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15회 - 2015

김주선 / 평론 / 「증언의 아카이브―박솔뫼론」

임지은 / 시 / 「개와 오후」 외 4편

선정 개요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의 열다섯번째 당선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4월 진행된 예심과 본심 과정은 대체로 힘들지만 때때로 즐거웠으며,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배우고 느낀 바가 매우 많은 시간이었다. 원래 심사 경위란 심사의 구체적인 과정을 소개한다는 뜻이겠으나 분야별 심사평에서 그 과정을 상세히 보여줄 것이므로 여기서는 심사하면서 받은 소회를 간단히 적어본다.
심사 과정에서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어떤 작품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다거나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거나 하는 행복한 경우도 없진 않지만, 반대로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을까?” “이게 좋긴 한데 당선작으로 뽑을 만한가?”처럼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하는데, 예년에 비해 올해 심사에서 부정적인 의견들이 더 많이 오갔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실은 심사를 혼자 한다면 또 모르되 두 명만 모여도 각자 관점이나 취향 때문에 가령 누군가가 최고로 꼽은 응모작이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상 정도로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 단계에 이르면 결국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를 재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 여기의 시와 소설과 평론이 어떠해야 되는지 고민하고 반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는 것도 많다.
심사에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있지 않은 한, 이런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작품에 잠재되어 있는 가치가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갈망하면서 용기를 낸 많은 응모자들만큼이나 심사자들 역시 고민 끝에 고른 작품의 가치가 널리 인정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응모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뭔가를 걸고 나섰듯, 심사자들 역시 선택한 작품에 많은 것을 걸고 있거니와, 응모자들은 물론이고 심사자들이 걸고 있는 것 역시 단지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 같은 것만은 아니다. 제15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의 응모자와 당선자들의 노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심사자들 역시 좋은 문학을 위한 쉽지 않은 노정을 함께하고자 한다. 그래서 시의 임지은과 평론의 김주선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단지 당선만이 아니라 그 이상이 되기를 마음 모아 간절히 바란다.

