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11회 - 2011

이갑수 / 소설 / 편협의 완성 외

임승유 / 시 / 계속 웃어라 외

선정 개요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이 올해로 11회를 맞이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한국문학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이러한 관용구는 참으로 알맞다. 특히 ‘2000년대 문학’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미학적 분기(分岐)와 실천은 많은 비평적 논란을 야기할 만큼 현실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서 탈피하여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는 예술적 의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창출을 이루어왔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이러한 폭넓은 변화를 이끄는 데 『문학과사회』가 일조를 하였다는 데 우리는 큰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 10년 동안 신인문학상을 통해 배출된 작가와 시인들의 면면을 떠올릴 때, 이 같은 자부심이 터무니없는 자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미적 전위로서의 가능성과 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 기대되는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 상은 그 성격에 걸맞은 젊은 인재를 찾아내는 데 앞장서왔다. 그러한 바람에 부응하듯, 신인상 출신의 작가와 시인들이 현재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일군(一群)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 10년이 그랬듯, 앞으로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은 기존의 관습을 탈피하여 자기만의 참신한 상상력과 문학적 인식을 기반으로 고유한 문학 세계를 펼쳐나갈 재목을 찾아내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작품들을 투고해왔다. 이미 익숙한 내용과 형식보다는 새로운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경우가 많아 반가웠다. 특히 소설 부문의 경우, 본 상이 신설된 이래 가장 많은 응모자 수를 기록했다. 응모 수의 증가와 작품의 수준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그런 염려를 무색케 할 만큼 다양한 소재와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까지 충족시켜 끝까지 놓기 아까운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가까운 시기에 문학 현장에서 다시 조우할 것임이 분명한 이름들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이루는 시 부문은 올해도 수준 이상의 작품들이 대거 몰렸다. 엇비슷한 기량 가운데서 당선작을 뽑는 것은 매번 어려운 일이지만, 심사자로서는 그 또한 늘 즐거운 곤란이다. 아쉬운 것은 평론 부문인데, 비평의 가치와 중요성이 점차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염려가 들 만큼 비평을 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비평의 매력을 실천해 보여줄 새 인물을 만날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하다. 당선자에겐 축하의 말을, 아쉽게 탈락한 분들에겐 격려의 말을 보낸다.

