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하이픈 (2023년 겨울)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3년 12월 5일 | ISBN 1227285X

사양 신국판 152x225mm · 120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 문학과사회 하이픈: 비평-대화(본문 발췌)

「자가진단으로서의 비평」 _강보원
독자 혹은 비평가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을 포함하여 때로는 보다 직접적으로 사회적일 수도 있는 여하한 현실적인 필요들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세계에 속한 내재적인 법에 의존하여 어떤 작품에 대한 사랑을 말할 때, 비평은 어떤 한 작품을 위해 아직 씌어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씌어질 수 없는 법을 창안하는 것이다. (p. 19)

「대화의 조건―『문학과사회 하이픈』 2023년 가을호를 읽고」 _최선교
논쟁이 진실을 밝혀내는 순간에만 의미가 있다는 전제가 수정된다면, 논쟁을 지켜보다가 중간에 나가떨어지는 사람이나 바로 직전에 발표한 자기 글의 주장을 완전히 바꾸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도 다양한 비평적 대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비평을 (즐겁게) 계속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대화의 방법을 더욱 많이 생각해야 한다. (p. 22)

「스캔들의 문학과 비평의 몫」 _심진경
문학은 현실의 일부일 뿐,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따로 존재하는 이름이 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오토픽션 트러블은 이러한 ‘문학-현실’의 맥락에서 벌어지는 문학 생태계의 변화를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pp. 48~49)

「라운드어바웃―전회 혹은 순환의 양상들」 _이지은
각각의 ‘전회’ 속에 제기되고 있는 ‘자본-문단-젠더’를 하나의 매듭으로 동시에 문제 삼지 않으면, 즉 권력이 어떻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공조하고 있는지 보지 않으면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각자의 방향으로 전회하여 흩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가 서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상대를 향해 가로질러 나아가 충돌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충돌의 다른 이름이 바로 ‘비평적 대화’일 것이다. (p. 66)

「돌봄에 대해 우리가 대화하지 않은 것들」 _강도희
비평 역시 이제는 문학에 재현된 돌봄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작품이 돌봄을 재현하는 방식, 기울어진 권력관계로 만난 두 존재가 그것을 전복하기도 하는 순간을 세심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지점들을 포착해야 한다. 가령 돌보는 대상을 향한 돌봄제공자들의 비-여성적인 욕망이나 무력함은 어떻게 상상될 수 있을지, 타자인 돌봄수혜자들의 목소리를 문학이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혹은 과거의 돌봄이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성을 포착한다면 어떠할지 등등…… 질문들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p. 81)

「연구 노트/단상―비평이라는 문학」 _윤재민
내가 포스트노블이라 무리하게 명명한 일본 문학비평의 한 특성은 분량이나 근대적 자아 혹은 주체 같은 장르적 통념을 염두에 둔 말은 아니다. 이보다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계나 규범을 넘나드는, 지적으로 두터운 산문적 흐름과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知)’를 추구하는, ‘문학적’ 욕망과 의지의 항구적인 움직임이다. (p. 91)

좌담 「서로의 목격자가 되어주는 우리
        ‘실종’당하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는, 우리」

김보경_비평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맞딱뜨릴 때 솔직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변은 우선 비평의 사회적 효능이 있는가 없는가 이런 문제에 앞서서 문학을 통해 삶과 사회를 이해하고 또 문학을 통해 발언하는 일이 제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저는 문학작품을 해석하거나 연구하거나 비평하는 작업이(물론 이 세 가지가 층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작품을 통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개입과 실천이라 생각해서, 그 과정에서 미적·지적 쾌락을 얻거나 사회적인 지식을 학습 및 생산하고 실천적 역량을 발휘하는 수행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p. 102)

백지은_문득, ‘우리’라는 말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걸 깨달았는데, 그게 어떤 주체적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자리들이라는 느낌이 먼저 있었어요. 저는 비평문에 ‘나’를 주어로 쓸 때 그것을 ‘우리’로 바꾸어 쓰고 싶을 때도 있고, 어쩌다가는 진짜 ‘우리’라는 주어를 쓸 때도 있는데, 그때 ‘우리’도 마찬가지로 어떤 자리를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자리는, 일인칭 ‘나’의 주체성이 확장된 자리가 아니라, ‘나’와 ‘너’와 ‘그’가 만나는, 모든 인칭이 서로 연결되는 매체성을 드러내는 자리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pp. 110~11)

소영현_제가 주목하는 에세이는 소수자와 타자의 정체성 기반 서사나 고통을 언어화하고 증언하는 서사로, 고백하고 있지만 기록하고 있는 서사들입니다. 이 서사들 자체가 현실을 해석하고 개입하며 재편하는 ‘비평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인데, 우리가 언급하고 있는 비평 작업을 통해 에세이의 ‘비평적’ 성격을 포착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에세이라고 말했지만 장르나 양식의 경계가 유연해지면서 문학과 비문학 식의 구분이 픽션과 논픽션으로 대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추동한 게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생각입니다. (p. 104)

홍성희_효능감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문학비평이 문학과 연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담론, 문학 분야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담론 들을 가지고 문학으로 들어오는 만큼, 문학 제도 안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성추행이나 편집자가 부당한 비난이나 질책을 감당하게 되는 상황, 여성 평론가가 어떤 관계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 배제되거나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배당받는 상황, 성별 외에도 직위나 이력, 경력 등에 따라 만들어지는 위계에 의해 ‘대화’의 구도가 애초에 일방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양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더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종류의 효능감도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의 효능감은 제도를 비판함으로써 제도로서 작동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비판하는 게 되기 때문에 어떤 성취감보다는 반성적 태도에 가까이 놓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고요. (p. 102)

조연정_“비평하는 나가 단독적이고 개별적이며 독립적인 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씀에 동의해요. 나아가 개인적으로 성찰을 좀 해보자면 비평을 쓸 때의 ‘나’는 ‘나’를 구성하는 무수한 것 중 일부만을 염두에 둔고 있는 것 아닌가 고민이 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다분히 전략적인 태도였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의 이야기들을 말하고 서로 경청하고 질문하고 목격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 105)

▶문학과사회 144호 (2023년 겨울) 보기

목차

■ 차례

| 하이픈 | 비평 – 대화
강보원 자가진단으로서의 비평
최선교 대화의 조건―『문학과사회 하이픈』 2023년 가을호를 읽고
심진경 스캔들의 문학과 비평의 몫
이지은 라운드어바웃―전회 혹은 순환의 양상들
강도희 돌봄에 대해 우리가 대화하지 않은 것들
윤재민 연구 노트/단상―비평이라는 문학
[좌담] 김보경·백지은·소영현·홍성희·조연정 서로의 목격자가 되어주는 우리
‘실종’당하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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