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12월 8일 | ISBN 9788932030647

사양 · 175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여전한 현재형의 사유와 문장으로 읽는
오정희 문학 50년의 전경(全景)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독일 리베라투르 상 수상
한국 현대 여성소설의 원류이자 작가들의 작가, 오정희

 

1968년 단편 「완구점 여인」으로 데뷔한 이래, ‘소설 쓰기의 전범’ ‘작가들의 작가’ ‘단편 미학의 정점’ 등 숱한 명명과 함께해온 작가 오정희(1947~ ), 그녀의 주요 소설들을 새롭게 정비한 〈오정희 컬렉션〉(전 5권, 문학과지성사, 2017)이 출간되었다. 겹겹의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의 언어, 시적인 문체, 현실과 기억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치밀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오정희의 소설은 삶의 허기, 근원적인 불안과 슬픔에 사로잡힌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고 성찰해왔다. 거부와 순응, 질서와 혼돈, 안주와 탈출의 욕망이 쉼 없이 교차하고, 개인적 기억에서 신화적 차원의 ‘깊은 과거’로 읽는 이를 추동하는 오정희 소설은 읽은 이라면 누구나 사로잡히고 마는 그 “정밀하고 비밀스럽고 무서운 아름다움”으로 일찍이 한국 현대문학의 ‘살아 있는 신화’가 되었다. 특히 전후와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 더욱 깊게 뿌리 내린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여성의 몸, 여성적 삶, 여성의 정체성이 겪는 내밀한 감정을 형상화하는 데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며 이후 한국 여성문학의 원류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여성문학의 테마와 방법 대부분은 오정희의 작품을 근간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자의 내면독백을 앞세워 실제 현실과 환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처리하는 수법, 단정적인 해석을 거부하는 시적 언어의 효과, 여성성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작가의식. 이 모든 것은 오정희 문학의 인장(印章)인 동시에 시간을 뛰어넘어 1990년대 여성문학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자 방법론이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여성문학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엔 오정희 소설이 있다.” (심진경, 문학평론가/국민일보 2017.5.30)


 

“태어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사라져버린 말들”(「파로호」), 
그 여성의 언어를 발설하려는 절실한 욕망을 담다

 

지난 2013년 한국과 일본의 여성작가들이 함께한 대담에서, 여성적 자의식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오정희는 “나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적 삶의 조건과 현실, 심리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가장 절실하고 잘 다룰 수 있는 주제”라고 답한 바 있다. 역시 “소설은 미지의 독자를 향한 것이지만 결국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내 안에 아직 형상화되지 않은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것은 인생은 끝까지 다 마신 술병이거나 다 읽은 책이 아니라는 얘기”라며 자신의 소설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삶의 방식이자 사랑의 방식으로 문학을 택한”(2007년 『오정희 깊이 읽기』 대담에서) 작가의 이런 고백들 속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예나 지금이나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글을 쓰는 것의 실존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작가 오정희의 고민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오정희 문학 50년은 한국 문학이 여성적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존재론적 성찰의 새로운 지평을 전복적으로 환기한 50년이고, 한국 소설이 새로운 담론과 문체로 정녕 문학적인 문체의 집을 지을 수 있었던 50년이었다.” (우찬제, 문학평론가)


 

겹겹의 문장에 복잡다단한 욕망을 아로새기며
삶의 진실과 인간 존재의 허무를 보여주는 작품집 5종 리뉴얼

 

이번 〈오정희 컬렉션〉을 새롭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가까이는 10년 사이, 멀게는 40년 만에 다시 펼쳐든 교정지를 앞에 두고 문장들에 골몰했다. 더러는 정성을 기울여 문장을 다듬기도 했다. 여기에 초판 편집상의 오류를 바로잡고 본문 디자인과 책의 장정 또한 새로 꾸렸다. 이번 컬렉션이 오정희 소설이 익숙한 독자에겐 오랜 벗의 반가운 안부로, 교과서로만 접했던 독자에겐 오정희 문학의 진면목을 경험하는 계기로 다가가길 기대해본다.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오정희의 여성 캐릭터. 나는 그 여성들을 상상하며 일상을 견디고 허무에 지지 않으려 애쓰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강영숙(소설가)

