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존은 가능할까요?
간결함 속에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내
인간의 이중성을 꼬집는 그림책!
우리 함께 잘 살아가는 건 어때요?
평범하고 일상적인 단어들과 인간과 동물의 입장이 뒤바뀐 그림들.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들은 적잖이 당황하거나 어쩌면 심기가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단어의 주체가 아닌 수동적 존재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죠. 그림책의 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에서나 볼 법한 그림들이 도발하듯 인간들을 맞이합니다. 상식적인 단어의 뜻풀이와 달리 다소 불온해 보이는 그림은 기다렸다는 듯이 인간 중심의 사고를 날카롭게 꼬집으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정말 친구 맞아요?” “나를 보는 게 재미있나요?”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죠?” “우리, 가족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요?” “나에게도 감정과 오감이 있다구요!” 냉소적이거나 행복해 보이는 동물들의 표정에는 무수한 질문들이 담겨 있습니다. 물음에 미처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뭔가를 들켜 버린 것만 같으니까요.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굳이 뜻풀이가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일상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진지하게 곱씹어 보게 됩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두 권의 그림책을 펴낸 권정민 작가는 인간과 동물과 사물의 관계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하는 기록자입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인간이 아닌, 인간의 영향권 아래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작가는 놀라운 통찰력과 진지한 접근으로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생명이 있는 존재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하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림책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에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선’을 굳이 들추어냅니다. 애써 외면하며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은 인간의 이중적 잣대를 꼬집으며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권정민 작가의 한층 확대된 시선은 더없이 믿음직합니다.
“나랑 입장을 바꿔 보실래요?”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합니다. 우리는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무엇이 됐든 사랑하는 동물 앞에, 식구라고 생각하는 존재 앞에 반려라는 단어를 붙여 줍니다. 거기에는 친근을 넘어선 어떤 약속과 책임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끝까지 존중과 배려와 책임을 다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때때로 처음의 결심을 저버리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주 말하곤 합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고. 입장을 바꾸는 것은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진심의 눈빛이 빛나는 섬세하고 위트 가득한 그림
인간을 산책시키는 개, 인간을 잡아 올린 토끼 사냥꾼, 매미채로 인간을 잡는 매미들, 입장이 뒤바뀐 동물원의 호랑이와 인간과 돌고래들, 예쁘고 멋진 인간을 뽑는 인간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다양한 개들…… 한없이 불쾌하고 불편해 보일 수 있는 그림들은 묘하게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맑고 섬세하게 그려낸 동물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전혀 강압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어둡고 난감한 인간의 표정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입장이 뒤바뀐 그림을 통해 인간이 답해야 할 질문을 던져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