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14회 - 2014

양선형 / 소설 / 「스나크 사냥」

이설빈 / 시 / 「울타리의 노래」 외 4편

선정 개요

올해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은 14회째를 맞이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인유는 흔한 수사지만, 그간 배출된 작가, 시인, 평론가들의 면면을 떠올리면 200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의 ‘강산’을 변화시키는 데 이 상이 기여한 바를 자부하고 싶어진다. 문학의 새로운 진화를 적극 수용하고, 진화의 양태와 생리를 한발 앞서 찾아 읽겠다는 의욕과 의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그래서 이 ‘상징적 입사식’의 통과는 자신의 고유성을 드러내해야 하는 쪽의 부담만큼이나 그것을 골라내고 가늠해야 하는 쪽의 어려움도 잇따른 과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뜻 깊은 호명의 순간으로 이 상을 거쳐 간 이들의 행보와 다채로운 축적은 상의 성격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있으며, 이 점이야말로 문학과사회 신인상의 의의와 전통을 세우는 가장 든든한 뼈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이제 일부러 표내지 않아도 표가 나는 자연스런 모양새를 얻고 있는 듯하다. 올해 응모된 작품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기성의 세계에 기대거나 안주하기보다 다소 서투르고 투박해도 자기 본연의 목소리를 서사의 구성 가운데, 행간의 숨은 어조 속에 구축하고 표명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난 예가 많았다. 이러한 강한 의도성이 완성도를 감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실험성에 대한 예민한 자의식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다 해도 새로운 문학을 낳는 밑거름이자 그러한 욕망을 가동하고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기성의 문법과 스타일에 기대기보다 실험의 가능성을 믿고 미지의 결과를 향해 성큼 나아가는 과감한 걸음에 마땅히 격려의 박수를 쳐주어야 할 것이다. 문학과사회 신인상은 그러한 과감성이 성숙의 예비조건으로 감지되는 문학적 동량을 향해 열린 문이자 편안한 익숙함보다는 때로 낯선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 오롯한 개성의 출현을 위해 마련된 통로이다. 그리고 이것은 본 상이 소수의 향유자가 고집하는 특정의 경향을 지지한다는 것과는 그 뜻이 엄연히 다르다. ‘신인’의 함의가 결정되지 않은, 결정되길 거부하는 현재 진행형의 가능성을 가리키는 한, 한국문학의 역사적 풍경을 새롭게 바꾸어갈 징조로 예감되고 문제적 징후로 되새겨지는 모든 다양한 시도와 결실에 우리는 언제든 첫번째로 그 이름을 불러줄 것이다.
활짝 개방된 문과 닦아놓은 길을 따라 나타날 새로운 얼굴들은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반가운 존재들이다. 올해는 신인상의 이러한 성격에 어울리는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어 더없이 즐거운 한 해다. 총 981명이 응모한 가운데, 시 부문에는 483명, 소설 부문에는 487명, 평론 부문에는 11명이 노고의 산물을 보내주었다. 두 차례의 심사가 이루어졌으며, 4월 4일에 응모작 전체를 살피는 예심이 열렸고,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을 심사자들이 2주간 재독한 뒤 4월 18일에 본심을 진행하였다. 지난해에 소설 부분에서만 당선자를 내었던 아쉬움 탓에 올해 예심에서는 모든 부문에서 당선자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더더욱 주의 깊게 원고를 살피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오랜 검토 끝에 시는 16명, 소설은 13명, 평론은 2명의 응모자가 예심을 통과하였고, 본심에서 이들 중 당선의 후보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하여 최종 논의에 들어갔다. 시와 소설 모두 후보작들이 예년에 비해 각자의 다양성을 뽐내는 경향이 두드러져 해당 작에 대한 심사자들의 품평도 상세하게 제시되었으며, 그만큼 토의도 긴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논의 끝에 심사자들은 문학과사회 신인상의 취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견 없이 동의하였고, 최종적으로 신인상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작품에 작은 영광이 주어져야 한다는 데 흔쾌히 합의하였다. 이렇게 행복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올해에는 시와 소설 두 부문에서 당선을 결정하였다. 두 분의 당선자가 ‘새롭다’라는 형용에 어울리는 인물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심사자들의 마음은 뿌듯하다. 비록 평론 부문에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지만, 텍스트와 대결하길 마다하지 않는 치열한 비평적 성찰의 싹을 확인하였으니, 내년에는 좋은 결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문학이 여전히 인생을 걸어볼 만한 벅찬 꿈이라는 것을 자신들의 글을 통해 돌아보게 해준 응모자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글쓰기의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예비 작가들에게 동병상련의 공감과 힘찬 응원을 함께 전한다.