심사평

_올해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는 총 453명이 응모하였다.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은 작품 선별의 기준으로 시의 완성도와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오랜 고심 끝에 모두 11명(김하나, 김해준, 박수지, 백은선, 안희연, 이광청, 이세희, 이현정, 임승유, 조혜경, 최단비)의 작품을 골랐다. 시편을 완성하는 솜씨가 모두 고른 편이어서, 최종심에 남길 후보작을 택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는 응모작의 수준이 평균 이상에 달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문제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낱낱의 시편이 무리 없이 완결되어 있는데 반해, 전반적으로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주는 시가 많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시 경향이 정형화된 유형을 낳고 있지 않은가라는 우려 또한 제기되었다. 요컨대 2000년대 이후 나타난 한국시의 혁신적인 실험과 시의 새로운 지평은 전례 없는 독창성을 구현함으로써 시사(詩史)에서 또 다른 전환점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변화의 산물이 이제 막 시작(詩作)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에게 시의 원형적 본보기로, 따라야 할 전범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라는 염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이 기존의 시인들을 연상시키는 예가 많고 이상하리만치 서로를 닮아 있었다.
어떠한 미학적 새로움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탈피해야 할 또 다른 관습이 되고 만다는 사실은 미적 현대성이 지닌 구조적 아이러니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자기 갱신과 ‘혁신’의 사명은 모든 현대적 예술에 부과된 책무이기도 하다. 그만큼 미학적 새로움은 매혹되기 쉽고, 전염력이 강하며, 새로움 바로 그것을 닮고자 하는 열망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반면, 그로 인해 정형화되기 쉽고, 모방을 낳기 마련이며,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그에 영향받은 예술적 후배들은 이러한 새로움을 본뜨는 일이 새로움의 직접 수행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어떤 새로움이 유행으로 고착되면, 이전 세대의 아류가 양산되는 쪽으로 나아가기도 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라면, 신예라는 호칭은 누구에게도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시에 김경주, 김행숙, 이제니, 조연호 등은 한 명으로 충분하다. 자극과 영향을 받는 것은 좋으나, 기존의 시를 추종하는 것은 신인으로선 반드시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기성의 것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제외하고 나니, 최종적으로 남은 후보작이 의외로 적었다. 안희연의 시는 시의 원천을 이루는 발상이 눈에 띄었다. 지배적 심상으로 택한 대상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할 때, 그것을 유추적으로 연관시킬지 아니면 전혀 이질적으로 충돌시킬지, 그에 따라 어떻게 다른 효과가 빚어질지를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능력이 비범해 보였다. 그러나 읽는 이의 예상을 빗겨가는 기발함과 참신한 상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그에 반해 최단비의 시는 전체적으로 안정된 기량을 갖추고 있고, 낱낱의 시편이 미숙함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잘 정제되어 있었다. 특정의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시 쓰기에 모두 능하다는 인상을 주어 오랫동안 연마한 솜씨임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그만의 개성이라 꼽을 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임승유의 시는 경쾌하고 발랄한 어조가 단연 돋보였다. 실존의 절박함이나 삶의 곤경, 외부 세계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모에 직접 반향하기보다 가볍게 대상을 아우르는 품이 시 전체에 걸쳐 절묘한 아이러니를 형성하고 있고, 고통을 고통스럽지 않게, 슬픔을 슬프지 않게 그려내는 여유와 그 가운데 날카롭게 번뜩이는 이지(理智)가 과하지 않게 배면에 녹아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이러한 장점을 자기 시의 특장(特長)으로 살릴 줄 아는 직관을 생래적으로 갖고 있으면서, 이를 기술적으로 형태화하는 노력이 작품 곳곳에서 엿보인다는 것, 그것이 그만의 고유함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가 보여줄 앞으로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면서 임승유의 시를 흔쾌히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축하의 말과 더불어, 어느 누구와도 차별되는 시 세계를 일구어갈 것을 당선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_시 예심: 강계숙, 강동호, 하재연 | 본심: 강계숙, 이광호

