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의 발견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김찬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8년 7월 17일 | ISBN 9788932030555

사양 변형판 137x210 · 320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누구나 현재 안에 생애의 모든 단계를 함축하고 있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세대・성별・시대를 아우르는 한국인의 생애 경로 열다섯 장면!

우리 삶에는 연습이 없다. 매일 새로운 날들의 연속이다. 유년기라고 해서 삶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으며, 불혹의 나이를 지났다고 해서 자기 삶에 흔들림이 없지 않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저마다 알 수 없는 미래 앞에서 암중모색하고 고군분투하며 좌충우돌한다.
『모멸감』 『눌변』 『돈의 인문학』 『문화의 발견』 『사회를 보는 논리』 등의 유수한 책들을 펴내며, 그동안 꾸준히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빚어내는 일상의 문법을 추적해온 사회학자 김찬호. 그가 이번에는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세대・성별・시대를 아우르며 한국인의 생애 경로를 폭넓게 조망한 책을 펴냈다. 바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생애의 발견―한국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그것.
이 책은 한국이라는 사회적 지평 속에서 남녀노소의 다양한 삶을 모두 열다섯 장면으로 포착해 조망한다. 저자는 우선 ‘유년기’ ‘사춘기’ ‘공부’ ‘20대’ ‘30대’를 키워드로 한국인의 성장 및 자립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그다음으로 ‘연애’ ‘싱글’ ‘결혼식’ ‘부부’ ‘외도’를 키워드 삼아 성별에 따른 서로 다른 경험 세계를 다루는 한편, ‘어머니’ ‘아버지’ ‘중년 여성’ ‘중년 남성’ 그리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전반적인 생애 경로를 폭넓은 시선으로 아우른다. 그를 통해 지나온 세월을 재해석하고 미지의 경험을 상상하면서 인생 항로의 얼개와 좌표를 잡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발달심리학에서 방대하게 연구해온 생애 주기 이론이나, 사회학에서 종종 내놓는 세대론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한국인의 생애 주기에 관한 단순한 이론적 접근을 뛰어넘어, 보다 구체적인 삶의 목소리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를 비롯해 그가 현장에서 겪은 다년간의 경험들, 신문기사 및 영화와 소설, 연구서와 논문들의 인용 등 다양한 실례들을 이 책에 실어 독자들에게 더욱 생생하고도 흥미진진한 ‘생애의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이 말하는바 무릇 “모든 세대의 현존은 앞 세대의 발자취이거나 다음 세대의 가능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일생을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있다면, 그만큼 존재의 부피는 커질 것이다. 다른 삶에 대한 관심을 통해 자기 삶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향후 생애 경로를 폭넓게 구상할 수 있다.” 비록 연습도 정답도 없는 불안한 삶이지만, 세대・성별・시대를 아우르며 남녀노소의 생애 스펙트럼을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다양한 인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생애 주기를 통해 만나는 한국인의 삶의 풍경들

