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식과 세계 인식을 통해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힌
한 비평가의 문학적 삶의 공간
독자의 의식과 작가의 의식이 만나는 독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감과 정신의 모험으로서의 비평!
계간 『문학과지성』을 창간하고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를 세우는 데 참여한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김치수 선생(1940~2014)이 타계한 뒤, 문학과지성사는 〈김치수 문학전집〉 간행위원회를 결성해 그의 문학적 성과에 대해 논의하여 불문학 연구서와 번역서를 제외한 10권의 문학전집을 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2015년 10월 14일 1주기 추도식을 통해 고인께 우선 두 권의 책을 봉정하였고, 2016년 7월 2차분으로 전집 제1권 『한국소설의 공간/현대한국문학의 이론』과 제5권 『공감의 비평을 위하여』를 출간하였다. 3차분 『문학과 비평의 구조』와 『삶의 허상과 소설의 진실』이 8월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완간은 2016년 12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 한 비평가가 있다. 김치수(1940~2014)는 문학 이론과 실제 비평, 외국 문학과 한국 문학 사이의 아름다운 소통을 이루어낸 비평가였다. 그는 ‘문학사회학’과 ‘구조주의’와 ‘누보로망’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한국 문학 텍스트의 깊이 속에서 공감의 비평을 일구어내었다. 김치수의 사유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입장의 조건과 맥락을 탐색하는 것이었으며, 비평이 타자의 정신과 삶을 이해하려는 대화적 움직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의 문학적 여정은 텍스트의 숨은 욕망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으로부터, 텍스트와 사회 구조의 대응을 읽어내고 당대의 문제에 개입하는 데 이르고 있다. 그의 비평은 ‘문학’과 ‘지성’의 상호 연관에 바탕 한 인문적 성찰을 통해 사회문화적 현실에 대한 비평적 실천을 도모한 4·19세대의 문학정신이 갖는 현재성을 증거 한다. 그는 권력의 폭력과 역사의 배반보다 더 깊고 끈질긴 문학의 힘을 믿었던 비평가였다.
이제 김치수의 비평을 우리가 다시 돌아보는 것은 한국 문학 평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라, 한국 문학의 미래를 탐문하는 일이다. 그가 남겨 놓은 글들을 다시 읽고 김치수 문학전집(전 10권)으로 묶고 펴내는 일을 시작하는 것은 내일의 한국 문학을 위한 우리의 가슴 벅찬 의무이다. _〈김치수 문학전집〉 간행위원회
『한국소설의 공간/현대한국문학의 이론』―〈김치수 문학전집〉제1권
〈김치수 문학전집〉 제1권 『한국소설의 공간/현대한국문학의 이론』은 1976년 발간된 『한국소설의 공간』(열화당 판)과 1972년에 발간된 공동 비평집 『현대한국문학의 이론』(민음사 판)에서 김치수 선생의 글만을 골라내 엮은 합본이다.
‘김치수 첫 평론집’으로 이름 붙여진 「한국소설의 공간」은 식민지시대의 문학과 6·25 전쟁소설, 1960년대 문학의 성격과 역사적 위치 등을 살피며 ‘역사 인식’과 ‘문학적 인식’이 어떻게 한 궤적을 그려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식민지시대 작가 김동인· 염상섭에서부터 1970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예 최인호와 황석영의 모습까지 현대 한국 문학의 뿌리를 한눈에 확인하게 한다. 「현대한국문학의 이론」은 김병익·김주연·김치수·김현(4K) 네 분의 공동 비평집으로 여기에 실린 김치수 선생의 글 중 다른 이론서와 평론집에 실리지 않은 글만을 골랐다. 당시 양적으로 풍부했던 농촌소설을 통해 우리의 배경을 인식함과 동시에 여기에 더해지는 근대적 개발과 인식의 전환을 통한 모더니티의 흐름이 잘 스케치되어 있다.
4인 공동 비평집의 형태로 출간된 『현대한국문학의 이론』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같은 시기에 4・19의 세례를 받았고 비평적 동지로서 긴 세월을 동고동락하다가 훗날 ‘문지 1세대’ 로 불리게 될 김병익・김주연・김치수・김현의 표현을 빌리자면 “더 많은 공동의 땅”을 찾아 긴 여정을 함께 시작한 후 처음 내딛었던 족적이 거기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4・19 체험을 두고 그로 인해 “역사의 의미와 만났”고 “자유의 의미와도 만났다”라고 표현한다. 그때부터 그들에게 문학 비평은 바로 그 역사와 자유의 의미를 줄기차게 추구하는 일 외에 다름 아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 김치수가 최초로 출간한 개인 비평집이 『한국소설의 공간』이다. 엄혹했던 1970년대 한복판에서 세상에 얼굴을 내민 이 책에는 문학을 통해 역사와 자유를 숙고하려는 김치수의 비평적 고뇌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역사와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4・19 이후의 한국 문학을 재사유해야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각별한 공감 속에서 당대에 산출되고 있는 문학적 성과들을 의미화하고 긴 안목의 한국 문학사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김치수가 다루고 있는 작가와 작품의 범위는 방대하다. 시기적으로는 멀리 식민지시대의 작가들에서 동시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인호에 이르기까지, 그 경향에 있어서는 한국 관념소설의 계보를 잇고 있던 장용학・신상웅에서 갓 등장한 신예 리얼리스트 황석영・이문구에 이르기까지, 그는 역사화하고 해석하고 개입하고 무엇보다도 ‘공감’한다. 이른바 그 넉넉하면서도 단단한 “공감의 비평”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김형중(문학평론가)
김치수 문학전집을 엮으며
한국소설의 공간
삼판에 부쳐
재판의 간행에 부쳐
머리말
Ⅰ
식민지시대의 문학
6·25의 전쟁소설
반속주의(反俗主義) 문학과 그 전통
—1960년대 문학의 성격・역사적 위치 규명
1960년대 작가에 대한 별견(瞥見)
작가와 반항의 한계
비평 단상
문학사에서 전통 문제
Ⅱ
‘이즘’과 작가—김동인
자연주의 재고—염상섭
채만식의 유고—「소년은 자란다」
‘외로움’과 그 극복의 문제—황순원의 「일월(日月)」
작가와 문학적 변모—장용학
지식인의 망명—최인훈의 「회색인」 「서유기」
풍속의 변천—김문수·홍성원
상황과 개인—신상웅
상황과 문체—이문구
한국 소설의 새 얼굴—최인호·황석영
현대한국문학의 이론
서문
농촌소설 별견
한국 소설의 과제
역사적 탁류의 인식—채만식의 「탁류」 「태평천하」
관조자의 세계—이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