_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소설을 투고한 응모자는 총 544명이었다. 무수한 단어와 문장들을 품은 무수한 원고들 속에서 어떤 하나를 찾아낸다는 것은 묘기에 가깝고,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비로운 일이다. 지극히 소박한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이 순간이야말로 소설이, 혹은 문학이, 예술이 독자나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그 자체의 기준에 의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사실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때가 아닐까. 예심이라는 신비한 도약을 거쳐 본심에 오른 응모자는 김경환, 문정민, 서해랑, 양귀헌, 윤다혜, 이갑수, 이한라, 정다영 등 총 8명이었다.
김경환의 중편소설 「무엇을 원하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요즘 보기 드문 문체와 구성, 말하자면 남성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선이 굵고 간결한 서사를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약점을 드러낸다. 문정민의 「축구란 무엇인가」와 양귀헌의 「무한한 액자로 이루어진 방」은 현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보다는 그 현실을 한 번 걸러내는 지적인 상상력에 의해 씌어진 소설이다. 이런 소설에서의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지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정합적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상상력이 어떤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가이다. 문정민과 양귀헌의 응모작은 전자에서는 일정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이나 후자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판단을 내리게 했다. 서해랑의 「택시」는 긴장감 있는 서사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정작 긴장감 이상의 무엇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윤다혜의 「겨울」은 서사가 희박한 소설을 쓸 수 있는 언어 의식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런 경향의 소설을 더 잘 쓰는 작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한라의 「두 사람과 한 사람」은 정확하면서도 소설다운 문장을 안정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높이 살 만하지만 소설 속의 세계가 협소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최종적으로 검토의 대상이 된 작품은 이갑수의 「편협의 완성」과 정다영의 「도쿄 백팩커스」였다. 사실, 본심 후보작 중에서 「편협의 완성」과 「도쿄 백팩커스」 둘을 고른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른 응모작이 덜 좋아서가 아니라 두 작품이 더 좋아서였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쉽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구성이나 기법상에 무리가 없고,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완성도 역시 높은 「편협의 완성」과 「도쿄 백팩커스」는 가독성이 뛰어나다. 자연스럽게 읽히는 가독성을 위해서 쏟아부었을, 자연스럽지 않은 노고에의 의지에 우선 찬사를 보낸다.
중편 분량의 「도쿄 백팩커스」는 도쿄의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 우연히 고백 게임에 동참하게 된 다섯 명의 투숙객의 이야기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고백 게임은 중단되지만 아무튼 고백은 계속된다.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심각하지는 않으나 각자의 삶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는 비밀에 대한 고백이 짧은 여로의 과정 중에 적절하게 얽혀 있는 구성은 정다영이 여러 개의 스토리 라인이 존재하는 긴 이야기를 쓰는 데 능숙하다는 믿음을 준다. 그러나 마지막 한 편이 되지는 못했다.
마지막 한 편은 「편협의 완성」에게 돌아갔다. ‘편협’이란 단어는 원체 부정적인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것의 완성, 그것의 종결자가 되려 하는가? 어떻게 보면 편협이란, 우리 시대의 증상인 편집증과 통하는 지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그런 점에서 편집증 서사로 이루어진 어떤 소설들과 닮은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편협의 완성」은 제목의 ‘편협’과 달리 매우 타자 지향적인 소설이다. 그것은 또 다른 투고작 「이해학 개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이 점 덕분에 이갑수는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준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정다영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꾸준히 발휘한다면 곧 다시 만나게 되리라 확신한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갑수에게는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 결국 같은 말인 것 같다. 자신의 재능을 꾸준히 발휘하여 좋은 작가가 되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_소설 예심: 강지희, 이수형, 편혜영 | 본심: 김태환, 김형중, 이광호, 이수형

_올해 비평 부문에는 총 10편의 작품이 투고되었다. 치열한 문제의식과 그 나름의 개성적 언어로 빚어진 작품들을 놓고, 당선작 없음이라는 발표를 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오늘의 한국문학과 비평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참신한 문제 제기나 도전적 관점의 개진을 발견하기에는 응모작들이 대체로 미흡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몇몇 아쉬운 대목을 언급해본다. 김언의 시를 독해하며 언어에 대한 자기 나름의 사유를 풀어가는 주영헌의 글은 시적 언어를 매우 논리적인 철학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로써 상당히 흥미롭게 읽힌다. 다만 아직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눈에 띄고 작품 비평이라기보다는 글 자체의 사상적 전개를 위해 작품을 끌어들인 면이 강해서 비평가로서의 자질을 온전히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배수아론을 제출한 노현주는 배수아 소설의 낯섦에 천착하면서 그것을 한국의 소설적 전통에서의 떠남이자 소설의 근원적 문제로의 회귀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 설정은 특수자에서 보편자로, 국지적인 것에서 세계적인 것으로 가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과 실천, 그리고 그것에 내포된 난점과 위험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실제 논의는 단순히 작가의 리얼리즘에 대한 거부와 모더니즘적 지향이라는 낯익은 구도 속에서 진행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글들에서 우리는 문제의식이 도식적, 추상적으로 머문 채 텍스트에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문제의식을 맥락화할 것, 즉 그것을 지금, 이곳에서의 문제의식으로 만들 것을 당부하고 싶다. 허민은 소설의 종언이 운위되는 시대에 대한 대응으로써 박형서와 한유주의 소설을 독해하고자 한다. 이들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구체적 논쟁의 맥락 속에 끌어들인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이론적 관심이 압도하여 작품을 그것에 맞추는 식의 해석으로 나아간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최승자론을 쓴 김영범은 매우 세밀하고도 완숙한 필치로 최승자 시 세계의 진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무리한 해석이 눈에 띄고 결론이 다소 평범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허민, 김영범은 잠재력에 무게를 두어 당선 후보로 마지막까지 거론됐다. 모두 작년에도 최종 후보로 거론된 터라 결과는 더욱 아쉬운 것이었다. 이번 응모에서 두 분 모두 작년에 비해 좀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_평론 심사: 김태환, 김형중, 이광호

