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대로 오늘부터 나한테 사춘기가 온 걸까?
평범한 일상에 찾아든 뜻밖의 사건 앞에서
자신의 속도로 성장해 가는 십 대들의 경쾌한 사춘기
『나 혼자 사춘기』는 사춘기에 들어선 한 소년의 마음이 성장하는 과정을 ‘손편지’라는 실마리 하나로 능숙하고 흥미롭게 그려낸 수작이다. 어느 날 친하지도 않은 여학생한테서 손편지가 온 사건 하나로 현실과 환상을 분방하게 넘나들며 사춘기 소년의 심리와 감정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냈다.
_이경혜, 황선미, 최나미(심사평에서)
친구야, 마음이 하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니?
우리 아동문학의 선구자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19회 수상작 『나 혼자 사춘기』가 출간되었다. 수상자 오늘 작가는 제3회 목일신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동화를 발표한 데 이어 두 번째 작품 『나 혼자 사춘기』로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며 필력을 인정받았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같은 반이지만 친하지도 않은 여자아이한테 손편지를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만화적이고 신선한 캐릭터, 현실적 실감이 나는 판타지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십 대 초반 아이들의 로맨스, 현실과 판타지에서 만나게 되는 자신의 모습, 늘 나의 편이 되어 주는 부모와 친구 사이의 관계 등이 씨실과 날실을 엮듯 촘촘하게 직조되어 그 또래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아이나 어른이나 다를 것 없이 존재하는 마음의 진심을 들여다보는 돋보기를 지닌 듯 작가는 작은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통해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의 심리와 성장을 섬세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을 보내고 있는 현우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들이닥친다. 요즘 세상과 어울리지 않게 집 우편함에 손편지가 날아들고, 그 내용은 싱겁기 그지없다.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던 정하나, 친하지도 않은 아이가 올해도 같은 반이 되어서 신기하다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정하나는 왜 현우에게 편지를, 그것도 손편지를 보낸 걸까? 같은 반이 되는 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뭐가 신기하다는 것인지 편지에 담긴 의미를 곱씹을 틈도 없이 현우에게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온다. 사촌 동생 수장이가 예고 없이 놀러 오는 바람에 미처 감추지 못한 손편지를 사수하기 위해 현우는 몸을 날리고 수장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이 사소한 사건은 더 큰 일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되어 현우를 예상치 못한 세계로 끌어들인다.
누구나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어. 그 앞에서 용기를 잃지 마!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이 자라나고, 어른들의 행동과 말이 다 옳지 않다는 걸 알게 될 즈음 현우에게도 엄마 아빠를 향한 나름의 근거 있는 반항심이 싹튼다. 그리고 “나도 엄마 아빠 바꾸고 싶다고! 베프 같은 엄마 아빠로.” 무심코 뱉어 버린 이 한마디 때문에 갑자기 티브이 화면에 나타난 왕천사, 킹천사와 부모님을 두고 잘못된 거래를 하고 만다. 그 거래가 잘못됐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취소하고 싶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고, 현우는 그 거래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앞에서 손쓸 틈도 없이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현우는 예상치 못한 사건 앞에서도 자신다움을 잃지 않고 흥미진진한 여정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잘못된 거래의 주인공이 된 엄마 아빠와 함께!
거래 취소를 거절당한 현우 앞에 엄마 아빠는 거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니,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우가 작아진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유가 뭐가 됐든 15센티미터로 작아진 아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엄마 아빠의 캐릭터는 생생하고 인상적이다. 작아진 아들을 위해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곳곳을 손보고, 또 작아지기 전 145센티미터인 아들, 더 커지는 것도 바라지 않고 딱 145센티미터로 돌아오길 매일매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엄마 아빠 덕분에 평온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현우 앞에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정하나의 손편지에도 답을 해야 하고, 사촌 동생 수장이와도 화해해야 하고, 무엇보다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체념과 희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왕천사와 킹천사가 현우를 찾아왔다. 두 천사는 시원한 해결책을 가지고 온 것일까?
홀로 작아진 현우는 가끔 좌절하기도 하지만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점점 자신에 대해, 상대방에 대해, 세상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고, 지금까지는 흘리듯 지나쳤던 내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 간다. 한 차례 홍역을 앓듯 지나가는 사춘기라는 시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현우를 중심으로 전복적인 사고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부모님, 학교, 이성 친구 등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작가는 특유의 유머 감각과 상상력으로 유쾌함과 진중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속도감을 적절하게 유지해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 판타지의 공간과 인물들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현우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불러내고 있다.
차례
1. 나 혼자 풀고 싶은 문제
2. 나 혼자 팀이 저지른 일
3. 나만 작아졌을 때 베프는 누구?
4. 나 혼자만의 베프
5. 봄날 마음에 부는 바람, 위시
6. 우리는 비대면 프렌드, 비프!
7. 나 혼자 풀 수 없는 문제
8. 새로운 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