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이 : 완성된 삶을 위하여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 김태환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6년 5월 17일 | ISBN 9788932028620

사양 변형판 125x200 · 192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

독일 철학자이자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 강연록

우리 삶의 본질에 대한 가장 간결한 말!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각 시기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말하다.

출간 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쇄를 다시 찍는 독일 스테디셀러

 

“인간은 단지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걸어감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걷는다.”–괴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음에만 최고의 가치를 두고 노년의 삶은 몰락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노인들도 보다 젊어 보이는 데만 노력을 기울일 뿐 노년의 의미에 대한 제대로 된 의식을 갖고 삶을 꾸려보고자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아이들은 빠르게 성인의 가치체계를 습득하도록 장려된다. 한 사람의 삶에서 젊은 시절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가? 인생에 하나의 정점이 존재하고, 그 이전의 시기는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준비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시기는 조금씩 하강하는 과정에 불과한가?

특정한 삶의 시기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는 데 맞서 삶의 전체로서의 가치를 열렬히 옹호하는, 독일 가톨릭 신학자이자 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의 『삶과 나이』가 출간되었다. 그는 청춘의 가치가 절대화되고, 노년의 가치가 잊혀져가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또한 삶이 온전한 전체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삶의 부분들 모두 그 나름의 독자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의 각 시기와 삶 전체 간의 변증법

:각각의 삶의 시기는 어떤 가치와 과제를 갖는가? 또한 어떤 위기를 겪는가?

 

과르디니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인생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모든 삶의 시기들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기에 우리의 삶 전체에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갖는다고 말한다. 각각의 삶의 시기가 전례 없이 새롭고 유일하며 또한 영원히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사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 삶의 긴장, 즉 바로 그때 그 시기의 삶을 살려는 아주 내밀한 충동이 나온다는 것이다. 모든 시기는 그 자체로서 고유한 특징을 지니는 독자적인 삶의 형상으로서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모든 시기는 삶 전체 안에서 자리를 가지고, 또 삶 전체를 향해 작용을 할 때만 완전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인생의 시기를 대략 태아로서의 삶,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중년기[각성한 인간], 노년기[지혜로운 인간], 고령기[노쇠한 인간]로 나누어 각 시기마다 인간이 해결해야 할 과제, 실현해야 할 가치, 그리고 하나의 시기에서 다음 시기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위기와 위험, 그리고 극복 방안에 관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청년은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계속해서 지금까지 신봉하던 이상주의적 신념을 고집하며 교조주의에 빠져들 수 있다. 아무것도 인정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비판만 하는 광신적 원리주의자, 어디서도 참된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영원한 혁명가가 된다. 혹은 정반대로 현실에 완전히 투항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득과 성공에만 눈독을 들이고, 오히려 스스로 나서서, 참된 가치를 추구하려는 이들에게 이상주의를 버리라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성년기에서 중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자기가 가진 힘의 한계를 분명하게 마주하게 되는 위기를 경험한다. 일의 부담은 쌓여가는 반면, 무슨 일에든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일의 시작이 일으키던 흥분된 감정도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삶이 많은 것을 약속해주는 듯했으나 차츰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무대 뒤편이 들여다보이고 삶 전반에 대해 깊은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생의 권태가 찾아온 것. 과르디니는 이러한 때, 어떻게 삶을 긍정하고, 삶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한다.

 

노년의 가치가 잊혀져가고 있는 데 대한 강력한 비판!

노년기의 삶은 몰락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과르디니는 특히 노년의 문제에 대해 공을 들여 설명한다. 이 책은 오늘날 인생에서 노년의 가치가 잊혀져가고 있는 데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과르디니는 노년기 이후의 시기가 가치가 줄어든 삶을 근근이 연장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시간, 삶에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노년기 이후가 삶 전체를 그림자처럼 동반해온 죽음의 의미를 진정으로 성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는 것이다. 노년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버린 삶에 대한 원망과 아직 젊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를 버릴 수 있게 되고, 삶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게 된다.

과르디니는 또한 노년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느냐 하는 것은 상당 부분 노인 자신에게 달려 있지만,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 그리고 그 밖의 사회적 맥락, 지역 공동체나 사회가 노인에게 그의 개인적 힘을 넘어서는 부분에서 적절한 삶의 조건을 제공해주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삶의 경제가 아닌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

 

로마노 과르디니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지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나치를 비판한 논문으로 베를린 대학에서 퇴직당한 전력이 있는 그는, 독일을 넘어 전 유럽에서 깊은 존경을 받았다.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올바른 삶에 대해 고찰하는 그의 저작들은 종교계 안팎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으며, 사상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 등도 그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계대전과 나치즘을 경험한 후 맹렬한 자본주의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일깨우기 위해 펼친 강연을 묶은 이 작은 책은 1953년 처음 출간된 이래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꾸준히 독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과르디니가 우려스럽게 진단한 상황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더 적확하게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살면서 곧잘 잊어버리게 되는, 혹은 알고도 애써 외면하고 마는 근본적이고도 보편적인 인생의 지침들을 아주 압축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삶의 ‘경제’가 아닌 삶의 ‘본질’을 탐구했던 과르디니의 목소리에 다시금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본문 속으로

