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신漁神을 찾아서

장웨이 소설선

장웨이 지음 | 최창륵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3년 10월 27일 | ISBN 9788932035369

사양 변형판 130x195 · 454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산들은 참으로 많은 신비한 비밀들을 감춘 채
우리가 찾아내 파헤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생태주의 문학의 효시, 장웨이
산골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그린 대자연의 위엄과 인간

자연의 힘을 믿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중시하는 현대 중국문학의 거장, 중국 생태주의 문학의 효시 장웨이(張煒, 1956~ )의 작품집 『어신魚神을 찾아서(寻找魚王)』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장웨이는 진지한 문제의식, 예술적 감수성과 문학적 형상화, 서사력, 문체의 완성에서 두루 최고의 성취를 보여주는 소설가로, 그의 작품에는 대자연의 아름다움, 고도성장기 중국의 시대상과 인간 욕망의 비루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참회가 담겨 있다.
‘개혁개방’ 초기의 시대적 변화와 젊은 세대의 열망을 담고 있는 「원두막의 밤」은 소박하면서도 익살스런 언어로 구수한 흙냄새를 풍긴다면, 중국 인민의 집단적 수난사와 개인의 인생담을 아우르며 바닷속 세상이라는 유토피아를 그려낸 「바닷가 호루라기」의 낭만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문체는 바다의 냄새, 혹은 요정의 언어를 닮았다. 한편 최근작인 「어신漁神을 찾아서」는 간결한 문체와 담담한 어조로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 근접해 있는 인간의 정과 소망을 그려내 산과 물이 아우르는 노숙함과 친근함이 배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세 작품은 작가가 직접 고른 초 ‧ 중 ‧ 후반의 대표작으로 서로 다른 문체적 특징과 영혼의 빛깔을 띠며 장웨이의 인간관과 자연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산골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그린 대자연의 위엄과 인간
「어신을 찾아서」

장웨이 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테마 중 하나는 만물의 조화로운 삶이다. 자연을 이루는 한 구성원이면서 자연의 주재자인 양하는 인가의 오만과, 만물을 파괴하는 세태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집조차 드문드문한 깊은 산골에 사는 ‘나’는 아버지가 말라붙은 개울에서 주워 왔던 손가락만 한 미꾸라지의 비릿한 냄새를 평생 잊지 못한다. 밥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산골에서는 귀한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되는 것만이 부자가 되는 길이기에, ‘어신魚神’의 전설을 들은 ‘나’는 그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어신을 찾아내 제자가 되기도, 또 뒤를 이어 어신이 되기도 쉽지 않다. 아버지와 함께 산속을 헤매며 힘들게 어신을 찾아내지만, 노인은 한사코 어신이 아니라고 하는데, 하지만 ‘나’는 노인 곁에 남아 그의 양아들이자 제자가 된다. 노인은 마땅히 교육을 해주지는 않지만 ‘나’는 몇 년을 곁에서 함께 살며 자연스럽게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해간다. 또한 탐욕과 질투로 얼룩진 산속 두 어신 집안의 사연과, 그 과정에서 희생된 후세대의 애절한 사랑, 살아남기 위해 숨어 살 수밖에 없었던 노인의 사연을 듣게 된다.
이 작품은 일찍부터 인간과 자연의 관계, 욕망의 문제 같은 철학적 · 우주적인 테마를 사유했던 장웨이의 사상가적 면모를 보여준다.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동시에 인간의 탐욕이 이 작품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자연의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사람들은 몇몇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을 어신이라고 추앙했으나 그것은 사람들의 관점일 뿐이고, 어신은 물고기를 잘 잡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이 모든 산의 생태계를 지키는 존재인 것이다. 우주 삼라만상과의 조화로운 삶을 중시하는, 중국 생태주의의 효시로 주목받은 장웨이의 인간관과 자연관이 잘 성숙하여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20세기 후반 변혁기 중국
성찰과 풍자, 서정성으로 버무린 그들의 초상
「바닷가 호루라기」「원두막의 밤」

10대에 문화대혁명을, 20대 초반 신시기의 풍운을 겪은 장웨이는 당시 중국의 사회 모순과 시대상을 비판하고 ‘인간에 대한 성찰’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했다. 동시에 고전적 테마를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며, 근대문학이 달성한 고전적 의의와 그것의 초월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바닷가 호루라기」는 마오쩌둥의 주도하에 1958년부터 1960년 사이에 벌어진 중국의 ‘대약진 운동’을 배경으로 온갖 수난을 겪는 한 바닷가 마을의 처참함을 기록하고, 환상적인 요소로 휴머니즘을 담아낸 작품이다. ‘대약진 운동’은 마을 사람들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모든 식품과 재산을 공유하고 획기적인 과학 발명과 생산 혁신을 이루고자 한 사건으로, 이 시기 중국은 무리한 국가 경제 건설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촌락 등 사회 기층조직에서는 공산주의 사회를 신속히 이루기 위해 집단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는 인간적인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거짓 보고와 충성을 조장하여 심각한 경제적 파탄을 초래했으며, 그 결과 2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아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작품에서는 배고픔에 못 이겨 피신한 사람들을 모두 품어주는 너른 자연(바다)을, 그리고 사회적 틀에서 벗어난 주인공의 근원적인 인류애를 판타지적인 요소와 함께 표현했다.
「원두막의 밤」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초기 경제 체제 전환기의 혼란과 신(新)-구(舊) 세대의 갈등과 융화,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을 발랄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던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장웨이의 소설은 농어촌 사회의 모습, 자연과 환경의 파괴, 하층민들의 고난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장웨이는 개인의 이야기와 공동체의 역사적 체험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심미적 형식, 중국 현대사의 극적인 대목을 이해하는 효과적인 매개로서의 알레고리, 인간 본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 세 작품에서는 모두 인간들이 다른 인간에게 주는 위안과 온기(溫氣)로서 어려움을 극복해낸다. 그 근저에 흐르는 것은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본질적인 휴머니즘이다.


