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역동적 전개 현장과 함께해온
김주연 50년 비평의 총결산과 그 전모
1966년 『문학』지에 평론이 당선되며 등단한 이래, “개성과 개별적인 것을 존중하는 합리주의”와 “문학의 인간애적 이상의 구현”에 주목하는 비평적 태도로, 한국 문학의 역동적인 전개 현장의 한복판에서 그 역사를 함께 일궈온 문학평론가 김주연, 그의 50년 비평 세계를 총결산한 『예감의 실현―김주연 비평선집』(문학과지성사, 2016)이 출간됐다.
김주연은 김병익, 김치수, 김현과 더불어 『문학과지성』을 만들었고, 문학과 사회의 길항 속에서 전근대적 ․ 반지성적 ․ 샤머니즘적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자아와 개성의 확립에 천착한 비평과 저작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등 4․19세대 비평 그룹의 핵심 일원으로 반세기 동안 한국 문학을 동반한 삶을 살아온 우리 시대 비평가다. 또한 그는 독일 정신의 본류를 관통하는 신칸트학파와 낭만주의 정신에 깊게 영향 받은 독문학자로서, 전체와 개인, 이성과 감성, 사회와 자아, 정신과 육체, 세속과 신성성 등 양극성의 대립과 갈등에 주목하고 이를 극복하는 문학과 이론을 탐구하는 데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문학을 둘러싼 현실의 변화를 두루 살피는 총체적 성찰로 “한국 문학의 소중한 균형추” 역할을 해온 대표적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특히나 199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문명/사이버 문화와 문학에 대한 조심스런 예단과 주목(『가짜의 진실, 그 환상』, 1998)을 한 바 있는 그는, 2000년대 초에 들어서면서 보다 가속화된 활자문화 시대에서 영상문화 시대로의 이행을 주시하며 이를 문학장 안에서 추동하는 한편(『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 2001), 이론 비평 및 개별 작품평과 함께 한국 문학 안팎의 정황을 두루 살펴온 말 그대로의 현장 평론가이다. 『예감의 실현』은 이러한 김주연의 방대한 비평 세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글들을 선별해 모은 대표 선집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김주연 비평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60년대 문학과 관련하여 논쟁을 불러일으킨 평문 「새 시대 문학의 성립」(1968)에서 60, 70년대를 거쳐 80년대 초반까지 한국 현대시 비평의 초석이 된 주요 평론은 물론, 2000년대 이후 발표된 김영하, 정영문, 편혜영에 관한 평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50년 비평이 아우른 한국 근현대 문학의 주요 국면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김주연 비평은 초기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개성과 개별적인 것을 존중하는 합리주의’라고 할 수 있을 어떤 방법적 태도로 모든 종류의 이념적 치우침에 대응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소중한 균형추 역할을 해왔으며, 이와 아울러 문학의 시대적, 사회적 과제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런 만큼 그는 문학 자체뿐만 아니라 문학을 둘러싼 현실의 변화에 늘 예민한 촉수를 작동시켰고, 철학과 사회과학 등의 주변 학문을 폭넓게 참조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문학을 역동적으로 변화해가는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문학 초월적 안목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의 문학관은 문학을 어떤 일반적인 사회적 실천으로 환원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문학의 자율성 자체를 사회적 사실로 보는 아도르노의 문학사회학적 테제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좁은 문학주의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으려는 그의 비평적 지향성은 후기 비평에서 신성성과 종교적 초월성의 문제를 한국 문학의 화두로 제기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김주연은 흔히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어떤 종교적 입장에 문학을 가두려 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학을 향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 문제와 더욱 치열하게 대결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책을 엮으며(김태환, 문학평론가, 서울대 독문과 교수)
분석과 비판적 이해에 기반한 총체적 성찰,
현실에 충실했던 비평이 보여준 ‘예감의 실현’
이 책은 1969년 박우사에서 출간된 김주연의 첫 비평집 『상황과 인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출간된 선집과 공저, 편저를 제외한 총 13권의 비평집에서 총 63편의 주요 평문을 선별하여 4개의 주제별로 묶고 있다. 1부 〈비평을 찾아서〉에는 특정한 주제에 따른 포괄적인 문학이론과 비평에 관한 논의를, 2부 〈한국 문학의 맥락〉에는 일정 시기의 한국 문학 전반의 맥락에 대한 논의를 담은 글들을 묶었다. ‘60년대 인식의 출발’에서부터 ‘사회 비판과 시민문학론’, ‘근대문학 기점 논의’, ‘대중문학 논의’, ‘현대시와 신성 회복’, ‘산업화의 안팎과 신진 소설가의 출현’, ‘기술 발전과 대중문화’로 인한 세기말의 젊은 소설들의 출현과 90년대 시의 신표현주의적 경향 등, 여기 묶인 평문들의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김주연의 비평적 시선과 분석의 대상이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지난 한국 사회 문화 현실과 문학장에 돌출해온 주제와 작품에 긴밀하게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어에 침착하게 천착한 첫 세대인 그는 김현과 함께 60~80년대에 걸쳐 한국 현대시의 분출하는 생명력과 다채로운 양상을 주목하며 의미 있는 분석을 활발하게 시도하기도 했다. 그 결실이 3부 〈추억과 서정―시론〉으로 모여, 김수영, 김춘수, 고은, 황동규에서부터 이성복, 김혜순, 황지우 등에 이르는 다양한 문학적 세대의 시 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4부 〈현실 속으로, 현신을 넘어서-소설론〉은 최인훈, 서정인, 황석영, 이청준, 이문구에서부터 김영하, 정영문, 편혜영에 이르기까지, 역시나 한두 개의 경향성으로는 결코 묶일 수 없는 소설가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고도 폭넓게 아우르면서 이를 꾸준히 당대의 문화 산업 속에서 날카롭게 호명하고 또 분석을 시도한 글들을 모았다. 3부 시론과 4부 소설론은 대상 시인과 소설가의 등단 연도를 기준으로 삼아 글을 배치하여, 그 자체로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의 면면은 물론 연대기적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게 했다.