심사평

[시 부문]
_작년 신인상 공모에서 시 부문은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미래의 시’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일에 좀더 엄격하려는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투박한 눈이 그것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등단 이후 의욕적인 자세로 후속 작업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의 문학 세계를 단단하게 일구어 나가는 많은 신인들을 보며, 당선작을 내지 못한 필요 이상의 망설임과 무책임한 태만을 동시에 반성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심사에서는 더 단호해지고 더 섬세해지고자 했다. 이러한 우리의 결심에 응대해주는 시들을 적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올해 시 부문 응모자는 모두 483명으로 그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응모자는 김후빈, 윤은숙, 이다희, 이설빈, 이수인, 이종민, 이준형, 정솔아, 제주림 이상 9명이다. 9명 응모자의 시들을 꼼꼼히 읽은 후 김후빈, 이설빈, 제주림의 시로 본격적인 논의 대상을 좁혔다. 시와 소설의 경계를 실험하듯 장황하게 서술하며 시적 긴장에 소홀한 경우, 체험의 시적 형상화에 있어 체험의 인공성이 다소 어색하게 두드러진 경우, 단순한 문장의 나열이 간결한 배치의 매력으로 상승하지 못한 경우, 무엇보다도 기성 시인의 분위기를 강하게 발산하는 경우 등이 배제되었다.
<非子> 외 9편을 응모한 김후빈의 시 중에는 죽음을 다루는 시들이 흥미롭게 읽혔다. <자연사박물관> <눈의 결정> 같은 시이다. 저수지에서 익사한 “언니”의 죽음을 그리는 <눈의 결정>은 특히나 강렬했는데 “물이 눈 속에서 얼어버릴 때” “물의 무늬가 결정지어질 때” 같은 구절들이 죽음의 순간을 강하게 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시적 충격을 위해 동원되었다기보다는 어떤 강력한 체험과 결부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정도로 김후빈의 시에서는 전반적으로 깊은 울림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김후빈의 시를 당선작으로 뽑는 일을 망설이게 한 것은 응모작의 제일 첫 머리에 놓인 <非子> 같은 시 때문이다. “비자나무”와 “非子”의 동음이의어를 활용하고 더불어 한자 非자의 이미지까지 함께 녹여낸 이 시는 이러한 조합의 상상력이 조금 단순하게 보였고 결정적으로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아마도 가족 안에 새겨진 시간의 형상들)와 매력적으로 뒤섞이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언급한 작품들 이외에 특별히 인상적인 작품을 찾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설빈의 시는 보내온 열 편의 시가 다소 편차를 보이기는 했지만 상상력의 깊이와 넓이의 측면에서 세 명의 후보작 중 가장 패기 있는 작품들로 느껴졌다. 시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다소 길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조금 두서없이 장황하게 병치되는 부분들도 없지 않지만, 그러한 병치가 말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리듬감을 형성해 시적 긴장을 성공적으로 이룰 때나, 결국 시인의 의도 안에 잘 통제되고 있는 듯한 안정감으로 승화될 경우, 그 매력이 상당했다. <울타리의 노래>가 전자에 속하는 성공적 사례라면 <몰락의 맛>은 후자에 속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도 견고한 세계를 오랜 습작의 기간을 통해 단련해왔다는 확신은 받을 수 없었다. 생경함에 기대려는 태도가 오히려 낡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고(“규토硅土” “빛의 탄주彈奏”와 같은 낯선 한자 어휘를 노출시키는 장면들), 비슷한 이미지의 어휘들을 교체하며 같은 문장 구조를 단조롭게 나열하는 <빛>과 같은 시는 시적 방법론에 대한 응모자 자신의 불안을 반증하기도 했다. 물론, 스스로의 미숙함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범하는 실수가 줄어들 경우 어떤 매력적인 작품을 보여줄지는 <울타리의 노래> 같은 시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 가능성을 쉽게 저버릴 수는 없었다.
<미래의 식탁> 외 9편을 응모한 제주림은 간결한 문장들 속에 일상적 삶의 단편들을 낯선 방식으로 매끄럽게 녹여내는 솜씨가 안정적이다. 이 응모자가 얼마나 오랜 습작의 시기를 거쳤는지 확신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관례에 어긋나는 언급인 듯도 하지만, 사실 제주림이 작년 신인상 심사의 본심에서 언급되었던 어떤 응모자와 다른 이름의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시를 보고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작년의 심사평에서 언급되었던 이 응모자의 단점들이 올해의 응모작에서는 거의 대부분 보완되어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응모자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일상의 익숙한 풍경들을 낯선 관계를 통해 재현하는 방식이 한정적이라는 점, 다루고 있는 대상 세계가 조금 협소하다는 점 등 많은 부분이 극복되어 있었다. 그런데 심사 현장에서 한 심사자가 지적했듯 제주림의 시는 아직 첫 시집을 내지는 않았지만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십대 중‧후반의 어떤 여성 시인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미니멀리즘적 경향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주저하게 했다. 이러한 공통된 시적 성향이 어떤 시대나 세대의 일반적 특징을 재현한 결과인지, 아니며 그저 일시적인 문학적 유행 현상의 결과인지 명확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지만, 어느 쪽이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주림만의 독창성이 희박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주림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시적 독창성과 완성도를 함께 갖추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이 세 명의 후보자 중 특히 이설빈과 제주림의 시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하였다. 논의가 꽤 길어졌는데 이는 심사위원 간의 의견 차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두 응모자 간의 뚜렷한 특징의 차이 때문이었다. 세 명의 심사위원들 각자가 애초에 당선작으로 염두에 둔 쪽은 분명한 편이었지만, 이설빈과 제주림의 시를 함께 낱낱이 비교해 읽을수록 각각의 매력은 물론 아쉬움도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마지막에는 어느 쪽도 쉽게 지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설빈이 보여주는 미숙함과 가능성에 대해, 제주림의 시가 보여주는 안정감과 익숙함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끊임없이 공전되었고 결국 신인상의 기본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고, 마침내 우리는 이설빈을 선택했다. 