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송문학상 13회 - 2016

김아영 / 마해송문학상 / 난생 처음 히치하이킹

선정 개요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13회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참관 및 유럽문화기행의 특전이 주어지는 이 상의 시상식은 2017년 5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심사평

응모 작품 중 「딸기 우유」 「봄 되면 꽃 피리」 「난생 처음 히치하이킹」 세 편을 본심에 올려놓고 세심하게 검토하였다.
「딸기 우유」는 주인공 화법이나 사건이 그 시기 아이들이 겪을 법한 현실을 잘 그려 낸 작품이라 흥미롭게 검토하였다. 회장 선거를 통해 드러난 아이들의 요구와 관계 양상, 탈북민에 대한 인식까지 엿볼 수 있었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장면은 기성세대를 풍자한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호한 문장이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주인공 외 인물들이 너무 사소하게 처리되어 안타까웠다. 간혹 주인공의 화법이라기보다 작가의 시각으로 읽히는 진술, 가볍게 건드린 듯한 탈북민 묘사, 애초에 제시된 사건이 뒤로 갈수록 퇴색해 버린 문제 등등이 이 작품의 뒤를 받쳐 주지 못해 아까운 생각이 든다.
「봄 되면 꽃 피리」는 응모작에서 늘 아쉽던 가독성 면에서 우선 점수를 확보한 작품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강렬하고, 확보된 소재의 의미가 신선하고, 등장인물이 많은데도 역할이 적절하게 부여되어 서사에 부담이 없다. 초반의 미스터리한 구조가 궁금증을 유도하는 점이나 사소해 보였던 전반부의 미끼들이 후반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점 등이 작가의 집요함을 잘 보여주었고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 앞에서 인간성이 변질돼 가는 과정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다. 그러나 문장 오류가 자주 발견되고 거친 발언들이 여과 없이 표현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서사에 몰두하여 인물 행위에 의문을 남기는 일은 작품에 큰 오점이므로 보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난생 처음 히치하이킹」은 여정을 통해 소년들이 성장하는 구조의 작품이다.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는 주인공이나 입양아를 현실감 있게 다루었다는 점, 작가 경험이 담보되었음직한 스토리 진행이 신뢰감을 준다. 다소 무리한 설정이다 싶은 가출과 위험 요소들을 납득 가능하게 마무리하는 솜씨도 칭찬할 만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의 문제를 제쳐 두고 베니라는 입양아의 상황에 집중된 스토리가 주인공의 입지를 약화시키지만, 그럼에도 경쟁 작품들에 비해 결점이 덜하고 미덕이 많은 작품이다. 서사의 큰 맥을 무리 없이 끌고 나가는 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아이들의 고만고만한 일상에서 확장된 작가의 시선, 모험의 여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집필 의도가 믿음직하여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_황선미

올해는 본심에 올리지 못한 작품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무기력한 어린이가 주인공인 작품이 적지 않았다. 불평등과 크고 작은 폭력에 저항하기보다는 그런 구조를 내면화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혼밥을 먹는 글쓴이가, 혼밥을 먹는 어린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열악한 공간을 상상하게 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딸기 우유」 「봄 되면 꽃 피리」 「난생 처음 히치하이킹」 모두 세 편이었다.
「딸기 우유」의 주인공 나현이는 전교 회장 선거에 ‘우유 선택권’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한다. 탈북 소년 덕주가 나현이를 돕는다.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흰 우유 급식에 반기를 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진술이 빠져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선거 운동을 돕는 두 친구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아, 작품 속 어린 인물이 도구화된 듯 안타까웠다. 좀 더 단단한 구조로 더불어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지면 좋겠다.
「봄 되면 꽃 피리」는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등장인물에게 적절하게 역할이 배분된 점, 앞부분의 궁금증이 뒷부분에 가서 해소되는 구조도 좋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을 ‘보여주기’보다, ‘말하기’가 도드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후반부의 기자 회견은 어색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작가가 어린이게 답을 주려 하기보다, 어린 독자를 믿고 상황을 그려 내는 데 치중하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난생 처음 히치하이킹」은 미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화자는 갑자기 낯선 나라에서 적응해야 하는 한국 소년 준하다. 준하는 학교에서 한국인 입양아 베니를 만나 우정을 나누다가 베니의 가출에 동참하게 된다. 두 소년이 흑인 엠마 아줌마의 트럭에 몰래 타면서 시작된 대륙 횡단 여정을, 어린 독자들이 ‘독서’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함께했으면 좋겠다. 사회적 약자인 엠마 아줌마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도 이 작품이 가진 미덕이었다. 베니와 준하의 가출이 좀 더 치밀하게 준비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부족함보다는 미덕이 많은 작품이라 생각되어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자에게 큰 기쁨과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 지망생과 신인 작가들이 마음껏 읽고 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하루 세 끼 따뜻한 밥 더불어 먹으며, 돈 걱정 없이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면 좋겠다. 현실을 돌파하는 힘 있는 작품이 탄생하려면, 문청(文靑)을 둘러싼 환경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_유은실

김아영

수상자: 김아영

장르: 마해송문학상

작품: 난생 처음 히치하이킹

수상 소감: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론 목적지까지 타임머신처럼 슝 하고 옮겨지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땅, 미국을 횡단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여행은 처음부터 길이었다. 그렇기에 목적지는 그 길의 끝에 덤으로 주어진 선물일 뿐이었다. 길은 나에게 자신이 만났던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때론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때론 나 자신을 똑바로 보게 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 상처에 더 아파하며 위로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길은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를 이끌었다.
그 길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금발 머리 백인 가족 사이의 그 아이는 까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아이가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난 누구예요? 어디에서 왔죠?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난 아직도 그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했다. 대신 아이에게 물었다.
“넌 어디로 가고 싶니? 누구를 만나고 싶어? 괜찮다면 그 길에 내가 함께 가도 될까?”

부족하고 쉽지 않았던 이 여행에 손 내밀어 용기를 북돋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묵묵히 함께 걸어 준 사랑하는 가족, 길을 잃지 않게 등대가 되어 준 동화세상 김병규 선생님, 선배님들, 동기들,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길은 나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 가만히 날 느껴 봐. 네가 어떤 방법으로 이 길을 가든 그걸 선택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그리고 잊지 마. 언제 가는 이 여행도 끝난다는 것을.”

작가 소개:

모험가, 탐험가를 꿈꿨습니다. 지금도 아무도 찾지 않는 길, 낯선 길을 보면 가슴이 설렙니다.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연극을 했었고 방송, 광고 등에 목소리로 연기하는 일을 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즐겁게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마해송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