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이란 무엇인가

대산세계문학총서 144

장웨이 지음 | 임명신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10월 31일 | ISBN 9788932030531

사양 신국판 152x225mm · 400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모름지기 ‘삼(蔘)’자 들어가는 건 다 보양식이지.
해삼, 인삼, 당삼! 공산당이라야 먹을 수 있는 삼.”

 

시성(詩性)을 지닌 ‘현자’ 장웨이 문학의 시원(始原)
압축 근대를 살아간 20세기 말 중국
성찰과 풍자, 서정성으로 버무린 그들의 초상

 

근대문학이 달성한 성취와 그것의 초월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작품들을 내놓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당대 중국 최고의 작가 장웨이(張煒, 1956~ ) 문학의 시원을 보여주는 작품집 『흥분이란 무엇인가(激動)』(대산세계문학총서144)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장웨이는 진지하고 지적인 문제의식, 예술적 감수성과 문학적 형상화, 서사력, 문체의 완성에서 두루 최고의 성취를 보여주는 소설가이다.

10대에 문화대혁명을, 20대에 신시기의 풍운을 겪은 중국 현대 문학의 거장 장웨이의 작품에는 고도성장기 중국의 시대상과 대자연의 아름다움, 인간 욕망의 비루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참회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으로 형상화했다. 극적인 짜임새 ・ 은유 ・ 풍자 ・ 해학을 혼합하여 블랙코미디, 환상 문학, 우화, 미스터리 복수극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그의 통찰과 문학적 재미는 그가 중국 현대 문학에서 독보적인 작가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표제작 『흥분이란 무엇인가』는 가난한 10대 시골 소년들의 하루를 그리고 있는데, 그들의 잡담에 등장하는 사연과 소문은 당시 중국의 사회 모순을 단편적이면서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꾼인 작가가 펼쳐놓은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영화를 보듯 즐기게 되나, 작품의 등장인물은 하나하나가 그 시대 중국인들의 보편적 성격과 운명의 알레고리로,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을 이해하는 효과적인 매개이자 중국 문학의 현대성을 보여주는 한 증거이다.


 

“우린 저마다 목소리가 있는데
왜 자신의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거냐고”
– 대변혁의 시대 중국의 초상

 

문학은 ‘즐기기 위해’ ‘위로하기-받기 위해’ 자연스럽게 태어나 발전했고, 근대사회를 거치며 현실 문제와 철학적 · 인류학적 고뇌를 형상화하는 예술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이 종식되고 1978년 중국은 공식적으로 ‘개혁개방’을 천명한다. 이후 ‘신시기’라 불리는 1980년대는 정치 ․ 경제 ․ 사회 ․ 사상 등 모든 분야의 대 변혁기로 중국인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당혹감이 동시에 찾아든 시기였다. 한국을 넘어선 ‘압축 근대’를 보여준 중국, 장웨이 문학은 당시의 시대상과 인간의 근본문제에 대한 예술적 형상화이다. 현대 소비사회와 거리를 두어온 장웨이의 초기 작품들에는 고도성장기 중국의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자연친화적인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과 추구가 드러난다.

「대추나무 지킴이」는 개혁개방 직후, 막 시작된 거대한 시대 변화 속에서 한 해변 마을 사람들이 겪는 관계의 변화와 구조 전환을 무겁지 않은 필치로 그려내고, 「어느 맑은 연못」에서는 공유재산에서 사유화로 옮겨가며 사람들의 인심이 변해가는 상황을 그린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극적인 구조전환기, 막 표출되기 시작한 ‘사유’에 대한 욕망과 ‘공유’의 기존 체질이 충돌하는 시대의 단면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당시의 인간 군상들, 그들의 심경에 엇갈리는 곤혹과 희망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집에서는 문화대혁명 등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출신성분 때문에 차별받고 체제에 의해 개인적 욕구와 본성을 억제해야 했던 당시 소시민들의 욕망을 직시하는 눈길이 두드러진다. 「음성」에서는 새 시대의 새로운 지식과 자기실현에 대한 강렬한 동경, 젊은이들의 순수한 욕구가 풋풋하고 서정적인 필치로 묘사되었다. 이 욕구는 시대정신의 일부였다. 남자 주인공이 ‘꼽추’라는 설정도 예사롭지 않으며, 그의 신지식이 ‘잉글리시’라는 설정 또한 1980년대 중국 젊은이들의 뜨거운 영어학습 붐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형상화다. 영어는 ‘현대화’의 주요 도구이자 ‘현대성’의 주요 상징이었던 것이다.

