과 같이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소재를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작품 속 화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약 1160년에 고대 프랑스어로 쓴 토마스 폰 브리타니아의 앵글로 노르만 버전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고트프리트는 자신의 성찰이 담긴 사랑에 대한 해석과 주석 등을 달아 독자적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그려냈다.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 에피소드’는 중세 문인들을 매료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계속 변주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되었다.
그러나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은 트리스탄 문학의 전통에서 특별한 지위를 지닌다. 『트리스탄』은 비록 미완의 작품이긴 하나 전체 트리스탄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간주되며, 오늘날의 시각으로 볼 때도 다른 트리스탄 작품들보다 훨씬 미학적으로 정제된 아름다운 형식을 보여준다. 또한 내용의 측면에서도 사랑의 ‘행복과 고통’이라는 정반의 대립 구조와 여기서 도출되는 대칭적 병렬 구조를 띠고 있어서, 다층적이고 복잡한 상징이 발생한다. 그는 동시대 및 옛 민중어로 쓰인 문학뿐만 아니라 고대 라틴어로 쓴 고전, 종교문학으로부터 받은 영향들을 재가공하여 시적으로 독자적이고 통일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다의적이고도 비극적인 연애 소설을 만들어냈다.
또한 이 작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시 기준으로 금기시된 연인들의 사랑을 사회적 관심사로 만들었다. 작품 곳곳에서 피력하는 저자의 사랑론 · 문학론 · 정신분석학적 주석은 트리스탄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특징인데, 고트프리트는 이를 통해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육체의 본성’과 ‘도덕으로서 명예’에 대한 성찰로 승화시켰다. 이렇게 작품의 주제를 심화했다는 점에서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은 중세 장편 운문 소설의 아방가르드 역할을 했다.


21세기에 『트리스탄』 읽기 ― 최초의 한글 완역본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은 발표 당시, 고차원적인 언어 예술과 뛰어난 미학적 작품 구성으로 라틴어 문화로 대변되는 식자층이나 이런 문화를 모범으로 삼던 작가들에게는 큰 호평을 받았지만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인해 그리스도교 문화에 살던 청중에게는 거부당했다. 하지만 중세에 걸쳐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의 수용은 광범위했으며, 고트프리트의 문체와 언어 예술은 동시대와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중세 이후에도 여러 작가, 조형 예술가, 작곡가가 트리스탄 소재를 다루었는데, 특히 18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은 『트리스탄』의 주요 장면과 모티브(신의 심판, 추방, 사랑론)를 활용하고, 고트프리트의 작품을 새로 구성하거나 재가공했다. 그중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1865)는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예술 작품이다.
독일 중세 문학작품 중 현재 우리말로 완역된 것은 『니벨룽족의 노래』와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 두 작품밖에 없다. 『트리스탄』 역시 우리말 완역본은 이 책이 최초이다. 사실 중세 독일어 텍스트 번역은 원본 텍스트의 이해를 도울 뿐이지 운율이나 단어의 뉘앙스를 살리며 원문을 대체하는 번역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운문을 산문으로 바꿔 번역했으며, 또 독자들이 중세 유럽 세계를 이해하기 쉽도록 낯선 용어나 지명, 사회적 맥락은 각주를 달아 설명했다. 다소 어색할 수 있으나 독자가 아닌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구술문학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작중 화자의 어투는 다르게 번역했다.
이번에 출간된 대산세계문학총서의 『트리스탄』은 최초의 한글 완역본으로 그간 역사 속 지식으로만 접하던 중세 궁정 문화와 기사도에 관한 추상적인 설명을 좀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으며, 현대 유럽 문화의 원형을 제대로 이해하고,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중세 문화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몇백 년 동안 세계문학의 소재가 된 중세 유럽의 고전이 지닌 가치를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목차

■ 차례
1. 프롤로그. 이야기를 시작하며
2. 리발린과 블란셰플루어의 사랑
3. 충성스러운 루알 리 포이테난트
4. 트리스탄이 납치당하다
5. 사냥 실력을 드러내다
6. 젊은 예술가 트리스탄
7. 아버지와 재회하다
8. 트리스탄이 기사가 되다
9. 고향으로 돌아가 복수를 하다
10. 모롤트와 결투를 벌이다
11. 트리스탄이 궁정가인 탄트리스로 위장하다
12. 마르케왕의 신부를 구하러 떠나다
13. 용과 싸움을 벌이다
14. 트리스탄의 정체가 발각되다
15. 증거를 들이밀다
16. 사랑의 미약을 마시다
17. 사랑을 고백하다
18. 브랑게네를 희생양으로 삼다
19. 로테 연주 때문에 여왕을 빼앗기다
20. 궁정 집사장 마르도
21. 계책과 계책이 서로 부딪치다
22. 난쟁이 멜롯이 덫을 놓다
23. 과수원에서 위기를 맞다
24. 신의 심판을 치르다
25. 사랑스러운 강아지 페티트크레이우
26.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추방당하다
27. 사랑의 동굴
28. 마르케가 동굴에서 두 사람을 발견하다
29. 왕과 화해하고 되돌아오다
30. 흰 손의 이졸데

옮긴이 해설· 시대를 앞서간 중세 운문 장편소설 『트리스탄』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지음

13세기 독일의 대표적 운문 소설 『트리스탄』의 저자로 유럽 중세 문학사의 주요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중세 독일어로 쓰인 시문학 작품을 엮은 『마네세 가요 필사본』을 비롯해 전승된 여러 기록에 따르면 ‘마이스터meister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라고 불렸는데, ‘슈트라스부르크’는 그의 고향이나 활동 지역으로 보이며, ‘마이스터’란 칭호는 작가의 높은 교육 수준을 암시한다. 당시 유명 시인들은 기사 계급이나 귀족 출신이 많았던 반면, 고트프리트는 대성당 학교나 수도원 학교 같은 정식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시민계급으로 보인다.
독일 및 프랑스 궁정문학에 정통했으며, 높은 수준의 라틴어 교육을 받았고, 궁정 문화 · 음악 · 사냥술 · 법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했다. 이런 점 때문에 볼프람 폰 에셴바흐 등의 동시대 작가에게 현학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당대 궁정 사회뿐만 아니라 시인들은 그를 ‘대가’로 인정했다. 사망으로 『트리스탄』을 완성할 수 없었다는 기록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 완결하지 못했는지는 확실치 않고 1215년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윤석 옮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친 뒤 독일 뮌헨 대학교에서 중세 문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분도 통사』 편찬에 참여했으며,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1~15권)를 기획 및 집필했다. 번역서로 『그리스도교의 오후』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10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