저자 김찬호는 2009년 『생애의 발견』(인물과사상사)을 처음 펴낸 바 있고, 쇄를 거듭하며 당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10여 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다시 출간된 개정판으로,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통계를 업데이트하고 시의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을 교체했으며, 전반적으로 글을 새롭게 다듬어 펴냈다. 새로 개정판을 내기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저자의 문제의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바로 “우리 인생에 삶이 없다”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삶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물리적인 시간과 생리적인 연명을 넘어 의미를 빚어내는 것이 삶이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인이 불행한 까닭은 그러한 “삶의 부재” 때문이며, 시간에 쫓기고 거대한 체제에 의해 관리되는 생활 속에서, 그리고 불가해한 탐욕과 두려움에 끌려 다니면서 우리가 모든 ‘순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생에서 진정한 ‘살맛’을 느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다름 아닌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경험을 이야기로 빚어내고 그 의미가 타인에게 공명될 때, 인생은 살맛이 난다”라고 이야기한다.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인생 여정을 따라가면서 거기에서 만나게 되는 정황들을 추려내 되짚어보고 있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성찰과 소통을 위해 씌었다.
특히 지금 한국인들이 통과하는 생애 경로는 비슷한 경로의 반복이 아니다. 다시 말해, 윗세대가 겪은 경험을 아랫세대가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지금 모든 세대는 생애의 매 단계마다 윗세대가 경험하지 않았던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의 성격, 인구구조, 정치 지형, 행정 시스템, 지역사회, 소비 감수성, 미디어 환경 등 모든 것이 급변하는 가운데, 계속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거나 적응해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른 세대나 성性의 경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그로써 자신의 실존을 비춰볼 수 있다. 그러한 공감과 이입을 통해 여러 간극을 가로질러 공통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고, 자기를 해석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비로소 생겨날 수 있으며, 서로의 삶을 가치 있게 격상시켜주는 이야기들로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 『생애의 발견』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김찬호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를 위해 생애의 매 단계를 크게 열다섯 장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먼저, 1부에서는 유년기부터 30대까지를 「성장과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껏 뛰어놀 유년기가 사라지고, 입시에 온전히 인생을 저당 잡힌 청소년기가 지나면 뒤늦은 사춘기를 보내다가 높은 취업 시장의 진입 장벽으로 인해 청춘을 박탈당한 20대에 이른다. 그러다 30대가 되면 삶은 바빠지고 일상은 덧없어지되 여전히 꿈과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삶의 모습이 생생한 언어로 전해진다.
2부 「남과 여」는 ‘연애’ ‘싱글’ ‘결혼식’ ‘부부’ ‘외도’라는 다섯 장면으로 구성된다. 연애도 어렵고 혼자 살기는 더욱 어렵고, 결혼을 해도 삶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특히 이 부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절정, 그 이후의 상실감과 파괴적인 감정까지 남녀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감정의 스펙트럼을 흥미진진하고 탁월하게 짚어낸다.
3부 「양육과 노화」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한국의 40대를 비롯한 중・장년에게는 제2의 인생, 즉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라는 말이 쏟아지지만, 정작 현실은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는커녕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에도 벅차다. 어디 그뿐인가.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우리 사회에서 인생의 황혼기를 준비해야 할 노년기는 생활고와 외로움이라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시달린다.
이렇듯 우리 삶, 특히 한국인의 삶은 고달프다. 그러나 “누구나 현재 안에 생애의 모든 단계를 함축하고” 있듯, 각자의 생애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 발견이 다른 세대, 다른 성별, 다른 이의 삶으로까지 확장될 때, 그것은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그 의미들이 커질수록 각각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살맛’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그러한 생애의 발견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 책 속으로

팬클럽에서 폭력 집단에 이르기까지 일부 청소년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이루어, 거기에 들어가는 통과의례를 만들고 내부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한다.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유쾌한 도전이다. 그것을 통해 자아를 굳건히 다지고 사회적인 유대를 심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캠벨의 견해에 따르면, 많은 경우 그들은 자기들만의 고립된 세계에 입문하는 것이지, 사회 일반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부의 응집력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더 나아가 반사회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1부 「사춘기, 길 찾기의 어려움과 즐거움」, 43쪽)

이제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 자체가 청소년들의 성장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해서 학교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교육의 과업을 학교가 모두 떠맡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시민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나서서 책임을 나누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세대, 삶의 영역, 전문 분야, 공간 등의 경계를 가로질러 배움의 인연을 맺으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입시 경쟁에 저당 잡힌 청소년들의 성장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준비라는 맥락에서 리모델링되어야 한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학습이 시간적으로는 대학 입시라는 목표 이상으로 확대되고, 공간적으로는 학교라는 제도적 울타리를 넘어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1부 「공부, 지성이 자라나는 뿌듯함」, 69쪽)

상품 시장에서는 글로벌한 소비에 대한 환상을, 노동 시장에서는 글로벌한 경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20대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범지구적으로 확장되는 세계의 지평을 냉철하게 인식하면서 생활 세계를 탄탄하게 구성해가는 힘,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미래를 기획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두뇌, 화폐 기준으로 당장 측정되지 않지만 장차 엄청난 가치로 발현될 문화의 씨앗을 발견하는 눈, 기존의 사회적 범주로 환원되지 않는 자기 삶의 고유한 뜻 그리고 타자의 시선에 매이지 않고 행복한 경험을 다양하게 창조할 수 있는 마음 같은 것이다. 성찰과 수행을 통해 그러한 자질을 습득해가는 과정이 곧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우선 젊은이들 스스로 달성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프로젝트만은 아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각개전투에 익숙해 있고 사회적 연대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젊은이들끼리 힘을 모으고 키우면서 사회의 기반을 창조해갈 수 있는 커뮤니티가 다양하게 출현해야 한다. (1부 「20대, 동지를 만나고 일거리를 만들고」, 97~98쪽)

30대에 설정한 인생의 지향과 얼개는 그 이후의 삶을 그리는 윤곽이 된다. 그 시기에 확보되는 사회적 적소와 네트워크도 꽤 꾸준하게 지속된다. 평생 이어갈 우정도 이 시기에 대충 걸러진다. 서로 상승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지인지 여부를 검증하고 조율하는 기회와 장도 다양하게 열린다. 그만큼 인간관계의 쓴맛도 많이 본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무엇을 붙잡을 것인가. 타인과 세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기도 하는 시기다. 그와 함께 자기 안에서 꿈틀거리는 이중인격도 발견하게 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배신을 하고 음흉한 일을 꾸미는 악마의 얼굴을, 어느 날 문득 자화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1부 「30대, 생애의 속살을 엿보다」, 114쪽)