「해변의 눈」에서는 해변의 가난한 두 늙은 어부와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생활태도가 대비된다. 두 노인의 삶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은 장웨이 문학의 휴머니즘을 구성하는 주요소다. 현역에서 거의 밀려났으나 의연함과 패기는 여전한 늙은 어부들. 위험에 빠진 영악한 젊은이들을 목숨 바쳐 구출하는 그들의 가치관 ․ 생활관, 그것으로 상징되는 가치들에 대한 작가의 강렬한 애착이 느껴진다.

「겨울 풍경」은 산업사회와 무관하게 대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한 늙은 어부의 불우하고 처연한 삶을 담담히 전한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 아들과 부인을 잃은 그의 삶은 운명에게, 국가에게 배신당하는 삶이었다. 휴머니즘, 권력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작가의 산둥성 해안 지방에 대한 깊은 체험과 이해의 내공이 엿보인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기억이 교차하는 짜임새가 마치 영상 작품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낸다.


 

사람과 땅 위의 모든 생명체는 마땅히 상부상조하며 공존해야 한다

 

장웨이 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테마 중 하나는 만물의 조화로운 삶이다. 자연을 이루는 한 구성원인 인간이 자연의 주재자인 양 만물을 파괴하는 세태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삼상」은 문화대혁명의 종식 이후 욕망이 분출되기 시작하던 시절, 시대적이면서도 매우 근본적인 장웨이 특유의 고민을 확인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삼상’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욕망—탐욕스러운 마음인 욕상(欲想), 화내는 마음인 진상(瞋想), 남을 해하려는 마음인 해상(害想)—을 가리킨다. 작품의 창작 당시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양상들이 본격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이전이지만, 장웨이는 시대의 병폐를 선취해 감지하고 있다. 일찍부터 인간과 자연의 관계, 욕망의 문제 같은 철학적 · 우주적인 테마를 사유했던 작가의 사상가적 면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의인화된 야생 늑대와 은행나무, 주인공 인간이 나란히 동등한 화자로서 내면을 토로하는 구성인데, 독백과 서술의 인칭 변화에 주목하면 그것이 테마와 관련된 나름의 장치임을 느낄 수 있다. ‘나(인간)’의 서술과 독백으로 시작하지만 결미에서는 ‘나’ 역시 만물의 하나인 ‘그’가 되어 다른 생명체들과 환호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작가의 사상은 「꿈속의 웅변」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 읍내에 개 살처분령이 내려진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하나, 주인공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개는 나의 소유로 “자기 것을 임의로 빼앗거나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최최소한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주인공의 ‘웅변’을 통해, 개인 소유의 개념과 진정한 ‘개인’, 진정한 ‘사유’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또한 인간이 인간 이외의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자기반성도 담겨 있다.

더 나아가 「물고기 이야기」에서는 생선을 즐겨 먹으면서 의인화된 물고기와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어부의 아들이자 장차 어부가 될지 모를 주인공이 물고기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을 통해 ‘만물의 하나로서 살아가는 것’과 ‘만물의 주재자로 살아가는 삶’의 괴리, 자연만물과 인간의 관계성 사이에 존재하는 난해한 근본 모순에 대해 성찰한다.


 

알레고리, 개인의 이야기와 공동체의 역사적 체험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심미적 형식

 

장웨이는 고전적 테마를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방식으로 형상화했다는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가이다. 문화대혁명과 신시기의 풍운을 겪으며 고도성장기 중국의 사회 모순과 천민자본주의적 시대상을 비판하고 ‘인간에 대한 성찰’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점은 동시대 중국 작가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그것과 같다. 그러나 그가 여타 동시대 작가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그의 다양하고 거침없는 표현 방식이다. 시대의 병폐를 극적인 짜임새 ・ 은유 ・ 풍자 ・ 해학을 혼합해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 이 작품집은 한 권에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장웨이의 작품들은 ‘은유,’ 즉 알레고리allegory의 한 정수를 보여주며, 영상을 보듯 아름답게 흐르는 서정성, 짧은 단편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효과는 중국 문학의 현대성을 보여준다.