 

모든 하루하루, 모든 한 해 한 해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생생한 시기들입니다. 이들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기에 우리의 삶 전체에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갖는 것입니다. 모든 삶의 시기가 전례 없이 새롭고 유일하며 또한 영원히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사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 삶의 긴장, 즉 바로 그때 그 시기의 삶을 살려는 아주 내밀한 충동이 나옵니다. 이 충동을 느끼지 못하면 곧바로 단조로움의 감정이 생겨나고, 이 감정은 절망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습니다._11~12쪽

 

이들 각 시기는 진정 독자적인 삶의 형상으로서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이의 태도를 바탕으로 청년의 태도를 이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의 삶을 청년이 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모든 시기는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런 고유한 특성이 너무나 강하게 발휘되는 바람에 해당 시기를 지나 다음 시기로 넘어가는 데 어려움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나이로 보면 이미 성숙해졌어야 함에도 여전히 감정과 성격에 있어서 아이 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 유아적 인간이 그러합니다._14쪽

 

우선 청년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는 절대주의에 빠져들고 맙니다. 교조주의적으로 되는 겁니다. 아무것도 인정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비판만 하는 광신적 원리주의자가 됩니다. 아니면 어디서도 참된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영원한 혁명가가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주어진 현실과 관계 맺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_72쪽

 

이는 가까이 다가오는 끝을 외면하는 태도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치 끝이 아직 저 멀리 있다는 양 행동하며, 끝나가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 악착같이 매달리고, 마치 젊은이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죠. 이로부터 비참하고 안타까운 결과들이 생겨납니다. 우리 시대에 나타난 가장 수상쩍은 현상 가운데 하나는 가치 있는 삶을 단순히 젊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입니다._98~99쪽

 

기력이 없는 노쇠한 인간은 세상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자기 존재와 소유를 주장하는 것으로 이러한 위협에 맞서려고 합니다. 자신의 재산과 권리, 습관, 견해, 판단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이죠. 고령의 노인 특유의 옹고집이 나타납니다. 정말 치사하고 터무니없다 싶을 정도로 온갖 일에 고집을 부리며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_121~122쪽

 

 

추천의 글

 

이 강연록은 삶의 시기를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 고령기로 나누어 각 시기의 특징과 위기를 이해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변모해나갈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특히 젊음만이 삶의 가치인 양 치부하는 단선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지적하고, 노년의 진정한 의미를 제시하는 부분은 참으로 인상 깊다._강금실

목차

삶의 시기
태아로서의 삶과 출생, 그리고 유년 시절
성숙의 위기
청년
경험의 위기
성년
한계 경험의 위기
각성한 인간
물러남의 위기
지혜로운 인간
고령으로의 진입
노쇠한 인간
되돌아보며

부록_[윤리학 강의] 나이와 철학
_[라디오 연설] 늙는다는 것에 관하여
옮긴이의 글_우리 삶의 본질에 대한 가장 간결한 말

작가 소개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이탈리아 태생의 독일 가톨릭 신학자, 철학자이자 가톨릭 전례 개혁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10년 마인츠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15년에는 성 보나벤투라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3년 베를린 대학 종교철학 교수로 임용되었으나, 나치를 비판한 논문 「구세주Der Heiland」(1935)가 문제가 되어 퇴직당했다. 전후에 튀빙엔 대학 철학과 교수가 되었고, 1948년에서 1962년까지 뮌헨 대학에서 기독교 세계관 및 종교철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1968년 뮌헨에서 사망했다.

과르디니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지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가톨릭 청년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올바른 삶에 대해 고찰하는 그의 강의와 저작들은 종교계 안팎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사상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 등도 과르디니의 저작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1952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평화와 인권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독일 출판인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는 바이에른 가톨릭 아카데미가 로마노 과르디니 상을 제정했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이 수상했다.

과르디니의 저서들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특히 세계대전과 나치즘을 경험한 후 맹렬한 자본주의화 속에서 뒤틀린 생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일깨우기 위해 펼친 강연을 묶은 『삶과 나이』는 1953년 처음 출간된 이래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전례의 정신Vom Geist der Liturgie』 『거룩한 표징Von heiligen Zeichen』『소크라테스의 죽음Der Tod des Sokrates』 『근대의 종말Das Ende der Neuzeit』 등이 있다.

김태환 옮김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푸른 장미를 찾아서』 『문학의 질서』 『미로의 구조』 『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 『우화의 서사학』 『우화의 철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페터 V. 지마의 『모던/포스트모던』, 한병철의 『피로사회』,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선고 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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