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한성에 살았던 달래가
암울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친구와 꿈을 만납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달래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는 건 없댔어. 나도 이유가 있어. 그것을 찾을 거야.”
1900년대 초 조선은 나라의 운명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살얼음판 위에 있었다. 일본과 러시아가 주변국을 두고 패권을 다투었고, 조선의 운명은 임금과 백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다른 나라의 손에 넘어간 듯하다. 주권을 잃은 백성들의 암울한 삶은 말할 수 없는 탄식만 자아낼 뿐이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의 삶을 잃게 된 건 비단 어른들뿐만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아이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둡고 긴 터널 앞에 놓여 있다.
『네가 오니 좋구나!』는 1907년 한성을 배경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의 한복판에 서게 된 열두 살 달래가 그럼에도 꿈을 놓지 않고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아이의 시선으로 따듯하게 담아냈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달래가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은 안타깝고 아프다. 갑자기 닥친 시련 앞에서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으며 시리고 아픈 계절을 견디고 있는 달래를 지탱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꺾이지 않는 달래의 꿈
“어쩌긴 뭘 어째? 나는 여학당에 갈 거야. 꼭 갈 거야.”
꿈 많을 나이 열두 살에 달래는 남의집살이를 하기 위해 고향인 황해도 장연에서 한성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철로 부역을 나갔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개가한 엄마까지 마음 붙일 데 없는 달래를 딱하게 여긴 한성댁의 주선으로 엄마 사진이 들어 있는 작은 보퉁이 하나에 의지해 낯선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초행길의 두려움을 애써 떨쳐 낼 수 있었던 것은 달래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한성에 있는 여자들 다니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꿈. 달래는 공부가 하고 싶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도착한 한성 거리는 달래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다. 달래를 신온당이라는 한약방에 데려다주기로 한 옥이네는 달래가 남자아이가 아닌 것에 실망하며 타박하지만 달래는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
한성 거리를 가득 메운 조선인과 외인들과 일본인들…… 1907년 한성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온통 낯선 것들에 둘러싸인 채 한약방 신온당에서 할아버지의 잔심부름을 하며 보게 된 조국의 현실은 달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분명 임금이 있는데 일본이 제 나라처럼 구는 것과 서툰 조선말로 학교와 병원에서 일하는 파란 눈의 외인들, 하지만 그 속에서 달래는 샘과 료코를 만나 친구가 되고, 서로 다른 처지에 놓였지만 속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일본인과 친구가 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달래가 친구의 참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은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을 찾은 달래
“조선에도 사진을 박을 줄 아는 여인이 있구나. 우리네 여자 사진사!”
생소하고 새로운 것들로 즐비한 한성 거리에서 달래는 묻지도 않고 사진을 박는 일본 사람들을 보고 박히는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고 잘 알아주는 사진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고향에서 어느 사진 귀퉁이에 박힌 엄마 얼굴을 떠올린다. 물동이를 이고 얼굴 한쪽을 찡그린 엄마, 울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엄마의 얼굴…… 자신이 사진에 박히는 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산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담긴 엄마. 달래는 박히는 사람을 존중하고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 사진.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사진. 옳고 그른 사실을 알리는 사진. 누구에게든 다정하고 누구에게도 정의로운 사진. 달래는 꼭 그런 사진을 박는 사진사가 되고 싶은 꿈을 품는다.
부역하는 조선인들 위에서 위세 당당하게 서 있는 일본인들 사진 말고, 우리네 조선을 보여 주고 자랑할 만한 사진. 남이 남의 눈으로 박은 것 말고, 우리가 우리 것으로 보여 주는 조선! 바로 그 모습을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들 낱낱의 꿈을 꾸며 다시 일어설 조선을 위해 쓰임 받으려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 그 마음을 박아 주는, 달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불행한 역사 속 개인의 삶이 행복할 수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달래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더 나은 조국, 더 나은 자신을 그리며 따뜻한 봄을 기다릴 것이다.
차례
1. 잘못 배달된 아이
2. 시집은 잘 가겠구나!
3. 다시 만난 샘
4. 사진 박히기 싫어
5. 나도 이유가 있어
6. 박히는 사람의 마음
7. 네가 오니 좋구나!
8. 지기 싫은 눈싸움
9. 전투다, 전투!
10. 비밀 작전
11. 탈출
12. 제중원 폭발 사고
13. 너는 참말 좋은 친구야
14. 마음이 새로 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