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다 2022

신이인, 안태운, 윤은성, 윤혜지, 임유영, 임지은, 조용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 ISBN 9788932040639

사양 변형판 128x205 · 208쪽 | 가격 7,000원

수상/추천: 문지문학상

책소개

“시인은 동시대가 소유한 이름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을 발명하는 존재다”

2022년 한국 시의 빛나는 현재와 미래를 보다

한국 현대 시의 흐름을 전하는 특별 기획, 『시 보다 2022』가 출간되었다.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감각으로 시적 언어의 현재성을 가늠하고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신설했다.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이다.
시인(김언, 김행숙, 이원)과 문학평론가(강동호, 이광호, 조연정)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발표된 시들을 면밀히 검토해 데뷔 10년 이하 일곱 시인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올해 후보작은 신이인, 안태운, 윤은성, 윤혜지, 임유영, 임지은, 조용우(가나다순)의 작품들이다. 『시 보다 2022』에는 기발표작 4편과 더불어, 신작 시 2편과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일상’ ‘일탈’ ‘취향’ ‘부캐’를 소재로 한 산문은, 시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시인들의 솔직하고 낯선 얼굴을 조심스레 드러낸다.
독자와 시인 사이를 잇기 위한 여러 노력을 모은 이 책은 “한낮의 언어와 한밤의 언어가 충돌하는 격전장”(김언)인 동시에 한국 시를 둘러싼 환대와 우정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들의 시가 더 자세히, 더 세심하게, 더 깊게 읽히기를. 그래서 이 세계가 더 가깝게, 더 멀리, 더 깊게, 더 새롭게 읽히기를”(김행숙) 바라는 마음으로, 시인마다 다르게 빛나는 시적 에너지를 기쁘게 만나보길 바란다.
* 문지문학상의 상세한 심사 경위와 심사평은 『문학과사회』 겨울호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 게재될 예정이다.


<시 보다> 기획의 말
시의 시대가 사라져버린 것 같던 시간 속에서 젊은 시인들과 그들의 낯선 감각을 다시 읽어준 독자들이 출현했다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모든 헛된 풍문을 뚫고 한국 문학의 심층에서는 본 적 없는 시 쓰기와 시 읽기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었다. <시 보다>는 시 쓰기의 극점에 있는 젊은 시 언어의 운동에너지만을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1년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 10년 이하 시인들의 시에서 일곱 명의 시를 가려 뽑았고, 그 시인들에게 추가로 신작 시와 산문을 부탁했다. 1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이 작은 축제는 선별의 작업이 아니라, 한국 시를 둘러싼 예감을 함께 나누는 문학적 우정의 자리이다.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젊은 시인들의 이름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시’라는 사건 자체이다. 시인은 동시대가 소유한 이름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을 발명하는 존재이다. 시는 도래할 언어의 순간에 먼저 도착해 무심한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시 보다’라는 행위는 시‘보다’ 더 고요하고 격렬한 세계를 열어준다.
선정위원 강동호 김언 김행숙 이광호 이원 조연정


* 신이인, 「배교자의 시」 외

아름다운 사탕을 만들었습니다 화려했어요 이상했어요 내가 몰래 먹던 것들이 과자 가게에서 나왔다는 게 예쁘다는 게 인기가 있다는 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제과점에 슬쩍 줄을 서서 나도 과자를 즐기는 사람인 척해보았습니다.
―「Beautiful Stranger」 부분

“완벽한 관리자”이자 “특별한 난동꾼”이라는 평을 받으며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이인. 이 세계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예감은 어떤 존재든 기어이 껴안겠다는 결심으로 기울어진 듯하다. 그의 “아름답고 불온하고 이상한 ‘성장-시’”(김행숙)를 읽다 보면 언젠가 놓쳐버린 또 다른 ‘나’를 마주치게 된다.