이어 지난 『문학과사회』 여름호(통권 제114호)에 마련했던 〈김주연 등단 50주년 기념 대담―디지털 문명과 영성에 대하여, 그 예감의 비평〉을 함께 실어, 지난 반세기 동안의 김주연 개인의 역사와 한국 문학의 역사를 함께 되돌아보는 한편, 앞으로 도래할 문학에 대한 김주연 특유의 거침없고도 예리한 사유의 진면목을 생생한 육성의 느낌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각 부에 수록된 글들의 발표 시기는 글 말미에 적고, 대상 작가와 관련한 저자의 주요 평문 가운데 함께 읽어보면 좋을 평론의 수록 지면도 함께 밝혀두었다. 수록된 63편의 출전은 책 뒤에 따로 지면을 두어 정리했고, 30여 쪽에 달하는 상세한 인물과 작품, 이론과 개념어에 대한 〈색인〉과 김주연이 저술과 번역에 참여한 모든 책의 〈목록〉을 밝혀, 선집으로서의 충실함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바라건대, 김주연의 날카로운 시선을 거쳐 간 지난 50년간의 현대 한국 문학의 중요한 변곡점과 다채로운 특징들이 이 한 권의 책에 충분히 대표성 있게 반영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책을 엮으며 4
1부 비평을 찾아서
시의 인식의 문제 13
문학사와 문학비평—한국 문학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26
사회비판론과 시민문학론 49
분석론, 그리고 종합론의 가능성 71
근대문학 기점 논의의 문제점 92
대중문학 논의의 제 문제 108
민족문학론의 당위와 한계 129
기술 발전과 대중문화 150
현대시와 신성 회복 195
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 205
2부 한국 문학의 맥락
새 시대 문학의 성립—인식의 출발로서의 60년대 229
한국 문학은 이상주의인가 263
산업화의 안팎—70년대 신진 소설가의 세계 282
한국 현대시와 기독교 302
한국 문학, 왜 감동이 약한가—그 초월성 결핍을 비판한다 323
소설의 장래와 그 역할 349
노동 문제의 문학적 인식 371
성 관습의 붕괴와 원근법주의—세기말의 젊은 소설가들 388
욕망과 죽음의 정치학—90년대 시의 신표현주의적 경향 410
페미니즘, 그 당연한 욕망의 함정—21세기 문학의 발전적 전망과 관련하여 428
인터넷 대중과 문학적 실천—새로운 소설 징후들을 보면서 467
한국 문학 세계화의 요체 483
3부 추억과 서정—시론
교양주의의 붕괴와 언어의 범속화—김수영 495
명상적 집중과 추억—김춘수 516
죽음과 행복한 잠—고은 529
자기 확인과 자기 부인—황동규 546
따뜻한 마음, 따뜻한 시—마종기 566
시적 실존과 시의 운명—정현종 579
바라봄의 시학—김형영 594
시와 아이러니—오규원 608
눈이 붉은 작은 새, 큰 새가 되어—김지하 626
범속한 트임—김광규 654
바다의 통곡, 바다의 의지—문충성 672
부패한 몸, 우울의 예술성—이성복 685
허기와 시적 생산성—김혜순 701
풍자의 제의를 넘어서—황지우 718
신체적 상상력: 직선에서 원으로—김기택 738
시, 생명을 살리다—박라연 753
4부 현실 속으로, 현실을 넘어서—소설론
분단시대와 지식인의 사랑—최인훈 771
보편성의 위기와 소설—서정인 794
떠남과 외지인 의식—황석영 810
상업 문명 속 소외와 복귀—최인호 825
역사와 문학—이병주 844
제의(祭儀)와 화해—이청준 855
샤머니즘과 한국 정신—한승원 867
취락(聚落)의 와해와 저항—이문구 874
모자 관계의 소외/동화의 구조—김원일 881
소리와 새, 먼 곳을 오가다—윤후명 895
문체, 그 기화(氣化)된 허기—오정희 911
순응과 탈출—박완서 927
서사와 서정의 섬세한, 혹은 웅장한 통합—김주영 943
명분주의의 비극—현길언 965
기억의 바다, 그 깊이에 홀린 물고기—이인성 981
포박된 인생과 그 변신—이승우 997
라멕의 노래—김영현 1016
세속 도시에서의 글쓰기—정찬 1027
근대에도 신화는 있다—성석제 1043
소설로 쓴 그림—배수아 1059
몸의 유물론—김훈 1075
모순과 그 힘—은희경 1092
서사의 관리와 ‘기계천사’—김영하 1110
‘미니멀’ 투어 이야기 만들기—정영문 1126
고양이와 쥐, 개 그리고…… 사람—편혜영 1143
김주연 등단 50주년 기념 대담 | 디지털 문명과 영성에 대하여, 그 예감의 비평 1159
김주연의 말 | 원고지를 위한 변명 1182
출전 1185
찾아보기 1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