심사평

[시 부문]
올해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 응모자는 총 444명으로 양적으로는 예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질적으로 빼어난 시적 역량을 선보이는 작품들을 적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1차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16명의 응모자들(강경선, 김소미나, 김소현, 김원, 김잔디, 김태형, 박수지, 신수형, 오솔뫼, 이혜리, 이희주, 임지은, 진다솔, 최몽휘, 최은안, 허단)의 작품을 꼼꼼하게 검토했으나, 최종심으로 남겨둘 후보작을 고르는 일이 생각처럼 만만치는 않았다. 검토 대상들이 완성도 면에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적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어가는 최근의 추세 속에서 독자적 개성을 강렬하게 발산하는 낯선 작품을 만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했다. 덕분에 안정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낯익은 작품보다, 당대의 기대지평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기미를 내장한 작품에 주목하자는 기준을 설정하고 조금 더 단호하게 응모작들의 면면을 살펴보아야 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김소미나(「옆구리 운동」 외), 신수형(「스윙」 외), 오솔뫼(「나쁜 피」 외), 이희주(「유기 동물 보호소」 외), 임지은(「개와 오후」 외)의 작품들을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으로 남겨둘 수 있었다.
김소미나의 「옆구리 운동」 외 9편은 유쾌하고 발랄한 상상력이 인상적이었으며, 특히 시의 진술들을 배치시킬 때의 과감성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 과감한 발랄함이 제어되지 못할 경우 종종 불필요한 산문화를 낳거나 비약을 발생시켜 시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오솔뫼의 「나쁜 피」 외 9편은 초월적 신성성과 대면하고 있는 인간의 한계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고뇌가 인상적이었다. 고통 어린 언어로도 화려한 시적 리듬을 끈덕지게 만들어내는 오솔뫼의 시는 분명 당대 한국 시에서 보기 드문 개성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그 고집스러운 태도가 때로는 시를 포박하고 옥죄게 만든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희주의 「유기 동물 보호소」 외 9편은 세계의 작위성을 삐딱하게 포착해내는 껄렁한 패기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의 시는 새로운 세대가 품고 있을 세상에 대한 전면적 회의를 시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러한 참신한 냉소가 때로는 평면적인 세계 인식으로 이어지거나, 도리어 인위적인 형식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논의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임지은과 신수형의 시였다. 임지은의 「개와 오후」 외 9편은 이미지들을 간결하게 정련시키는 조형적 솜씨가 탁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에 대한 변전變轉의 상상력이 과감하게 펼쳐지면서 시적 분위기를 상쾌하게 유지시킨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일상적 삶의 풍경들을 간결한 터치로도 낯설게 녹여내면서 그 안에 각인되어 있는 고독의 내력을 통해 깊은 정서적 울림을 준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었다. 시의 스케일이 다소 협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으나,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밀도가 깊이의 스케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어렵지 않게 동의했다. 임지은을 당선자로 결정하는 것에 망설일 까닭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가 제법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신수형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스윙」 외 9편은 이미지들을 유려하게 배치하는 가운데 독특하고도 속도감 있는 리듬을 창출해내고 있었으며, 상상력의 폭이 넓어서 비교적 길지 않은 시 안에서도 시적 사유를 자유롭게 활보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보내온 시들에서는, 시적인 것을 구성해내는 방식이 자신만의 정형화된 방법론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한정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으며, 더불어 그러한 현상이 자신의 시적 재능을 쉽게 소비한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신수형의 패기 어린 재능이 아까웠기에 공동 당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랫동안 논의를 거듭했으나, 자신의 재능까지도 의심할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차후를 기약하기로 결정했다.
심사라는 제도적 특성상 구태여 단점들을 거론하기는 했으나, 응모된 작품들 중에는 심사자들로 하여금 행복한 고민을 반복하도록 만든 번뜩이는 시적 기량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고백하고 싶다. 시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놓지 않은 이들이야말로 오늘날 한국 시의 두께와 폭을 증명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쉽게 당선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하며, 당선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소설 부문]
올해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예심을 통과한 응모자는 13명이었고, 작품 수는 중편 1편 포함, 총 26편이었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구지연(「회개 없는 주간」 「영의 기원」)
김계피(「이곳에선 아무도 죽지 않는다」 「무언가 지나가고 있다」)
김서나(「기침과 축복」 「발화점 19.5도」 「잠복기」)
김선형(「반역자를 위한 변명」 「감정교육」)
김성준(「선인장이 없는 정물」 「화이트와 그레이의 체크」)
김원희(「히치하이킹」 「고추」)
김 환(「지진」 「뽑히지 않는 편자」)
독고인(「확률론 — 루 선생에게 바침」)
사경희(「칼과 당신」 「겨울 아침」)
이동민(「다소 보편적인 소설」 「식탁이 둘, 손님은 하나」)
이태희(「코끼리 죽이기」 「아무도 없는」)
정혜성(「그날, 그곳엔, 누가」 「온기」)
황가람(「허물들」 「한나의 꿈」)

이상 26편의 작품들 중 김계피, 김성준, 이동민, 이태희의 작품들이 마지막까지 긴 논의와 숙고의 대상이 되었다.