이갑수

수상자: 이갑수

장르: 소설

작품: 편협의 완성 외

수상 소감:

내가 받을 줄 알았다. 당연한 결과다.

왜 이렇게 시작하는 당선 소감은 없을까? 하고 늘 생각했다.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다양한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어째서 당선 소감의 클리셰는 깨뜨리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이제 내가 쓰려고 하니까 이유를 알 것 같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말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생각해보니 당선 소감마저 ‘완성도’를 생각하면서 쓰는 것은 강박인 것 같다. 한 번만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다.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다. 내게 경전과도 같은 장영우 선생님과 내가 세계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 박성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넓은 광야에서 헤매지 않도록 지도와 지팡이를 건네주신 황종연, 박혜경, 윤재웅, 유임하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늘 앞서가며 길을 보여주는 선배들과 좋은 자극이 되어주는 후배들한테도 감사한다. 그리고 심사위원 분들과 『문학과사회』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동생 진우한테 너무 고맙다. 성우, 준용, 중건, 상윤, 상표, 너희가 내 친구라서 나는 언제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어. 지영아 넌 정말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야. 유경아 살아남자. 한기야 기다릴게. 류진 내기는 내가 이겼다. 재현아 빨리 늪에서 나오렴. 유미야, 새롬아, 아름아 힘내. 시내야 아프지 마렴. 동대 여신 지혜에게 축복을. 찬송아, 진아야 책 읽자. 지운 형 고마워. 효미야 보고 싶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가 내 뮤즈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되면 말하려고 오래전에 적어둔 문장이 있다.

슬퍼하지 마.
너의 슬픔을 내가 대신 이야기해줄게.
좌절하지 마.
너의 절망을 내가 대신 이야기해줄게.
냉정해지거나, 무감해지지 마.
너의 차가움도 내가 대신 이야기해줄게.
그러니까 너는
기뻐하고, 희망하고, 따듯하게 살면 돼.
그러니까 너는
내 이야기를 들어줘.

작가 소개:

1983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4학년 재학 중.

임승유

수상자: 임승유

장르: 시

작품: 계속 웃어라 외

수상 소감:

이상해요, 큰 소리로 말하고 나면 내가 사라져요. DJ 미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이해했다. 사라져버리지 않기 위해 웅얼거리는 모든 존재들을 한꺼번에 이해했다. 그 웅얼거림을 받아 적기 시작했을 때 시적인 것들이 만들어졌다. 발화되지 않는 말을 듣고, 진동되지 않는 떨림을 감지하면서 나는 내 몸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아주 가끔씩 내가 살아 있다는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여전히 DJ 미미가 누군지 잘은 모른다.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고, 여전히 음악을 나르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그 음악이 내 몸에 생생하게 박히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웅얼거림에 형태를 부여하는 힘을 갖게 해주신 배용제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시 한 편을 쓸 때는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한 편이 끝났을 때는 그런 게 있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다시 시작하라는 말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강물에서 돌멩이를 집어 올리듯 저를 끄집어내주신 문태준 선생님, 그리고 저를 선택해주신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심사위원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이 순간의 떨림을 잊지 않고 늘 긴장하며 열심히 쓰겠습니다.

삶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음을, 그걸 버리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늘 무섭게 깨닫게 해준 가족들, 인수 선배, 지원·지오,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조용히 견딘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지 않겠습니다.

작가 소개:

1973년 충북 괴산 출생.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