“삶의 끈질긴 생명력과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장면 위로 자신을 임계점까지 몰아갔을 선생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나는 여전히 오정희 문학의 그늘 안에 있다.” ―하성란(소설가)

“어떤 진실은 왜 선명한 단문이 아니라 섬세한 이야기로 전해져야만 하는지, 소설이라서 가능한 방식으로, 소설적 경험을 하며 배웠다. 번번이 다시 깨쳤다.” ―김애란(소설가)

“시원(始原)과 정전이 된 소설은 마치 삶처럼 거기에 그대로 남는다. 오정희 소설이 내게 그런 것처럼.” ―편혜영(소설가)

“아이들의 상처를 선생은 일체의 낭만도 없이, 기적이나 구원에의 한 줌 희망도 없이 예민하고 정확하게 형상화한다. 그 가차 없음만이 우리를 생각하게 할 수 있다.” ―정이현(소설가)

 


 

■ 작가의 말

오래전에 쓴 자신의 소설들을 읽는 일에는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것은 참 이상하고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인 듯 그 소설들을 쓰던 당시의 주변 정경, 한 문장 한 문장을 마음을 다해 써나갈 때의 정황 즉 생생히 살아나는 나의 모습과, 책을 낼 때마다 후기라는 형식을 빌려 토로한 도저한 결의와 문학에의 열정, 안타까움 들에 쓸쓸해지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글을 읽고 생각하면서, 글로 인해 괴로워하면서 행복하고 고마운 인생이고 세월이었다.

다시 읽어보면서 지금이라면 조금 달리 쓸 것 같은 내용과 표현 들이 더러 짚어지기는 했으나 대체로 그때의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미 지나온 길이고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최선을, 나 자신을 인정하자는 생각이었다.

첫 창작집을 낸 이래 오랜 세월 문학과지성사는 늘 내게 정다운 곳이었다. 다만 순정한 마음으로, 따뜻한 배려와 후의에 감사할 뿐이다.

2017년 12월 오정희


『새』는 작가 오정희의 첫번째 장편소설로, 1996년 6월 초판을 발행한 이후 16쇄, 개정판 7쇄를 거듭 증쇄하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 문체 미학의 백미로 꼽히는 문장에 밀도 높은 장편 서사를 가미한 작품으로, 한국 근대화 과정의 쓸쓸한 초상을 넘어 세계적인 불안과 황폐를 날카롭게 형상화해냈다. 2003년 제13회 독일 리베라투르 상을 수상했고, 이는 한국 문학작품이 해외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기록이다.

『새』는 가정의 해체로 방치된 어린 남매의 이야기다. 열두 살 소녀 우미의 시선을 통해 가난과 무관심 속에 남겨진 아이들이 겪는 폭력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이 경험이 영혼의 성장에 어떤 굴곡을 새겨 넣는지 안타깝게 더듬어나간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인간에게는 필연적으로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미래가 펼쳐지리란 사실을 암시하되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며 희망의 불씨 또한 놓지 않는다. 오정희 특유의 냉철하고 정갈한 문체가 아이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도록 몰입시키는 힘 역시 탁월하다. 작가는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로부터, 존중으로부터 내쳐진 아이들은 문 없는, 단단히 봉인된 방과 같았고, 나는 있지도 않은 문을 찾아” 헤맨 끝에 이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차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오정희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을, 1982년 「동경(銅鏡)」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동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독일어로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새』로 독일 리베라투르 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해외에서 한국인이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서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사에서 매우 뜻 깊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저서로 소설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짧은소설집 『돼지꿈』 『가을 여자』, 장편소설 『새』, 동화집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를 비롯해 『내 마음의 무늬』 등 다수의 수필집을 펴냈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3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