* 안태운, 「인간의 어떤 감정과 장면」 외

뉘에게, 나는 안부를 물으며
여기 있어
여기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문득 낯설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
―「인간의 어떤 감정과 장면」 부분

산책하는 시인 안태운은 “걷다가 멈추고 멈추다가 다시 흐르고 흐르다가 다시 머무르는 이상한 발걸음”(김언)으로 세계의 심층에 더 깊숙이 다가선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지우고 세계의 안부를 묻는다. ‘장면 생활자–기록자’이길 자처하는 산문의 대화문을 통해 그의 시가 응시하고자 하는 지점을 엿볼 수 있다.


* 윤은성, 「우산을 쓰고 묻는다」 외

이상해지고 말았지? 나를 누군가에게 봐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래도 같이 기억해주면 안 돼? 우리가 맞을 때의 어둡거나 밝은 단 두 개의 명도라든가 차가운 대리석 계단들
누군가 살지 않는 교사校舍와 아이들을 부르는 어른들
―「겨울 털 공과 길고 긴 배웅과」 부분

첫 시집 『주소를 쥐고』에서 위태롭지만 단단하고, 외롭지만 따뜻한 ‘방랑자의 시’를 선보였던 윤은성은 홀로 유랑하던 시기를 지나 고통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향해 간다. “가장 연약한 존재 방식으로만 가능한 단단한 환대”(윤은성 산문)를 기억하려는 마음, 그 구체적인 몸짓에서 우리를 연결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을 발견할 수 있다.


* 윤혜지, 「사로잡힌 세계」 외

무수한 그것들이 헤엄치는 모습은
아름답고

진짜 아름다우면 도리어 가짜 같다
―「희고 흰 빛」 부분

202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가능하면 오래, 그리고 더 가까이서 이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평을 받은 윤혜지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무심한 비애를 노래하는 목소리”로 “놀랍도록 세밀한 감각의 세계”(이광호)를 건설한다. “강 이쪽에서 아주아주 긴 연필을 뻗어 건너편 땅바닥에”(윤혜지 산문) 쓴 희미한 말로 가짜 같은 진짜 세계를 증언한다.


* 임유영, 「호수 관리자들」 외

그들은 자신의 손가락 끝마다 심장이 하나씩 달려 힘차게 박동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서로가 손끝의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 잡은 듯 만 듯 간신히 깍지를 낀 모양새였다. 그러면서도 도무지 손을 놓지 못했다.
―「만사형통」 부분

“깊은 통찰력”과 “감각적인 예지력”(김행숙)을 겸비한 임유영의 시는 ‘오래된 미래’를 꿈꾸게 한다. 평이한 문장이 모여 만들어내는 독특한 리듬과 엉뚱하고 기묘한 장면이 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검은 옷 입는 사람’ ‘옷장 속에 숨는 사람’ 등 자신을 ‘~하는 사람’으로 명명한 산문에서 임유영 시를 이루는 형형색색의 조각을 찾아보길 권한다.


* 임지은, 「언어 순화」 외

형은 거듭 말한다, 잘못은 신비롭다고
세상의 많은 것은 잘못 때문에 태어났고
잘못은 반복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며
잘못은 블라블라……
―「러시아 형」 부분

『무구함과 소보로』 『때때로 캥거루』에서 능청맞고 발랄한 상상력을 펼쳐놓았던 임지은은 섣불리 정의되길 거부하는 낯선 언어의 ‘믹스 매치’를 시도한다.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어울리는 옷을 발견할 때”(임지은 산문)처럼, 갖고 있는 언어를 자르고 구멍 내고 기우며 익숙함에 도전한다. “블라블라……” 하면서 “떠들어대는 그 말을 이상하게 기다려”(김언)지게 한다.


* 조용우, 「영원한 미소」 외

다시 적지는 못하겠어서 우리는 함께
마음을 밀어 제자리에 놓아준다
마음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우리가 지나간다 지나가고 있다
―「지나가는 마음」 부분

2019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용우는 “모든 것을 안으로 쓸어 담은 듯한” “깊은 얼굴”(김행숙)로 눈앞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보이지 않는 작은 소리를 차곡차곡 쌓아 고요하되 단호한 결기로 치환한다. “다시, 다시”의 마음으로 “함께 견디”겠다는 산문 속 문장에서 “희망, […] 그것을 들고 천천히 걸어오는 이”(「어려운 시」)의 미래가 보인다.


