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봤지 않소,
그 어떤 권력도 결백하지 않아.”
평생에 걸친 사랑, 정치 권력의 잔인함에 대한 초상
인류애와 용기의 예술가, 행동하는 거장 리바넬리의 대표작
튀르키예의 행동하는 양심 쥴퓌 리바넬리의 대표작, 장편소설 『세레나데Serenad』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5번으로 출간되었다. 『세레나데』는 전쟁의 혼란 속에 국가와 정치 권력이 자행한 악행을 추적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13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고 독일과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보스턴 글로브』 “독자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책”, 『팝매터스』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열네 살 아들을 혼자 키우며 대학에서 일하는 마야는 튀르키예를 찾은 독일계 미국인 노교수 막시밀리안 바그너를 수행하는 업무를 맡는다. 일정의 마지막 날, 바그너 교수는 혹한의 날씨에도 흑해 방문을 고집하고 두 사람은 해안가로 향한다. 차가운 파도 앞에서 바그너 교수는 돌연 바이올린으로 곡조가 반복되는 세레나데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온몸이 얼어붙어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마야는 바그너 교수와 동행하며 전쟁 중 자행된 박해와 학살,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동조한 여러 국가의 과거를 듣고는 경악한다. 잔인한 인류 역사의 이면을 되짚고 국가 권력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간 속에서 마야는 잔혹한 가족사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 마침내 진실을 마주한 마야는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세상에 저항하기로 결심하고 바그너 교수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전쟁의 혼란 속에 국가가 자행한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침묵
인류의 잔혹성에 대한 감동적이면서도 지적인 비판. 『애심토트 매거진』
『세레나데』는 쥴퓌 리바넬리의 작품 가운데 정치 권력에 대한 비판과 반전 평화주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소설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듯이, 튀르키예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전시 필수 광물인 크롬을 납품하면서도, 나치의 박해와 학살을 피해 망명처를 찾던 유대인 교수들과 지식인들을 받아들였고, 튀르키예 국립대학교와 국가기관에서 일하게 했다. 튀르키예의 서구화, 현대화를 이끌어갈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대인 난민을 태우고 표류하던 스트루마호에는 너무나도 정치적이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보였고 끝내 그들을 저버렸다.
마야와 오빠 네즈뎃 대령 간의 대화에서도 그간 튀르키예 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실제 사건들이 언급된다. 2차대전 당시 튀르키예 정부는 중립을 선언하고도 내심 독일의 승리를 기대했고, 크림반도의 튀르키예계 민병대 ‘푸른 연대’가 독일 편에서 러시아와 싸우도록 비밀리에 지원했다. 그러나 독일의 패전 후 러시아가 ‘푸른 연대’를 반역죄로 처벌하고자 신병 인도를 요구하자, 튀르키예 정부는 그들을 러시아에 넘겼고, 국경을 넘자마자 전원 처형당한 역사적 진실이 이 작품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리바넬리는 튀르키예 정부의 이러한 이중성에 대해 숨김없이 묘사하면서 정치 권력과 국가에 대한 비판과 의구심을 작품 곳곳에서 드러낸다.
튀르키예 국민 작가 리바넬리의 대담한 묘사와 비판적 사유
리바넬리는 매우 강하고 두려움이 없는 심오한 내레이터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쥴퓌 리바넬리는 액자 구조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중요한 대목에서 주의를 환기하거나 긴 호흡을 조율하면서 지치지 않고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세레나데』에서도 바그너 교수의 과거 회상 부분(‘막시밀리안과 나디아에 관한 이야기’)이 액자 구조 형식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덕분에 바그너 교수의 과거 기억이, 나디아와의 애절한 사랑이 눈앞에 그려지듯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며 진실성이 전달된다. 이 장면들에 등장하는 사건은 대부분 실제 사건이며, 인물들 또한 실존했다. 리바넬리는 방대한 양의 사료를 수집하고 고증을 거쳐 이 역사적 진실을 재구성해냈다.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어떤 권력도 결백하지 않다’라는 내 생각을 바꿔보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정치판을 떠났다.” 튀르키예 국회의원과 유럽의회 의원까지 역임한 쥴퓌 리바넬리가 현실 정치의 한계를 깨닫고 정계를 떠난 후 밝힌 소회이다. 50년 넘게 음악가로서, 40년 넘게 작가로서 작품 활동에 매진하며 내린 답은 결국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바넬리는 음악과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거쳐, 이제 문학으로써 세상을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활동을 정리하고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세레나데』가 출간된 2011년, 작품 속에서 언급된 아르메니아인 학살, 푸른 연대, 스트루마호 사건 등 역사 속에 묻혔던 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 이 작품에 쏟아진 찬사들
