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하이픈 (2023년 가을)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3년 8월 31일 | ISBN 1227285X

사양 신국판 152x225mm · 120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 문학과사회 하이픈: 대화-비평(본문 발췌)

「두께만큼 깊은」 _홍성희
비평의 윤리는 윤리를 말하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윤리를 말하는 자리 자체를, 윤리를 말하려는 욕망 자체를 스스로 살펴가는 과정에도 놓여 있을 것이다. (p. 22)

비평은 문학장의 문제들에 대하여 꾸준히, 흡족함 없이도 거듭, 책임을 져갈 수 있을 것이다. 비평이 특별히 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비평의 일이고 비평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위치이며 동시에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비평의 성취보다 태도를 믿는다. 그 믿음의 자리에서 비평은, 문학은 내내 위험하기를. 누군가의 위태가 누군가의 안전이 되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도 당연시되지 않는 자리가 이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에 비평은 있다. (p. 24)

「비평(非平)한 비평(批評)―비평의 경량화에 대한 비판과 옹호」 _성현아
비평가는 스스로 예속된 주체임을 인식하며 동시에 그 예속화에 저항해야 한다. 작품과 밀착하되 납작해지거나 매끄러워져서는 안 되며, 무엇이든 붙들고 지연시켜 깊이 살필 수 있도록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비평이 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러한 날 섬이 내부를 향하기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자기비판과 자기반성으로는 결코 예속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점까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운 날들을 활용해 다른 비평과 맞물리고, 서로를 할퀴어 변형하기도 하며 엉키어야만 새로운 곳까지 나아갈 수 있다. 적극적으로 논쟁하고 얽혀들어 여타의 비평과 마찰해가며 예리함을 벼려 균열적인 겹침을 창출하려는 시도들은 더 많아져야 할 테다. (pp. 38~39)

「’독자-비평(가) 공동체‘를 위한 제안」 _최다영
언제나처럼 우리는 대안의 가능성에 대해 상상하고 토론할 여지를 일축해버리는 회의주의, 냉소주의, ‘무용론’의 되풀이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비평은 동시대의 해석을 역사적 사건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이라는 언급이 암시하듯이 지금 일어나는 사건을 가시권 안으로 역사화하고 그 계보를 매 순간 새롭게 갱신해나가는 작업은 곧 정치의 발명과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때 대화와 비판, 응답의 과정들은 동료의 생존권을 탈취하는 데스 게임의 한 방식이 아니라 비평가 공동체의 공생 조건으로, 더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비평을 욕망하게 하고 비평장 자체의 규모를 확대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다. (pp. 49~50)

「비평 이후의 비평―2020년대 문학적 의제의 흐름과 지형」 _최진석
한편으로 2010년대 만들어진 사회적 의제들, 곧 정치적 정의와 경제적 불평등, 젠더와 소수자 차별 등은 여전히 한국에서 미완의 과제로서 남아 있기에 계속 추구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팬데믹이 불러낸 인류세와 기후 위기의 상관적 문제의식, 그 영행 아래 야기된 이전 의제들의 복잡화 등은 예전과는 다른 관점과 해법을 요구한다. 명확히 비평은 담론과 텍스트의 경계 내부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왔듯, 그것은 현실과 사회적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추이를 통해 자신의 의제를 결정하고 글쓰기를 실행해왔다. (p. 55)

「사라진 한국문학봇과 챗-비평의 시대」 _노태훈
지금 한국 문학비평에 대화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 대화는 기존의 담론이 형성되는 구조와는 조금 달라져야 할 것이다. 대화의 형식이 얼마나 다채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감안하면 현재 비평장의 대화들은 다소 경직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방식의 비평적 행위가 가진 의미들을 인정하되 과감한 대화의 형태를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때때로 그것이 무리하고 과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 시도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p. 75)

「비평의 오물―물빝을 휘저으며」 _이은지
그동안 주로 ‘여성 평론가의 불안’으로 한정되어 발화되어왔던 것들은 ‘평론가의 감정’이라는 보다 넓은 범주에서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비평을 비평이게 하는 것이 정작 비평을 수행하는 평론가를 구속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는지, 비평과 평론가 간의 관계에 부당한 측면은 없는지, 그것이 달리 설정되어야 한다면 어떠해야 하는지, 그러니까 그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p. 84)

좌담 「대화, ‘지금-여기’의 비평을 향해」
강경석_저는 지식인 평론가 시대가 끝났다는 반복된 주장에서 오히려 ‘지식인 평론가 시대’에 대한 모종의 향수 같은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그런 대별 구도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양자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늘 동행해왔던 게 아닐까 싶어요. 어떤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들이 이런저런 유형으로 반복되는 것도 비평사의 초기부터 지속되었던 것 같고. (p. 101)

강동호_돌이켜보면 현재의 비평을 비판하던 선배 세대도 비슷한 비판을 겪으면서 성장했을 테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기성세대로 편입되면 ‘요즘 비평은~’과 같은 말을 하게 되는 거죠. 결국 기존 세대의 발화 방식을 유사하게 반복하게 되는 상황이긴 한데요. 한편으로는 제가 이제 기성세대 나이대에 근접하게 되면서 하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러한 인식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웃음) (p. 101)

김나영_누구나 작품을 읽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직업으로 비평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읽고 첨예하게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평론가들 간의 대화나 문학비평이라는 작업이 그 밖의 상황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속도도 그렇고 방법도 그렇고.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새로운 작품들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해야 하는 것. 일차적으로는 그런 속도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p. 102)

박혜진_요즘 흥미롭게 찾아보는 주제 중 하나가 ‘객관주의objectivism’예요. 현대 철학사에서는 그다지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제 생각에도 약점이 분명한 이론 같아요. 그래도 저는 이 객관주의라는 것이 동시대적인 개념으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주관화되고 상대화된 사유 체계라는 것이 극단화된 지금은 최소한의 공통 현실조차 너무 쉽게 무시되는 것 같거든요. 객관주의를 현실에 적용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거부하게 되는 것이 빠른 속도일 거예요. 객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으로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거부하는 것을 유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작품을 판단하는 것에도 이런 태도는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p. 102)

김건형_지금 평로가들이 역사의식 없이 쓴다는 것에 전 정말 동의하지 않고, 문학 바깥의 어떤 다른 연극계나 웹 문학이나 영화나 여성학이나 퀴어학이나 이런 것들과 접촉하면서 지금 한국문학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가늠하면서 쓰고 있는 것 같거든요. 오히려 역사의식이라고 하는 것 혹은 비평의 메타적인 자의식 이런 것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비평무용론이나 비평에 대한 메타적인 비판들, 지금 비평의 한계 이런 것들을 문제 삼는 글들의 공통점이, 그 좋은 비평의 전범이 무엇인지를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그 좋은 상태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않고 뭔고 부정신학적으로 없다고만 계속 얘기를 하는 게 좀 서운한 면이 있죠. (pp.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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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차례
| 하이픈 | 대화 – 비평
홍성희 두께만큼 깊은
성현아 비평(非平)한 비평(批評)―비평의 경량화에 대한 비판과 옹호
최다영 ‘독자-비평(가) 공동체’를 위한 제안
최진석 비평 이후의 비평―2020년대 문학적 의제의 흐름과 지형
노태훈 사라진 한구구문학봇과 챗-비평의 시대
이은지 비평의 오물―물밑을 휘저으며
[좌담] 강동호·강경석·김건형·김나영·박혜진 대화, ‘지금-여기’의 비평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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