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뚜르』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5년 만의 신작,
소설과 희곡 동시 출간!
수탉 찰스의 눈을 통해 인간 세상의 잔인함을 들여다보다!
정말 신기하네. 닭이 사람을 지켜보고 있어.
이게 말이 되냐? 정말 신기하네.
희곡과 소설로 읽는 『찰스』
극작가, 공연 연출가, 어린이문학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윤섭 작가의 첫 소설과 희곡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동시에 출간되었다. 한윤섭 작가는 2010년 남북 분단 문제를 소재로 한 『봉주르, 뚜르』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새롭고 듬직한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그 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대중의 사랑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아 그의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이 결코 허상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 작가의 앞길은 아주 길고 멀리 뻗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심사평을 증명이라도 하듯 5년 만에 신작 소설과 희곡을 들고 더 넓고, 더 깊게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수탉의 눈을 통해 인간 세상의 잔인함과 욕망, 위선을 폭로하는 이야기 『찰스』를 소설과 희곡, 두 장르로 풀어내 장르적 차이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더했다.
희곡은 무대 위의 상연을 목적으로 쓰여진 대본이기 때문에 ‘언어’가 더욱 중요한 장르이다. 독자들은 등장인물들의 대사, 대사 사이의 지문, 배경을 설명하는 해설을 읽으며 상상력을 극대화해 희곡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극을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수탉 찰스와 개 메리, 주인 남자와 주인 여자, 직업소개소 사장과 조선족 여자 손밍 등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욕망과 심리가 간결하면서도 강직한 말들 안에 살아 숨 쉬며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주인공 찰스와 메리의 독백은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려 독자들을 이야기가 펼쳐지는 삼호가든 앞마당으로 성큼 불러들인다. 희곡과 소설로 동시에 출간된 『찰스』를 통해 희곡 작법과 소설 작법을 비교해 읽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어디까지일까.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서 끝날까. 인간의 욕심은…
성호가든, 닭고기를 파는 시골의 어느 작은 식당. 이 식당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욕망과 갈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앞마당은 인간을 관찰해 온 수탉과 개의 시선으로 옮겨지면서 순식간에 생과 사를 넘나드는 첨예한 대립의 현장이 되기도 하고, 과오를 숨기고 싶은 인간들의 배설물이 쌓여 가는 음지가 되기도 한다. 한윤섭 작가는 흐트러짐 없는 긴장 가득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성호가든 앞마당으로 불러들여 등장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거짓과 진실, 선과 악의 한가운데서
『찰스』는 작가의 작은 기억으로부터 시작돼 집요한 상상력 안에서 확장되고,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인간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간 앞에 한없이 힘없고 연약한 존재인 수탉과 개의 눈과 입을 통해. 한낱 하찮은 존재라 여겨진 동물 앞에 까발려진 인간들의 밑바닥은 추악하고 더럽고 위험하다. 수치심, 부끄러움 따위는 모르는 인간의 본성이 오늘, 우리 곁에서 아우성치고 있다고 작가는 강철 같은 문체로 말하고 있다. 찰스와 메리, 식당의 주인 남자와 주인 여자, 직업소개소 사장, 조선족 여자 손밍. 저마다 시리고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오는 일촉즉발의 순간들이 식당의 고요한 밤을 사납게 흔들며 그들이 간직한 비밀 속으로 성큼 다가가게 한다.
식당의 모든 일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주인 남자, 주인 남자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의 10대 딸 주인 여자, 가끔 들러 속물근성을 자랑하는 직업소개소 사장, 사장의 소개로 식당에서 일자리를 얻은 조선족 여자. 이들을 예의 주시하는 수탉과 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의 관계는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며 인간의 폭력에 맞서는 수탉 찰스
성호가든 앞마당, 가느다란 철망을 사이에 두고 찰스와 메리는 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인간 못지않은 이성을 소유한 수탉 찰스와 사람에게 길들여져 본성을 잃어가는 개 메리. 서로를 경멸하지만 상대를 공격하기엔 이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고작 닭장 안과 목에 묶인 줄만큼이다. 찰스는 매일 주인 남자와 게임을 벌인다. 주인 남자가 빨간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닭장을 보고 있다는 건 곧 닭들의 운명이 주인 남자의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서로 대치하는 듯하지만 닭과 사람 사이에는 오직 본능만이 존재하는 법이다. 다가오면 달아나는 본능. 하지만 의식이 있는 수탉 찰스는 사람의 습성과 닭의 본능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다. 찰스는 앞만 보고 달리는 닭들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사람을 주시하며 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하여 함께 있는 닭들보다 한발 먼저 움직인다. 찰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주인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 닭장에서 이 년을 버텨 왔다.
찰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건 주인 여자의 개 메리뿐이다. 닭의 본능을 거스르는 찰스와 개의 본능을 잃어가는 메리. 둘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리 만무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일들을 낱낱이 듣고 보며 일종의 어떤 연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찰스가 자신에게 의식이 있게 된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 되면서 이들에게, 또 인간들에게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