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문학상 4회
박솔뫼 / 겨울의 눈빛
수상자: 박솔뫼
작품: 겨울의 눈빛
수상 소감:
재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영화감독 와카마츠 코지를 보았다. 그해 영화제에서는 와카마츠 코지 특별전이었는지 회고전이었는지 때문에 이런저런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가능한 모든 자리에 참석하였다. 어느 자리에선가 그 사람은 현재 일본에서 후쿠시마에 대한 영화가 많이 나오지만 그건 전부 가짜라고 말했다. 진짜 후쿠시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으면 ‘도쿄전력’에 대해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도쿄전력’을 낱낱이 밝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개의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행사 전이나 후 극장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와카마츠 코지 감독을 볼 때가 있었고 나는 매번 그 사람에게 말을 걸까 말까 말을 걸고 싶은데 말을 걸어 무얼 하나 아니야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거야 그렇게 망설이다가 결국에 한 번도 말을 걸지 못했다.
서울로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와카마츠 코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사람이 만들 도쿄전력에 대한 영화를 나는 2~3년 후 어딘가의 영화제나 극장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당연히 믿고 있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영화제에서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 맞닥뜨리게 되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했는지 넓다고 했는지 하는 백화점이나 날씨가 좋았던 가을날이나 그런 것들이 왜인지 와카마츠 코지의 죽음과 함께 하나의 인상으로 강하게 남게 되었다.
이번에 다시 이 소설을 읽다 보니 그때 와카마츠 코지가 했던 이야기가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었구나 하고 그의 이야기와 그때의 부산을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와카마츠 코지의 이야기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러다가 몇 개월 후 이런 걸 쓰게 되었고 또 뭐 그런 것을 생각하다 보면 무언가 여러 조각들이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가는 듯하다가 마음속에서 그걸 다 밀치고 달려 나가는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아주 드물게 느끼는 생생함이다. 그래서 자꾸 쓰게 되는 건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아니고 젓는 것도 아닌 모양을 하고 있겠지만 뒤돌아서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아주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부산이 고향인 사람이 이 소설을 읽고 고리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권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이야기를 생각했다. 부산에 갈 때면 특히나 해운대에 갈 때면 뭔가 한 축이 무너지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고 나는 그 무엇인가 어긋나 있는 것 같은 해운대의 풍경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부산에 대해 쓰는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그렇지만! 하고 또 딴소리를 하겠지만 부산의 길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밤들은 계속 된다.
상금을 받으면 부산에 가야지.
2014년 2월
작가 소개: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를 펴냈다.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