■ 책 속으로

글자를 모르는 어린애가 제일 목 놓아 울 수 있었고
나는 의미도 없이 물에 떠내려갑니다
따뜻하네
좋다
이것이 나의 무기일까
―신이인, 「배교자의 시」

살아가며 살아가게 하는
살아가게 하면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응원할 수 있다고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에 최대한 해를 덜 끼치려고 노력하면서
조금이라도 쓰임과 효용이 되고 싶었는데
―안태운,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우리가 입 밖으로 꺼냈던 모든 말이
영원을 전제한 것은 아니었다. 숨과 공기. 한 박자 빠르거나 늦게 오는. 고양이가 제 털들을 토해내고도 다시 제 몸을 핥는 순서.
―윤은성, 「우산을 쓰고 묻는다」

닳은 돌일수록 온기가 있다
함부로 쌓지 않고 바다로 던져버린다

돌이 헤엄치는 모습은 무척 아름답다
―윤혜지, 「희고 흰 빛」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둘의 신발을 벗기고 싶어진다. 이상하게. 싸늘한 밤의 강변을 맨발로 걸어가라. 그래도 그런 기분을 완전히 적을 수는 없다. 강 건너에 불을 질러본다. 일정한 속도, 일정한 보폭, 일정한 온도로, 넓어지세요. 옮겨지세요. 퍼지세요. 멀리멀리 가보세요.
―임유영, 「만사형통」

사람들이 걷는 것을 즐겼을 때
걷는 일에서 인생의 리듬을 배웠을 때

이젠 길에서 농담을 줍는 사람은 없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거참 아주 위험한 농담이군요
―임지은, 「경계 문지르기」

계속 쓰고 살아가야 한다는 듯이 우리는 절망하고 절망해서 쉬울 때, 절망 다음은 희망이 올 차례 희망, 그것은 고체다 따듯한 광채를 띠며 매끄럽고 무겁다 그것을 들고 천천히 걸어오는 이에게 사람들이 다가간다
―조용우, 「어려운 시」

목차

■ 차례

1부 시
신이인
배교자의 시
Beautiful Stranger
나의 전부였던 나무
훗날 그들이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외로운 조지―Summer Lover
거절

안태운
인간의 어떤 감정과 장면
눈석임물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경주
오송
염화칼슘 보관함

윤은성
우산을 쓰고 묻는다
시네마토그래프
남은 웨하스 저녁
겨울과 털 공과 길고 긴 배웅과
모르는 일들로부터
대비

윤혜지
사로잡힌 세계
모든 것을 내려놓은 고양이
빈티지한 물의 기운
희고 흰 빛
큰 동물의 작은 뺨
작은 종

임유영
호수 관리자들
만사형통
부드러운 마음
굴은 바다의 우유
얼굴들
유형성숙

임지은
언어 순화
러시아 형
눕기의 왕
경계 문지르기
반납
뺑뺑이 맑음

조용우
영원한 미소
간밤에 꾼 꿈
사천
지나가는 마음
유원지
어려운 시

2부 산문
신이인 블룸 이야기
안태운 생활
윤은성 환대를 기억해두려는 마음
윤혜지 플랫
임유영 만일 방랑자가 정말로 방랑하고 있다면
임지은 원피스와 운동화
조용우 겨울 방향으로

작가 소개

신이인 지음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안태운 지음

201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산책하는 사람에게』가 있다.

윤은성 지음

시인 윤은성은 1987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201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윤은성"의 다른 책들

윤혜지 지음

202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임유영 지음

2020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임지은 지음

시인 임지은은 대전에서 태어나, 2015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무구함과 소보로』가 있다.

조용우 지음

2019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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