두 작품으로 미루어 보건대, 김계피는 아무래도 모종의 트라우마를 겪은 후 병리적인 상태에 처한 인물들의 고통스런 의식 세계를 다루는 데 장기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또 망상적이면서도 우울한 세계를 묘사하는 단문들이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언어와 문장에 대한 자의식이 참으로 예민하다는 사실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작가라면 아마도 현재 일군의 젊은 소설들(특히 박솔뫼와 김사과)이 형성하고 있는 어떤 흐름에 독특한 방식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을 끝내 망설이게 한 결점이 하나 있었는데, 두 작품 공히 구성과 문체가 아직 완숙한 정도는 아니어서 독서의 리듬과 호흡이 자꾸 끊긴다는 점이었다. 의도된 낯섦이 아니었으므로 그것은 명백한 결점이었다. 그러나 그 결점이 미구에 김계피라는 이름의 젊은 작가 하나를 얻게 되리라는 기대를 포기하게 할 정도로 큰 것은 아니었다는 말쯤은 해두고 싶다.
김성준의 두 작품에서 공히 발견되는 특징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교묘하게 모호해진다는 점이었다. 이때의 ‘교묘하다’는 말은 전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잘 사용된 소설적 장치와 세밀하게 계산된 문장들이 인물들의 의식 세계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실감나게 재현해내고 있었다. 말미의 반전도 자연스럽게 감춰져서 구성에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선인장이 없는 정물」의 경우 주제의식이 선명하지 않아 말하려는 바보다 아이디어가 승한 소품이라는 인상을 떨치기 힘들었고, 「화이트와 그레이의 체크」의 경우 작중 두 인물이 대표하는 예술관이 어딘가 도식적이고 궤변 같은 데가 있었다. 훌륭한 기량만큼의 깊은 사유가 뒷받침되었다면 올해도 신인 소설가 한 명을 문단에 내보낼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동민이 투고한 두 작품 중 심사위원들이 눈여겨 읽은 것은 「다소 보편적인 소설」이었다. 사뭇 경향이 다른 「식탁이 둘, 손님은 하나」는 감상적인 면이 도드라져서 긴 논의를 요하지 않았다. 「다소 보편적인 소설」은 메타픽션이자 SF소설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착상의 기발함이었다. ‘보편 소설 창작기계’라는 소재 자체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야기’에 미치게 될 영향과 관련하여 민감한 여러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을 법했다. 문학적 상상력의 스케일도 크고, 배경지식도 그만하면 노고의 증거가 될 만했다. 그러나 산만한 구성이 읽는 이의 집중을 방해했고, 정교하지 못한 디테일들이 SF적 개연성을 떨어뜨렸다. 게다가 보내온 두 작품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 이 (예비)작가의 진면목이 어디에 있는지도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다음 기회에 그의 작품을 다시 읽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코끼리 죽이기」와 「아무도 없는」을 투고한 이태희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특히 전자의 작품은 원치 않게 살인범이 된 네 남성 인물들의 갈팡질팡하는 대사가 톡톡 튀고 유머러스해서 가독성이 엄청나다. 그러나 강한 몰입도에도 불구하고 독서 말미에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만들고 인물들에게 대사를 부여하고 그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능력은 이미 충분히 갖춘 (예비)작가임에 틀림없지만, 이야기가 우리가 사는 사회와 삶에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훈련일 것이다. 곧 그런 작가로 다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결국 네 응모자들의 작품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시야가 작년, 재작년, 그리고 그 이전에 문지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에 미치자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기수상자들의 명성에 걸맞게 좀 까다로운 심사위원들이 되기로 했다. 당선자를 내지 못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선 452명의 응모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심화되는 한국 소설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유망한 신인 작가를 내지 못한 심사위원들의 안타까움이 그만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응모자들 모두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비평 부문]
몇 해 동안 신인문학상의 평론 부문 심사평을 쓸 때 무겁고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으나, 올해는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비평의 쇠퇴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여전하지만, 자신의 사유를 진작시키고 고유한 안목을 두루 키우려는 지성적 노력과 훈련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총 11편이 응모된 올해 평론 부문에서는 6편의 작품이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별되었고, 그중 강찬모, 김주선, 전영규의 글이 주목되었다. 이영광과 송찬호의 시를 대상으로 한 강찬모의 평문은 텍스트 분석에 필요한 비평가 고유의 시각이 시종일관 유지되고 있고, 유행을 좇는 이론의 무리한 적용을 견제하면서 시 분석에 유용한 근거를 제시하는 필력이 돋보였다. 상호텍스트적 문맥을 중시하고 이를 논리 전개에 활용하는 방식은 그간의 독서의 폭과 깊이를 짐작케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텍스트를 도해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설득력보다는 주관적 견해에 침잠해 있다는 인상이 강했고, 그 때문에 자기만의 사유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최정진, 황인찬, 이우성 등 젊은 시인들의 시 세계에 천착한 전영규의 평문은 세대적 신선함이 부각되는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이를 규명하려는 글쓴이의 비평적 야심과 열도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시 내부에서 확인되는 자의식의 형상을 추적하고 이를 통해 동시대인 모두가 직면한 존재의 불안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나, 사유의 구체성을 드러내기엔 글쓴이 스스로가 자신이 쓴 문장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글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여겨졌다. 박솔뫼와 정소현의 소설을 대상으로 한 김주선의 평문은 글이 마침내 사람의 성향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경우였다. 자신이 생각하고 성찰한 바 이상은 쓰지 않는 겸손함, 버릴 것도 더 채울 것도 없이, 군더더기란 찾아볼 수 없는 간결성, 그리고 그 의미의 정확함, 텍스트의 고유한 특징과 의의를 드러내려는 목적 외에는 어떤 욕심도 삼가려는 절제의 태도는 글을 읽는 내내 그만의 미덕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정제된 그의 평문은 비평을, 자기 공부를 과시하고 문체의 현란함을 발휘하는 영역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글이다. 무엇보다 세대적 공통감각을 발휘하여 텍스트의 무의식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비평가로서 큰 장점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겨졌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평론 부문의 당선자로 우리는 김주선을 택하였다. 겸손이 지나친 자기 낮춤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노파심을 쓸데없는 덤으로 남기면서, 오랜만의 반가움을 담아 그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 자리를 빌려 애쓴 노고의 흔적들을 선뜻 보내준 응모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_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심사위원

