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의 일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드는 게임 기획자의 일

최영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2년 7월 27일 | ISBN 9788932040011

사양 변형판 124x188 · 212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매일의 위기 속에서도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현실 속 게임 기획자 이야기

평생직장의 시대는 가고, 직업의 시대가 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시리즈 〈일이 삶이 되는, 일이삼 시리즈〉가 독자들을 찾아간다. 〈일이삼 시리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삶에서 일을 발견하고, 일로써 삶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세계를 담은 직업 에세이다. 이번에 출간된 『게임 기획자의 일—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드는』을 시작으로, 〈일이삼 시리즈〉는 ‘워라밸’과 ‘워라블’ 사이를 오가며 일과 삶의 의미를 묻는 독자들과 더불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다.
〈일이삼 시리즈〉의 첫번째 책은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겸 디렉터 최영근의 『게임 기획자의 일』이다.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게임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200조 원대, 한국에서만 15조 원대 규모로 성장해 21세기 메인스트림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불과 15~20년 만에 일어난 이 변화를 겪으며 ‘어쨌든 모두 게임 탓’을 하던(“‘게임은 마약이다’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들은 자조적으로 ‘우리는 마약 제조자다’라는 말을 씁쓸하게 하곤 했죠”, 22~23쪽)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는 얼떨떨해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게임 회사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게임 기획자의 일』은 이 두 부류의 독자를 아우르며 게임 기획의 현실 세계를 생생하게 들려줄 것이다.
18년 차 현업인으로서 게임 업계와 게임 산업, 그리고 그 안에 속해 있는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의 현실을 그려내는 이 책에는, 게임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던 저자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이 담겨 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언뜻 낭만적으로 보이겠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쉬는 동안 게임을 하면서도 그 게임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성공한 게임을 보며 시기심을 느끼다 보면 일과 삶의 경계는 희미해지기 일쑤다. 이런 현실 속 이야기를 통해서, 『게임 기획자의 일』은 독자들로 하여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묻게 한다. 여기에 게임 기획자 직군 안에 속하는 다른 직무들(시스템 기획자, 레벨 디자인 기획자, UI/UX 기획자 등)과 사업 프로젝트 매니저의 인터뷰 6편을 더해 다양한 직무를 조명하는 한편,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임 업계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보다 다채롭게 담아냈다.

밖에서 바라본 게임 개발은, 우리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낭만적이고 매력 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 끔찍할 만큼 많은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일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 시시각각 나를 파괴하려 드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버텨나가야 합니다. 〔……〕 만약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것이 직업이 되었을 때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지, 정신의 파괴를 가져다줄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제 정신은 반은 파괴돼 있고 나머지 반은 환희를 느끼는 이상한 상태랍니다. (211~212쪽)


게임이 좋다고 만드는 것까지 즐거운 법은 없지만
그럼에도 게임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난 게임 좋아하고 이야기 만드는 거 좋아하니까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어야지!”
이런 결심과 꿈 자체는 훌륭한 동기부여가 맞습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66쪽)

저자는 게임 기획자를 가리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라 말한다. ‘이런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를 비롯한 협업자들과 공유하고 하나의 일관된 결과물로 완성해나가는 데에는, 게임 시스템과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짜인 구체적 작업 명세서가 필수다. 수백 명이 관여하는 “대규모 제작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게임 기획자의 자질로, 저자가 ‘구체화’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꾸준히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임 기획자를 지망한다면 자신의 아이디어가 게임에 반영되는 상상을 하겠지만, 자동차 운전과 제작이 다르듯 게임 플레이와 게임 기획은 완전히 다르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 이상의 스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높게는 경쟁률이 몇백 대 1을 기록하는 게임 회사 공채에서 모집 요강에 맞게 자료를 제출하는 지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의 스킬을 증명할 기회를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놓치고 있는지, 게임 회사 취업 준비에 참고할 책이 얼마나 드문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포트폴리오와 역기획서, 이력서와 면접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현장에서 자신이 마주한 경험과 사례를 통해 실용적인 팁과 노하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유저의 흥미진진한 게임 속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게임이 더 많은 협업을 필요로 할수록, 게임을 만드는 일은 엄연한 현실이며 고통의 연속이 된다. 프로젝트의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장치를 더하고 싶어도 일정상 엄두가 나지 않는다. 메일 함에는 수정 요청이 쌓여만 가며 회의는 끝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임 세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론칭 해 ‘재미있다’는 유저들의 평을 읽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각오와 고난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건네는 응원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 책 속으로