「나 홀로 전쟁」은 일본의 패망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까지의 국공내전기에 국민당, 공산당, 비적, 3자의 틈새에서 어영부영 공산당 영웅이 된 어느 젊은이의 행적을 서늘하고 코믹한 필치로 그려냈다. 신해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루쉰의 「아큐정전」이 1920년대 반(半)봉건적 현실의 알레고리 및 구(舊)중국에 대한 총체적 풍자였다면, 「나 홀로 전쟁」은 국공내전기 및 신중국 성립기의 「아큐정전」이라고 할 만하다.

「벌집」 속 양봉인들 무리는 하나의 작은 세계이며, 절대권력자와 모순구조 면에서 현실세계의 축소판이다. 일그러진 권력의 상징 라오반. 근친상간의 패륜도 서슴지 않는 횡포, 그에 대한 무력한 여인의 처절한 복수가 괴괴하고 스릴 있다. 1980년대 말 중국의 정치 상황을 떠올린다면 이 작품의 은유와 함의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서재」 역시 은유로 점철된 작품이다. 일종의 지괴(志怪)류로, 오래된 서재에서 자신의 외할머니와 인연이 있었던 영혼과 지속적으로 만난다는 판타지 형식의 작품이다. 우화풍의 음침하고 불가사의한 다수의 장치들, 부정합적인 기술(記述) 등으로 얽힌 이 판타지 소설은 중국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검은 연못 검은 물고기의 추억」은 대자연의 거대하고 근본적인 아름다움과 존재감, 배타적 인간 욕망의 비루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참회라는 장웨이의 오랜 테마가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시키는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민간의 전설이나 민담 등에 녹아 있는 휴머니즘과 반(反)물질주의적 요소를 1980년대 중국 지식인의 자기정체성 확인에 끌어들이려던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목차

대추나무 지킴이
하늘색 나막신
음성
버섯이 자라는 곳
밤꾀꼬리
어느 맑은 연못
흑상어 바다
해변의 눈[雪]
흥분이란 무엇인가
삼상(三想)
비 내리던 고운 밤
낙엽 천지
꿈속의 웅변
겨울 풍경
나 홀로 전쟁
벌집
검은 연못 검은 물고기의 추억
별들을 보며
서재
물고기 이야기

옮긴이 해설 · 중국 신시기문학과 장웨이 초기 중단편—알레고리의 문학성 ․ 역사성 ․ 현재성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장웨이 지음

산둥성 룽커우시에서 태어났다. 고교 진학 대신 고무공장에서 일했으며, 나중에 중등교육과정을 이수한 뒤에도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단편소설을 발표해온 장웨이는 「음성(聲音)」(1982)과 「어떤 맑은 연못(一潭淸水)」(1984)이 중국작가협회 주최 전국우수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즈음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소설 · 시 ․ 평론 ․ 시평 등 다방면의 작품을 발표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만물의 융화를 강조하고 고도성장기 중국의 사회 모순과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시대상을 비판하는 단편을 주로 써온 장웨이는 1986년 첫 장편 『고선(古船)』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홍콩의 권위 있는 시사지 『아주주간(亞洲周刊)』 선정 ‘20세기 세계 100대 중국어 문학’에 선정되고 프랑스 문화과학센터 대입 교재로 채택되었다. 2010년, 20여 년 만에 탈고한 장편 『그대는 고원에(你在高原)』(전 10권)는 『아주주간』 선정 ‘2010년 세계 10대 중국어문학’ 1위에 오르고 중국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여러 작품으로 중국 국내외에서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근대문학이 달성한 고전적 의의와 그것의 초월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장웨이의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영국 · 독일 · 프랑스 · 일본 ·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임명신 옮김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중국현대문학자 마루야마 노보루, 후지이 쇼조 교수에게 사사하고 루쉰 연구로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언어연구원 중국어과 연구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를 역임하고, 『인민화보』 한국어판 주편을 맡았다.

지은 책으로 『아Q정전—새로운 인간상에의 열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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