김주선

수상자: 김주선

장르: 평론

작품: 「증언의 아카이브―박솔뫼론」

수상 소감:

스승님께 감사드립니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을 아주 좋아합니다. 가장 보통의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멀쩡히 살았습니다. 저는 딱히 불행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식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책을 하고 싶습니다. 숲길을 좋아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부럽습니다. 제 고통이 충분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를 재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삶을 돌이켰을 때 대단한 성취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선한 마음이 자연스럽길 바랍니다. 저는 문학이 너무나 좋습니다. 평생 이곳에 있겠습니다.
김수중 선생님, 설헌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서정자 씨 고마워요.
김남균 형과 세미나팀 화요회 친구들, 그리고 성룡이, 영민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제게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긴 시간 동안 못난 오빠의 곁을 지켜준 사랑하는 동생 미영이와, 부족한 사내를 믿어준 나의 어머니 정현옥 여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노력하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작가 소개:

1983년 화순 출생,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임지은

수상자: 임지은

장르: 시

작품: 「개와 오후」 외 4편

수상 소감:

그럴 리가 없는데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사이다를 눌렀는데 일요일이 튀어나오는 자판기처럼. 종로행 버스에 올라탔는데 아프리카에 도착하는 사건처럼. 시는 나의 머릿속에서 늘 그런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인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시 쓰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몸통만 있고 손발이 없는 아이에게 손가락을 쥐여주고 발바닥을 간지럽혀주듯이 시를 썼다. 시는 아주 조금씩 미래로 이동했다. 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지만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혼돈을 좋아하고 쉬운 단어를 좋아하고 흩어지는 것을 좋아하고 엉뚱함을 좋아하고 비약을 좋아하고 서툰 질문을 좋아하는 시인이 되고 싶다. 작지만 튼튼한 날개를 달고 시간이 만들어놓은 무시무시한 질서를 뛰어넘을 것이다.
이 모든 걸 가능한 시선으로 바라봐준 사랑하는 신랑. 감사의 말로는 부족한 아빠, 엄마, 아버님, 어머님과 가족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인 외할머니. 건강하셔서 다행인 친할머니. 배 속에서 같이 시를 쓰다 이제는 두 살이 된 다원이. 아직도 친구여서 고맙고 고마운 미애, 은지, 혜선이, 정미. 곧 지면에서 만날 연희 언니와 수진 씨. 나의 영원한 시인 김소연 선생님. 시로 한번 살아보라고 지지해주신 김사인 교수님. 딸처럼 여겨주시던 하일지 교수님. 그리고 제 오랜 두드림을 허락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두려움을 잊지 않고 쓰겠습니다.

작가 소개:

1980년 대전 출생.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및 같은 과 대학원 졸업.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