뻔한 말로 현재의 완성도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하기로 했다. 마지막에 손에서 내려놓은 제주림의 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크고, 결국 손에서 놓지 않은 이설빈의 시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호해지기로 했다. 우리는 이설빈의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선택을 당하는 쪽이 아니라 이번에는 운 좋게도 선택을 하는 쪽의 입장에 서게 된 사람으로서, 선택하지 않고 내려놓은 쪽에 마음이 더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자신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 선택에서 배제된 사람은 쉽게 자책에 빠진다. 상실과 실망에 대한 보상 행위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을 탓해볼 수도 있다. 건강한 결과로 이어지려면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과정들이 부디 스치듯 짧게 지나가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믿고 앞을 보기를 바란다.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 대체로는 불안한 심정으로 시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고 있는 수상자 이설빈에게도 똑같은 말을 반복해 하고 싶다. 스스로를 믿고 앞을 바라보자.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소설 부문]
_소설 부문 심사의 예심을 통과한 응모자는 총 13명(김멜라, 김민재, 김이안, 류기성, 박상영, 손은지, 송혜리, 신성, 양선형, 이동근, 이예령, 이지, 조고은)이었고, 작품은 25편, 그중 한 편이 중편이었다. 예심 후 이 작품들을 다시 읽고 숙고한 기간이 2주였다. 그 결과 본심 자리에서 다시 거론된 이들은 김멜라(<이길 수 없어> <도무아>), 류기성(<프리츠> <네 개의 탄환과 네 개의 구멍>), 박상영(<바비의 집> <수와 조의 방>), 손은지(<원웨이 프로젝트> <밤의 드라이브>), 송혜리(<타르의 맛>, 양선형(<스나크 사냥> <싱크-로망포르노 1>), 이예령( <마리오네트>), 이지(<통로 저편의 어여쁜 승객> <맛의 연습>) 이렇게 총 여덟 명의 열다섯 작품이었다.
김멜라의 작품들은 상상력과 문체에 있어 거침이 없었다. 서사는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들었고 의도적으로 절제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문장에서는 힘과 패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작품 내적인 필요와 무관하게 거칠고 자극적인 부분이 많고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점이 걸렸다. 류기성의 작품들은 주제의식이 깊고 상황 설정이 아주 극적이라는 장점이 있었으나 어디선가 이미 읽은 듯한 기시감을 떨치기 힘들었다. 손은지의 작품들은 구성에 군더더기가 없고 시의적절한 소재를 다룬다는 이점이 있었으나 역시 서사 전개가 낯익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 중 유일하게 중편이었던 송혜리의 <타르의 맛>은 천운영의 초기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것과 유사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주 강렬했다. 그러나 폭력적인 부권과의 결별이라는 관습적인 성장 서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었다. 연작 형태로 쓰인 이예령의 두 작품은 어딘가 베케트나 카프카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는데, 그 모호하고 부조리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덜 익은 사변이 돌출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지의 소설들은 응모작들 중 가장 차분하고 안정된 문장과 어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문학과사회>가 신인에게 바라는 실험성을 찾기는 힘들었다. 결국 양선형과 박상영 두 사람의 작품들이 올해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을 두고 다투게 되었다.
박상영의 두 작품에서는 일관된 주제의식이 감지되어 이 예비 작가의 문학적 관심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미리부터 알아볼 수 있었다. ‘분노’가 그것이었다. <바비의 집>은 언뜻 평범하고 안온해 보이는 중산층 가족의 일상 내부에 잠복해 있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를 섬뜩하게 드러내주는 작품이었고, <수와 조의 방>은 여러 인격으로 분열된 주체의 내면 풍경을 거의 포르노그라피에 육박하는 수준의 적나라함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분노’는 물론 최근 한국 소설에서 예외적인 수작들을 산출해내곤 하는 아주 생산적인 감정임에 틀림없다. 백민석, 김사과, 박솔뫼 등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예비 작가가 시작한 행보에 대해서는 기대해 볼 만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작품 구성이(특히 <수와 조의 방>의 경우) 다소 도식적이고 어떤 경우 성격 묘사가 과장되어 있다는 점 또한 다수 심사위원들이 지적한 사항이었고, 그런 이유로 수상의 영광은 박상영의 몫이 되지 못했다.
양선형의 두 작품은 몽환적이면서 우울했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초현실주의라 이름 붙이면 적당할 듯한 분위기의 작품들이었다. 현실과 환상이 이중 삼중으로 착종된 문장을 구사하는데 그 문장들이 상당히 정교하고 세련되게 읽혔다. 오랜 습작의 연륜이 느껴졌다. 당선작으로 뽑힌 <스나크 사냥>의 경우 자멸적인 인류 문명에 대한 경고라는 주제의식 또한 묵직했다. 유독 사적이고 고립적인 서사들이 많았던 이번 투고작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무게감이었다. 한마디로 여러모로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었다. 그가 문학과사회 신인상에 여러 차례 투고했고 최소한 다섯 차례 본심에 오른 이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확인했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퍽이나 슬픈 시절에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아울러 본심에 오른 이들을 포함하여 나머지 응모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더 많은 문학이 필요한 시대다. 용기 잃지 말라는 말, 언젠가는 꼭 함께 문학을 하자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싶다.