당시 게임 회사는 조직 사회라는 느낌이 굉장히 옅었습니다. 게임 산업 자체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인데, 좋게 말하면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쁘게 말하면 이렇다 할 체계 없이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거기에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일상이었던 만큼 출퇴근 시간도 제각각, 옷차림도 ‘여러 의미로’ 자유분방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처음 입사했던 회사가 돈을 많이 벌게 되어 강남역 사거리의 최신식 빌딩에 입주하자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다른 회사들로부터 ‘직원들 복장이 너무 안 좋아서 건물의 품위가 떨어진다’라는 항의를 받기까지 했죠. (38쪽)

현업 게임 기획자들끼리 사석에서 흔히 하는 농담으로 ‘가슴속에 품은 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구상한 오리지널 게임 프로젝트’를 뜻하는 이 말은 언젠가 자신이 디렉터, 혹은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가 되면 반드시 그걸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신입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물론 회사나 프로젝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는 굉장히 사소한 것부터 시작합니다. 각 아이템들의 설명문이라든지, 중요하지 않은 NPC의 대사 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게임 속 세상의 퀄리티는 이런 디테일에서 비롯되며, 이후 본인이 시니어 혹은 디렉터로서 프로젝트를 리드할 때 작은 것도 놓치지 않게끔 해줍니다. (96~97쪽)

Q. 게임 업계 지망생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예측 불가능한 일로 인해 개발에 난항을 겪거나, 초과근무를 하거나, 어쩌면 나와 너무도 맞지 않는 동료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개발 중에 생기는 문제는 너무나 다양하고, 누구도 이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을 한다는 건 이러한 불확실성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해야 하고(퇴근 시간을 포함해서요), 계획대로 되기를 원한다면 이 업계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겁니다.
〔……〕 여러분은 게임 개발의 불확실성을 사랑하거나, 적어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110~111쪽)

그렇다면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망생 입장에서도 제안서를 써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취업 과정에서 내 제안서 포트폴리오가 읽히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현업인들이 신입을 뽑을 때는 대개 자신의 부사수(또는 보조 기획자)를 염두에 두는데, 부사수에게 원하는 것은 기획서를 쓰는 능력이지 제안서를 쓰는 능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임이 재밌겠어!’ ‘이런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기획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입니다. 현업인들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거꾸로 제안서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면 좀처럼 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147~148쪽)

목차

■ 차례

들어가며

1부 ‘게임’ 회사와 게임 ‘회사’
1장 만악의 근원에서 종합 예술로
2장 “신입 개발자가 들어왔습니다”
3장 결국, 게임 회사도 회사다
4장 게임이라는 대중 예술
인터뷰 사업PM 김규만

2부 게임 기획자의 업무
5장 즐기는 것과 만드는 것의 차이
6장 시작은 시스템과 장르에 대한 이해부터
7장 ‘게임 개발’ 안에서의 ‘기획’
8장 스토리를 다루는 게임 기획자
인터뷰 레벨 디자인 기획자 이용태
UI/UX 기획자 박철민(가명)

3부 게임 회사 취업 뽀개기
9장 게임 기획자가 갖춰야 할 것들
10장 게임 회사‘들’
11장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
12장 당신의 평범한 성장 과정은 필요 없다
팁1 나는 어떤 회사로 가야 할까
팁2 신입 기획자 A님의 고민
인터뷰 시나리오 기획자 김호식
사업PM 김상민

4부 실무에 필요한 게임 시나리오란
13장 게임 시나리오 연습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인터뷰 시스템 기획자 김우진 204

작가 소개

최영근 지음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어쩌다 게임 업계로 흘러들어와 20년을 버틴 평범한 40대 직장인. 스타트업 회사에서 중견기업까지, 말단 팀원에서 리드 디렉터까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전직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겸 디렉터. 현재는 IT 금융 업계에 재직 중이다. 비록 게임 업계를 떠나 있지만 지금껏 변변한 멘토 없이 흘러왔기에, 게임 업계에 갓 들어왔거나 앞으로 들어올 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게임 기획자의 일』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될 테야』 『이런 진로 이야기는 처음이야』(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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