연애가 주는 뿌듯함의 본질은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자기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학교와 회사에서는 거대한 관료제에 갇혀 지내야 한다. 엄격한 규율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개개인은 통제와 조롱의 객체 또는 사무 처리와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거기에서 마모된 자존감을 보상하는 영역이 바로 소비 세계다. 그러나 상품 미학의 코드와 규격 속에서 구매와 소유의 맥락을 떠나 자기를 실감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듯 스스로의 뜻대로 삶을 꾸리지 못하고 정체성이 희박해지는 시대에, 연애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처럼 여겨진다. 명령과 위계의 경직된 질서를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는 해방구가 거기서 발견된다. 그 안에서 자신은 온전한 인격체로, 더 나아가 유일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확인된다. 사랑은 그러한 상호 승인을 향한 열렬한 소통이다. (2부 「연애, 또 다른 행성으로의 모험」, 127~28쪽)

독신, 그것은 예찬이나 동경,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거니와 연민의 대상은 더욱 아니다. 싱글들은 저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저 고독이라는 인간의 궁극적인 실존을 좀더 자주 경험하는 것이고,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화상을 오래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견뎌야 할 저마다의 외로움을 삶의 다양한 존재 가능성으로 고양하고 확장하려는 소망이 거기에 있다. (2부 「싱글, 마음과 대화하는 자유 시간」, 156쪽)

무한한 이윤 동기와 맹목적 권력 동기로 삭막해지기 쉬운 일상에서, 결혼식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축제는 살아 있음을 기뻐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승인하며 격려하는 만남이다. 소유와 지배에 휘둘리는 대신, 존재를 누리는 시공간이다. 다함없는 사랑으로 배필을 모시겠다는 신랑 신부의 서원 앞에서, 하객들은 마음의 옷깃을 여미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 웨딩 마치에 갈채를 보내면서 하늘 아래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거기서 우리는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떠받들며 자기도 덩달아 정갈하고 고귀해진다. 결혼식은 그렇듯 인간의 긍지를 빚어내고 나눠 갖는 생의 향연이다. (2부 「결혼식, 경건한 어울림의 예악」, 173~74쪽)

자기 배반의 덫에 걸려들지 않고 삶의 절정을 맛볼 수는 없을까. 파멸의 위험을 떠안지 않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스릴은 가능할까. 외도의 유혹은 희박한 존재감에 대한 각성일 수 있다. 불륜의 번민은 자신을 깊이 알아가면서 삶을 크게 배우는 공부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바깥의 길은 다시 안으로 향한다. 사랑의 본거지에 이르는 여정이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라는 책에서 ‘쾌락’과 구별되는 ‘기쁨’을 환기시키며, 그 핵심으로 ‘내적 탄생’을 역설했다. 매 순간 다시 태어나며 언제나 살아 있다는 느낌, 삶에 스며드는 희열과 자아의 신화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행복의 연금술사를 찾아 방황하는 우리에게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의 힘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2부 「외도, 바깥의 길은 어디로」, 215쪽)

중년의 남성과 마찬가지로, 중년의 여성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삶을 아름답게 가꿔갈 자원과 실존의 공간이다. 갱년기란 무엇인가. 인생을 갱신하는 시기다. ‘폐경’ 대신 ‘완경’이라는 말도 나왔다. 육신은 분명히 노화에 접어들지만, 인생은 내리막길이 아니라 한 단계를 매듭짓고 새로운 무대로 나아가는 전환기라는 뜻이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아온 구차한 세월일지라도 당신은 그것으로 한 편의 서사시를 쓸 수 있다.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에서처럼, 야속함으로 얼룩진 나날을 훌훌 털고 무변의 세계 앞에 서서 이 순간을 보듬어 안을 수 있다. 해풍을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시간의 가장자리에서 원대한 여생을 설계할 수 있다. 갈매기의 끼룩거림으로 살아 흔들리는 생, 그 주인공은 바로 당신 자신이므로. (3부 「중년 여성, 갱년을 어떻게 할까」, 268쪽)

삶과 죽음은 항상 함께 있다. 생명체는 그 자체로 늘 죽음을 내포하고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을 향해 계속 달려가고 있다. 또한 살아 있는 사람들 주변에는 늘 죽은 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품이나 묘소가 그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죽음을 멀리해왔다. 화장터나 납골당이 극도의 혐오 시설로 여겨지는 데서 알 수 있듯, 죽음은 매우 불길한 것이 되어버렸다. 가족 이외의 죽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기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가족의 죽음도 가까이에서 접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임종이 주로 병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죽음은 실존이 아니라 인터넷 게임이나 영화 같은 가상현실에서 오락으로 경험된다. 그래서 늙음은 망각되고 자신의 죽음이 의식되지 못한다. (3부 「노년, 무를 향한 정진」, 309~10쪽)

