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360킬로미터 자전거 여행
엄마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각자 다른 이유로
엄마를 벗어나 무작정 자전거에 오른 두 아이의 가슴 뜨거운 여정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을 다하고 싶다!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아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가 안나 볼츠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상어 이빨’은 네덜란드에서 유치가 빠지기 전에 그 유치 뒤로 나오는 영구치를 뜻한다. 여러 줄로 이빨이 나는 상어의 이빨을 생각하면 영구치를 왜 그렇게 부르는지 짐작이 간다. 치열이 고르지 않아 치아 교정기를 끼워 가며 치열을 교정해야 하는 애틀란타와 중요한 순간에 상어 이빨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엄마에게서 상어 이빨을 훔친 핀레이. 상어 이빨처럼 삐뚤빼뚤해 보이는 자신들의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정체성을 찾아가는 두 아이의 거칠지만 따뜻한 여정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애틀란타는 자전거 여행을 계획한다. 네덜란드의 엥크하위전에서 시작해 노르트홀란트 주와 프리슬란트 주를 연결하는 방조제인 아프슬라위트데이크를 지나 에이설 강 둘레 전체를 돌아서 다시 엥크하위전으로 돌아오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자그마치 360킬로미터에 달하는 그 거리를 하루 만에 달린다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곳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누구도 애틀란타처럼 하루에 다 타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전거 여행을 꼭 해내려는 애틀란타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핀레이는 자신을 낳은 것을 후회한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아빠는 본 적도 없는데 모든 원망을 자신에게 쏟아붓는 엄마가 밉다. 독한 말을 퍼붓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핀레이는 무작정 자전거에 오른다. 엄마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는 상어 이빨을 챙겨서.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지고 자전거에 오른 핀레이는 집으로 돌아오게 될까?
사실은 나에겐 엄마가 필요해요!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애틀란타와 핀레이, 두 아이는 각자 다른 이유로 자전거에 올라, 온 마음과 힘을 다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애틀란타는 핀레이와 쾅 부딪히고 만다. 처음부터 일이 꼬이는 걸까, 아니면 잘된 일일까? 어찌 됐든 애틀랜타와 핀레이는 물병과 치즈 빵 열두 개, 그리고 상어 이빨 두 개만 가지고 함께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맨손으로 운명을 마주하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니까.
엄마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아무 계획 없이 나온 핀레이와 다르게 애틀란타는 한 시간에 15킬로미터씩 달리면 에이설 강을 하루 만에 돌 수 있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성공할 리 없는 계획을 세우고 거침없이 달리는 애틀란타를 이해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핀레이는 애틀란타가 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암에 걸린 엄마가 건강을 되찾기 바라는 마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간절함,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 엄마의 아픔을 애써 외면했던 지난날의 후회가 애틀란타의 마음을 휘젓고 있다. 애틀란타는 오로지 엄마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페달을 밟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엄마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핀레이는 애틀란타를 보면서 조금씩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상어 이빨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엄마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엄마를 벗어나고 싶어서 자전거에 오른 핀레이는 점점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애틀란타와 핀레이는 거친 바람과 혹독한 추위와 자전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거친 길들을 달리면서 서로의 가슴 속에 있는 고민과 불안, 분노를 털어놓고 그 안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도. 무모하고 불안하기만 했던 출발이었지만, 지금 두 아이는 이해와 사랑을 가득 싣고 엄마라는 도착점을 향해 다시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