■ 본문 속으로

왜 스승님이 물고기를 더 많이 잡지 않는지, 더 큰 물을 찾아가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나는 큰 물고기가 많이 필요해. 많을수록 좋아! 나에게는 물고기가 전부야! 나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태어났고 이 산지대를 통틀어 누구도 비길 수 없는, 유일한 ‘어신’이 되고 싶단 말이야”였다. [……] 마음만 먹으면 노인은 매일이라도 큰 물고기를 먹을 수 있었지만 왜 그리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노인의 고른 숨결과 고양이가 가볍게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정말로 ‘어신’을 찾기는 한 걸까?(「어신을 찾아서」, 74~75쪽)

밤이면 노인은 자다 깨고, 깨었다 자곤 했다. 낮에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깨어나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곤 했다. “산사람은 반드시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단다. 하나는 독이 있는 물고기이고, 다른 하나는 독버섯이란다. 쉽지가 않지.” “그녀는 늘 몰래 찾아와 날 엿보곤 했단다. 도무지 피할 수가 없었지. 그녀는 늘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무릇 사람은 어른의 손을 잡고 3리를 가고 자기 스스로 7리를 가는 법이란다. 사람의 한생이란 그렇게 10리다.” “하느님이 갈라놓은 사람은 함께 살 수 없는 거란다. 우리는 산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을 수밖에 없었지.” “이 아이를 그냥 두고 가자니 심히 걱정이구나. 고양이도 마찬가지지. 둘 다 아직 어리니.” (「어신을 찾아서」, 137쪽)

나중에 그 작은 배가 숲속에 정박하자 그들은 작은 움집을 지었고 여러 해 동안 그것을 구심점으로 에워싸고 돌았다. 만약 그러한 삶이 계속되었다면 그들은 아이를 낳았을 것이며, 더 많은 움집들이 새로 모여들어 나중에는 마을로 변했을 것이며, 그보다도 더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면 다시 도시로 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새로운 벌집이 탄생하여 수백 년이 지나고 나면, 그 누구도 벌집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그것은 한낱 두 젊은이의 선택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 선택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자유를 빼앗고 말 것이다.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일이다. 이 무궁한 우주에서 인간은 결코 자신의 선택을 멈추거나 끝내서는 안 된다. (「바닷가 호루라기」, 307쪽)

목차

■ 차례
어신魚神을 찾아서
산속의 외딴집 | 개코와 비린내 | ‘눈요기 요리’와 ‘목어’ | 큰 뜻을 세우다 | 아빠의 꿈 | 가마우지의 후손 | 형형한 눈빛 | 고양이와 ‘간바’ | 눈 내리는 날의 술 향기 | ‘한수’와 ‘수수’ | 스승님의 내력 | 붉은 지느러미 물고기와 얼룩무늬 물고기 | 원수 집안의 내력 | 큰 주둥이 물고기 | 미끼와 그 아이 | 잊을 수 없는 겨울 | 푸른 안개가 감도는 곳 | 늙은 어신과 젊은 족장 | ‘인어’와 물속의 거리 | 수중 동굴의 검은 그림자 | 작은 돌집에서 | 어신의 정체
바닷가 호루라기
원두막의 밤

옮긴이 후기

작가 소개

장웨이 지음

산둥성 룽커우시에서 태어났다. 고교 진학 대신 고무공장에서 일했으며, 나중에 중등교육과정을 이수한 뒤에도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단편소설을 발표해온 장웨이는 「음성(聲音)」(1982)과 「어떤 맑은 연못(一潭淸水)」(1984)이 중국작가협회 주최 전국우수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즈음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소설 · 시 ․ 평론 ․ 시평 등 다방면의 작품을 발표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만물의 융화를 강조하고 고도성장기 중국의 사회 모순과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시대상을 비판하는 단편을 주로 써온 장웨이는 1986년 첫 장편 『고선(古船)』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홍콩의 권위 있는 시사지 『아주주간(亞洲周刊)』 선정 ‘20세기 세계 100대 중국어 문학’에 선정되고 프랑스 문화과학센터 대입 교재로 채택되었다. 2010년, 20여 년 만에 탈고한 장편 『그대는 고원에(你在高原)』(전 10권)는 『아주주간』 선정 ‘2010년 세계 10대 중국어문학’ 1위에 오르고 중국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여러 작품으로 중국 국내외에서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근대문학이 달성한 고전적 의의와 그것의 초월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장웨이의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영국 · 독일 · 프랑스 · 일본 ·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최창륵 옮김

연변대학교 조선언어문학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석사 ·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변대학교 조선어학과와 난징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부교수를 역임했고, 2018년부터 난징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리얼리즘과 한국근대문학』(난징대학출판사, 2011)이, 옮긴 책으로 『중국문학 속의 한국』(소명출판, 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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