[평론 부문]
_2009년 이후로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 수상자를 내지 못했고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작년 심사평을 찾아보니 ‘아쉽고 참담하다’라는 말이 눈에 띄는데, 아무튼 만감이 교차한다.
김주선의 <예기치 않은 구원> 외 1편과 박성태의 <로고스의 상상력> 외 1편을 여러 차례 다시 읽어보았다. 전자가 질문을 하나하나 돌파해가며 단단하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데 비해 후자는 어떤 문단들이 일종의 단상처럼 읽히기도 할 만큼 다소 원심적인 글쓰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차이를 보이지만, 김주선과 박성태의 글은 문학 평론으로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을 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두 응모자의 글이 일종의 ‘플롯을 위한 읽기(reading for the plot)’[피터 브룩스의 책에서 제목만 자의적으로 빌려왔으며, 내용은 무관하다]라고 불릴 만한 독법을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플롯은 한 작품 내에 있는 것이기도 하고 대상 작가의 일련의 작품세계 안에 있는 것이기도 하며, 또 플롯을 위한 읽기이기도 하고 플롯을 찾아 읽기이기도 한데, 어떤 형태로든 플롯을 위한 읽기가 평론 쓰기의 기반을 이루며, 궁극적으로 그 플롯은 평론 자체를 위한 플롯으로 기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두 글은 모두 타자와의 관계에 주목하는데, 그 관계는 비유하자면 ‘독백에서 침묵으로, 다시 침묵에서 대화로’의 플롯을 따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마치 정반합 변증법과 흡사하다. 과연 이러한 플롯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지거니와, 빅터 터너의 ‘사회적 드라마’론에 의하면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이러한 플롯에 의거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요컨대, 이 플롯은 우리가 현실이나 사회를 상상하는 어떤 경향성을 반영하며, 따라서 실제로 현실 정합적인 측면을 보이기도 하고 설령 현실과 배치되더라도 집합적 상상력의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혀 무의미한 발견은 아니다.
그런데 그 플롯이 우리의 집합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면,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내용이 이미 누군가에 의해 말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단 신인에게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문학이 타자를 이야기하면서 그마저도 어떤 정해진 플롯을 따른다면 그건 문학의 직무유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직무유기가 행해지고 있다면, 그 대부분은 플롯 내부의 균열(타자)을 무시하고 또 플롯의 바깥(타자)에 대해 맹목인, 요컨대 이름과는 달리 비판적인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평론가의 잘못으로 돌려져야 할 것이다. ‘너는 뭐냐?’라고 묻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맞다. 그런 점에서 이 심사평은 심사평이 아니라 반성문이다.