리바넬리는 매우 강하고 두려움이 없는 심오한 내레이터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훌륭한 스릴러인 이 책은 튀르키예의 현재를 들려주기 위해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쥐트도이체 차이퉁』
학살에 대한 튀르키예와 서방의 책임을 폭로하려는 리바넬리의 열정은 힘이 있다 [……] 잊기 어려운 작품이다. 『커커스 리뷰』
사랑, 상실, 정체성에 관한 매혹적인 소설 […] 비극적인 과거를 받아들이는 남자와 튀르키예의 유산을 받아들이는 여자의 모습을 담은 이 초상은 개방성과 관용을 강력히 호소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평생에 걸친 사랑에 관한 감동적인 책.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
엄청나게 스릴 넘치는 소설. 『더 프레스』
인류의 잔혹성에 대한 감동적이면서도 지적인 비판. 『애심토트 매거진』
튀르키예를 아름답게 만드는 모든 것에 대한 찬사일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인들이 겪는 고통과 과거를 받아들이고 살기 좋은 미래를 건설하는 데 직면한 복잡한 어려움에 대한 찬사. 『팝매터스』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롭고 유익하다. 『슈투트가르터 차이퉁』
클래식처럼 읽는 교향곡.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이 책은 사랑 이야기, 문학적 미스터리, 문화 간 탐구, 깊은 상실의 본질에 대한 명상이자 전쟁 서사시이다.『워싱턴 인디펜던트 북 리뷰』
■ 책 속으로
“[……] 오스만제국이 멸망하자 어떤 사람들은 발칸반도에서, 어떤 사람들은 캅카스에서, 또 어떤 사람들은 중동에서 왔어. 모두들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아홉 곳이나 되는 전선에서 싸웠던 사람들이지. 그래서 가족이나 가문이 뒤죽박죽이 된 거고.”
“맞아, 그래도 우리는 이 모든 사람을 튀르키예인이라고 부르잖아!”
“민족의 개념이 아니라, 튀르키예인이라는 단어는 학살에서 살아남아 아나톨리아반도로 피신해 온 사람들의 공동체를 말하는 거야. 새로운 인생, 새로운 국가, 새로운 국민.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튀르키예 민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186쪽)
“모든 권력이 살인을 자행한단 말씀이신가요?”
“그럼요! 집권은 탄압이지요.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그럼 좋은 사람들이 집권을 하면요?”
“그런 일은 없어요!”
“왜요?”
그는 고통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좋은 사람들은 권력을 잡을 수 없어요. 권력을 잡았다고 해도 권력이 그 사람들을 물들게 하고, 잔인하게 만드니까요.” (285쪽)
몇 세대 이전, 이 땅에서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세상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불과 지난주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던 수많은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60년 전에 일어난 일들이 이젠 남의 일이 아니었다. (317쪽)
당시 팔레스타인은 영국이 점령하고 있었고, 아랍인들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으로의 유대인 이주를 제한하던 상황이었다. 영국은 튀르키예 정부에 스트루마호가 계속 항해하지 못하게 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넣고 있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승객들 중에 스파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고, 전시에 이 유대인들을 수용하면서 위험 부담을 안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국가 간 힘의 충돌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인간의 행복은 파워게임 사이에서 그저 가련한 하나의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392~93쪽)
그가 보스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마침내 편지가 그에게 전달되었다. 만약 의사들이 그 편지에 대해 사전에 알았더라면 편지가 전달되는 것을 틀림없이 막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편지를 읽고 난 뒤,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어두운 내면의 세계로 빠져버렸고, 그의 정신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눈이 창밖을 향해 있었고, 잠꼬대하듯 계속 중얼거렸다.
“갈게!” 그가 말했다. “갈게 나디아, 갈게.”
그러고는 편지에 적힌 세레나데를 기억해내려고 했다. 하지만 뒤엉켜버린 기억의 심연에서 단 한 장의 악보도 꺼내지 못했다. (409~10쪽)
집단 학살이었다, 이 사고는. 영국, 루마니아, 독일, 튀르키예, 구소련 정부가 합작해서 769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했고,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하고 덮어버린 사건이었다.
이래서 막시밀리안이 “어떤 정부도 무죄일 수 없다!”라고 했던 것이다. (443쪽)
■ 차례
세레나데
막시밀리안과 나디아에 관한 이야기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에필로그
옮긴이 해설 · 문학작품과 음악으로 저항하고 호소한 튀르키예 국민 작가이자 음악가 리바넬리
작가 연보
기획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