목차

들어가며―우리 인생에 삶이 없다

1부 성장과 자립
유년, 마음껏 뒹굴고 싶다
다시 우량아 선발 대회를? / 놀이가 사라진 유년 / 어른의 질서, 아이의 무질서 / 신체의 격을 높여주는 스포츠 / 씩씩함이 자라나는 터전

사춘기, 길 찾기의 어려움과 즐거움
남남으로 단절되어가는 세대 / 자폐적인 응집의 기제들 / 마을에서 자란다는 것 / 어른들 앞에 데뷔하는 아이들 / 아이들의 마음을 빚는 어른의 예지

공부, 지성이 자라나는 뿌듯함
높은 점수, 낮은 자신감 / 물고기 잡는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 / 실물 감각을 키워라 / 확신이 없어도 괜찮아 / 평가와 경쟁을 넘어

20대, 동지를 만나고 일거리를 만들고
청년은 잉여 인간인가 / 백수의 일상은 난감하다 /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 이런 역할은 어떨까 / 삶의 고비용 구조를 조정해야 / 암중모색에 갈채와 지원을

30대, 생애의 속살을 엿보다
청춘은 덧없이 지나갔는데 / 삶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분화되는 때 / 어른을 키우는 사회 / 지위나 성취로 환원되지 않는 ‘나’의 정체 / 느림과 빠름의 역설을 위하여

2부 남과 여
연애, 또 다른 행성으로의 모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 서로에게 절대자가 된다는 것 / 열망, 살아 있다는 증거 / 연애 감정의 모순들 / 완전한 합일을 향하여 / 자율과 성찰의 소우주

싱글, 마음과 대화하는 자유 시간
노처녀에서 골드미스로? / 독신이 늘어나는 까닭 / 한비야와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 삶의 다양한 존재 가능성

결혼식, 경건한 어울림의 예악
사회 재생산의 핵심 기제 / 유일한 사회적 의례? / 결혼 산업과 위세 경쟁 / 예의 없는 의례 / 축하는 쉬워도 축복은 어렵다 / 인간의 긍지를 빚어내는 생의 향연

부부, 사소한 것들의 중요함을 배운다
그이의 본색이 드러날 때 / 부부는 친밀한 적대 관계? / 표현과 공감의 생태학 / 듣고 말하고 드러내자 / 군자의 길로 정진하는 수행의 동반자

외도, 바깥의 길은 어디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짜릿함 / 비밀을 공유하기에 돈독해지는 유대감 /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 모순과 자기 분열의 굴레 / 욕망과 감정의 모호한 신호 / 바깥의 길은 다시 안으로

3부 양육과 노화
어머니, 자궁의 힘은 무엇인가
숭고함과 물신숭배 사이에서 / 인간의 성장과 모성의 역할 / 모권과 자궁 가족 / 강박과 무기력의 악순환 / 체험적 모성과 돌봄 사회

아버지, 그 침묵이 말하는 것
아버지 됨의 어려움 / 집 안에 자리가 없는 가장 / 조폭에게도 애틋한 가족애가 있나니 /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도 / 아버지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 세대 간 소통은 삶의 만남에서 / 함께 있다는 것의 소중함

중년 여성, 갱년을 어떻게 할까
‘왈순 아지매’에서 몸짱 아줌마로 / 초경에서 폐경까지 / 아줌마는 힘이 세다. 하지만…… / 수다, 경험이 이야기될 때 / 갱년기는 인생의 갱신기

중년 남성, 이모작의 갈림길
안개 속에 사라지는 이정표 / 신사를 찾습니다 / 감정이 늙기 시작하면? / 수정하고 결단해야 할 때 / 즐거운 인생은 어디에

노년, 무無를 위한 정진
사회의 짐이 되어버린 노인들 / 늙음을 바라보는 시선 /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도전과 개척으로 삶의 활력을 / 초라한 퇴장? 우아한 격상! / 죽음이 말을 걸어올 때

미주

작가 소개

김찬호 지음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사회학을 전공했고, 일본의 마을 만들기를 현장 연구하여 박사논문을 썼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부센터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교육센터 마음의씨앗 부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모멸감』 『눌변』 『사회를 보는 논리』 『도시는 미디어다』 『문화의 발견』 『휴대폰이 말하다』 『교육의 상상력』 『돈의 인문학』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작은 인간』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공역), 『학교와 계급재생산』(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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