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의 심연

김인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8년 8월 6일 | ISBN 9788932034539

사양 페이퍼백 · 변형판 140x121 · 354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사람과 사회, 그리고 시대로 읽는 한국 문학
본질을 찾고 내일을 여는 문학평론가 김인환의 통찰

 

문학평론가이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인 김인환의 한국 문학 연구서 『형식의 심연』이 출간되었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평단에 나온 이래 현장비평가로서 46년간 활발하게 활동해왔으며, 한국 현대문학에서부터 고전까지를 망라하는 넓은 영역의 연구를 통해 우리 문학의 토양을 풍요롭고 단단하게 다져왔다. 또한 번역자로서도 뛰어난 기량을 펼치며 『주역』과 『고려 한시 삼백 수』 등의 책도 옮긴 바 있다. 『형식의 심연』은 일제강점기 문학비평 작업에 대한 메타비평 글에서부터 현대 시와 소설의 비평문까지를 묶은 한국 문학 연구서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에서 “문학 공부가 작품의 얼개를 이해하는 일일 뿐 아니라 대중의 생활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밝히며, “비평가로서 지식을 자랑하거나 교훈을 제시하는 대신에 질문하고 모색하고 반성하는 정신을 유지하고 싶다”는 자세를 다잡았다.

이 책의 1부는 대부분 비평에 대한 비평, 즉 메타비평 글이 모였다. 1930년대 한국 문학비평과 이론 작업의 허점을 밝히는 「전통부정론적 비평의 한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좀더 세부적으로는 최재서의 셰익스피어 이론에 대한 무리한 해석을 지적하는 글과, 소설가 김동리가 자신의 작품 중 「무녀도」 주제를 이념의 승리로 규정한 자작 해설의 문제 등을 짚은 글을 실었다. 1부의 후반에서는 『젊은이를 위한 문학이야기』에서 저자 정명환이 제시하는 ‘말놀이의 재미’와 ‘구원에의 욕망’ 사이에 길항하는 문학의 본질에 대해 해설한다. 그 뒤로는 후배 문학평론가인 장경렬과 황현산, 정과리 등의 비평 작업을 꼼꼼히 읽고 그 이론적 기반에서부터 비평의 감각 전반에 대한 조망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 류동민의 자전소설이자 철학에세이인 『기억의 몽타주』를 다루며 ‘기억’과 ‘재현’의 문제를 다룬다.

2부에는 한국의 정신사와 문학사에 대한 글이 모였다. 「보편사와 민족사」에서는 민족주의에서 시작하여 무정부주의와 탈민족주의에 도달했던 단재 신채호의 삶과 사상에 대해 검토하며, 폐쇄적 민족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세계에 두루 통하는 보편적 가치를 해명하는 연구방법론으로서 보편사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이어 한국 근대정신사를 기반으로 실국시대 한국 시를 검토하며 작품과 생활 사이의 가치 추구를 둘러싼 긴장, 형식의 운용에 대한 개별 시인들의 입장을 분류하고 현 단계로 이어진 한국 시의 과잉과 결여 문제를 진단해낸다. 뒤로 정지용 시의 복합성을 분석하는 글과 이상 시를 수학·물리학·병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글, 김수영과 신동엽등의 시에서 구현된 민주주의 철학 등의 비평문이 담겼다.

3부에는 시집과 소설 단행본에 대한 리뷰가 모였다. ‘종이’를 주제로 한 신달자의 전작 시집 『종이』 서평과, 초기작부터 근작을 아우르는 김광규 시선집 『안개의 나라』 해설뿐만 아니라 이태수, 문태준 시집의 시평이 차례로 놓였다. 이어 부조화와 불일치의 항구화를 통해 세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김원우의 장편소설 『부부의 초상』 서평에서부터, 김훈과 백가흠, 권여선의 소설에 대한 비평문을 묶었다.

김인환은 이번 연구서를 통해 한국 근현대문학을 관류하는 주요 지향과 경향 등을 역사적 흐름 안에서 파악해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쉽게 누락해온 가치들을 다시 호출하면서 문학이 가진 본연의 힘과 기능을 회복할 방법을 탐색해나간다. 무엇보다도 한 시대 한 사람의 비평가이자 문학 연구자로서 “미래에도 내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나 자기의 생각을 최종 결론으로 여기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겸허하고도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며, “개방된 정신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더 보존하려고 애쓰”(「책머리에」)는 태도로 미래의 문학이론‧문학비평과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 책머리에

흔히들 방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창작이건 비평이건 글을 쓰는 일은 방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방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미리 설정한 방법을 고수하면 글이 탄력성을 상실한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자리는 어디거나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묶는 실험실이라고 생각해왔으나 그들의 이론을 비평에 직접 끌어다 쓴 적이 없다. 미래에도 내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나 자기의 생각을 최종 결론으로 여기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비평가로서 지식을 자랑하거나 교훈을 제시하는 대신에 질문하고 모색하고 반성하는 정신을 유지하고 싶다. 개방된 정신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더 보존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평가가 된 은혜라고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읽고 싶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전통부정론적 비평의 한계
최재서 셰익스피어론의 한계
자작 해설의 한계
문학으로의 초대
시조와 현대시
분석의 철학
재현의 철학

2부
보편사와 민족사
한국시의 과잉과 결여―현대시사를 조망하며
지용 시의 대극(對極) 모티프에 관하여
이상 시의 문학사적 위상
한국문학과 민주주의

3부
시로 읽는 시론—신달자 시집 『종이』
지상의 거처―김광규 시선집 『안개의 나라』
나와 너—이태수 시집 『따뜻한 적막』
시련과 교감—문태준 시집 『먼 곳』
안과 밖—김원우 장편소설 『부부의 초상』
말과 길—김훈 장편소설 『남한산성』
두려운 진실—백가흠 장편소설 『나프탈렌』
세 겹의 얼개—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작가 소개

김인환 지음

김인환은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평단에 나왔다. 지은 책으로 『언어학과 문학』 『비평의 원리』 『상상력과 원근법』 『한국고대시가론』 『동학의 이해』 『문학교육론』 『문학과 문학사상』 『다른 미래를 위하여』 『기억의 계단』 『의미의 위기』 『현대시란 무엇인가』 『The Grammar of Fiction』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로스와 문명』 『주역』 등이 있다. 2001년 김환태 평론문학상, 2003년 팔봉비평문학상, 2006년 현대불교문학상, 2008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며 2015년 현재 우송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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