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안아 보고 싶다.”
지금은 곁에 없지만 항상 함께하고 있는 존재들,
기억과 그리움으로 그들을 만나다!
■ 떠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기억하고 추억하며 나누는 인사
소외되고 버려지고 아픔이 있는 곳을 외면하지 않고 단단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 오고 있는 전미화 작가의 신간 그림책 『어딘가 숲』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한때는 늘 함께했던 친구 같은 존재인 개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담았다. 상실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작가는 어느 날 다가온 부재를 애써 외면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내면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텅 비었던 마음을 그리움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일상을 나누던 소중한 존재들이 떠나가고 그 자리엔 쓸쓸한 흔적들만 남아 있다. 그 흔적들을 볼 때마다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는 흔적과 그 너머에 있는 시간들은 점점 하나로 섞이고 커져서 소용돌이친다. 그리고 개들과의 시간이 묻어 있는 숲속에서 추억과 기억은 더욱 또렷해진다. 숲을 보며, 하늘을 보며 그 안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개와 숲속에서 각각의 시간을 살았던 고라니, 멧돼지 등 다른 동물들과도 조우하게 된다.
기억해 주는 것이 고마웠던 것일까? 마치 그들은 잘 지낸다고 인사를 하러 나오는 것처럼 사뿐한 발걸음으로 찾아온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을 때 비로소 안도감에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된다.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는 또다시 아름다운 만남과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이다.
■ 소중한 모든 순간들의 기억에는 회복하는 힘이 있다
언제나처럼 숲과 하늘, 자연은 항상 묵묵히 그 자리에서 찾아오는 모든 생명들을 반기고 환대해 준다. 살아 있는 것이나 생명의 소임을 다한 것이나 모든 존재들을 품고 보살핀다. 숲은 상실과 슬픔 앞에서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기꺼이 그 품을 내어 주며 회복의 시간을 기다려 준다. 무성한 숲과 광활하고 청명한 하늘은 맞닿을 수 없는 것처럼 떨어져 있지만 그 사이에 사람과 동물과 생명의 존재들을 연결해 주며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해 준다. 서로 보듬고 아끼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 흑백과 컬러의 대비로 그려낸 명징한 세계
전미화 작가는 색의 대비를 통해 그리움과 상실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더욱 강렬하게 보여 준다. 사랑하는 개를 만나고 싶고, 그리워하는 장면들의 감정선은 슬픔을 누르듯 흑백의 그림들로 채워진다. 덤덤한 듯 보이지만 마음은 이미 절망의 심연이 가득 차 있다. 그 끝에서 지금은 곁에 없는 동물들이 나란히 나란히 다가오는, 병풍처럼 펼쳐지는 장면은 뭉클함과 숙연함을 동시에 안겨 준다. 흑백과 대조적으로 펼쳐지는 선명한 사계절이 연상되는 숲속의 동물들은 ‘안녕하다’라는 인사를 건네는 듯 자유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