양선형

수상자: 양선형

장르: 소설

작품: 「스나크 사냥」

수상 소감:

음의 바다.
음의 바다에 대한 설명을 어느 텍스트에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음의 바다가 뭔지도 기억이 나지 않고.
진공 상태를 표현하는 거라던데.
진공 상태를 어떻게 음의 바다, 라고 할 수 있는지 역시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당선 소감을 작성하고 있다. 사실 당선이 되면 내가 편애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하려고 했지.
그만두었고.
누락하는 식으로 글을 쓴다. 최대한 결정적인 것들을 정확하게 누락할 수 있도록. 간혹 나는 내가 막연한 진공 상태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때 나는 스스로가 멍청이가 된 것만 같다. 음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책이 좋다. 책이 싫다.
여행이 싫다.
분향소에 다녀왔다.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다시 쓰고 싶다.
무언가가 되는 일에 굉장히 서툰 것 같다.
공백은 있는데 마땅히 채울 게 없지.
얼떨떨하게 앉아 있다. 페트를 잘라 물을 붓고 막대기 몇 개를 담가놓았을 뿐인데 이파리가 났다. 책상 왼편에는 말라붙은 오렌지 껍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집 앞 도서관에서 보낸 반납독촉장이 있다. 지구본이 있다. 내가 모를 때 모름은 마치 갑작스레 당도한 것처럼 있다.
당선 소식을 듣고 많이 웃었다.
김혜순 선생님, 채호기 선생님, 이광호 선생님, 한강 선생님, 이원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학교에서 얻은 배움을 다 헤아릴 수 없다. 항상 용기를 주셨던 김태용 선생님, 유주 누나, 병승 형께도 고맙다. 소중한 친구들, 이체, 창훈, 대진, 민호, 다 너희들 덕분이야. 함께 소설을 쓰는 지영, 병훈, 들떠서 기다릴게. 현진, 광희, 윤나, 윤빈, 성훈, 형선, 그리고 은경, 계속 사랑해. 문학과지성사와 미진한 작품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 분들께도 깊은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다.

작가 소개:

199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감상 소설』이 있다.

이설빈

수상자: 이설빈

장르: 시

작품: 「울타리의 노래」 외 4편

수상 소감:

어렵고

가렵다.

두렵고

마렵다.

작가 소개: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