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송문학상 11회 - 2014

장성자 / 마해송문학상 / 모르는 아이

선정 개요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제1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상패가 전달되는 이 상의 시상식은 2015년 5월에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심사평

동화가 다른 이야기문학 갈래와 구별되는 점 가운데 하나는 서술에 묘사가 적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동화의 서술은 사건 혹은 스토리 중심적이다. 독자가 말로 묘사된 것을 상상해 내기 어려운 어린이인 까닭이다. 그래서 동화 작가는 인물과 사건 자체를 함축적이고 참신하게 만드는 쪽에 공을 들이게 마련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응모작 중에 환상적이거나 우화적인 면이 강한 작품이 많음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주제를 전달하는 데 보다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 나름의 그럴듯함을 어떻게 창출한 것인지가 문제이다. 사실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그럴듯함을 지니게 하려면 사실적인 이야기보다 더 다양하고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상식적인 가치를 제시하는 데 머물거나 사건 전개와 괴리된 대화를 길게 나열한다든지 많이 본 인물의 뻔한 행동을 되풀이한다면, 환상적·우화적 특징이 오히려 감동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네 작품 중에도 앞의 문제점들이 눈에 띄었다.

「아수라의 초능력」은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의 맺힘을 풀어 주려는 반성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환상적 상황 설정이 새롭지 않고 전체 구조가 하강적이다.

「파란 비둘기의 빛」은 비둘기를 주인공으로 비판적 주제를 제시하려는 의욕이 돋보이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럴듯함이 아쉽다.

「구미호 엄마」는 잘 읽힌다. 환상성과 사실성의 경계에서 그럴듯함을 얻는 기법도 무난하게 구사한다. 그런데 재미는 있으나 절실하게 와 닿는 의미가 적어 보인다.

「모르는 아이」는 아픈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적 이야기이므로 역사에 구속되며 분위기도 어두워지기 쉽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잘 짜인 구성과 적절한 인물 설정으로 그런 점을 극복하면서 동화다운 완결성을 얻고 있다. 산 이야기에 바다 이야기를 결합하여 주제를 심화시킨 안목도 놀랍다. 작가가 동화의 문법과 지향을 몸에 익힌 듯하므로 당선작으로 뽑는다._최시한

본선에 오른 네 편의 작품에는 모두 나름대로 장편으로서의 장점이 있어 심사하는 입장이 즐거웠다.

「아수라의 초능력」은 피해자인 두 인물의 시점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소심하고 약한 자를 한 축으로,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인물을 또 하나의 축으로 하여 아이들의 상처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주인공이 폭력적인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인터넷 게임이고 게임 캐릭터가 주인공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설정된 사건들이 유기적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게임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대가로 인간적인 감성을 차츰 빼앗는 설정 또한 기왕의 수상작들이 보여준 유형과 변별력을 갖지 못했다. 게임 캐릭터가 인간적인 감정을 원하는 의도가 끝내 제시되지 못한 점과 폭력의 피해자였던 주인공이 대가를 치르면서 얻은 능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만 행사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파란 비둘기의 빛」은 도시 비둘기의 삶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비둘기의 시각으로 어떤 집의 애잔한 사연까지 그려낸 작품이다. 성격화된 비둘기들을 통해 사람의 행태를 상징했다기보다 사람과 서식지를 공유하고 있는 도시의 또 다른 존재를 성격화한 작품이다. 비둘기들의 사건을 통해 싸움보다는 공생을 제시하는 저작자의 온기가 순수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캐릭터를 적절히 형상화하지 못해 사건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점, 화자의 시점이라기보다 작가 의식이 직접 드러나는 어색한 문장들, 사람과 비둘기가 소통하는 지점에 납득할 만한 조건이 더 필요하다는 점, 독불이가 주인공으로서 활약이 너무 소소하다는 점, 까마귀들이 쳐들어올 만큼 비둘기들의 공간이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었다.

「구미호 엄마」는 가독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다. 공포심을 교묘하게 자극하여 흡입력을 유지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도 보여주었다. 여랑이와 엄마가 무서워서 집에 가는 것보다 일진에게 끌려가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심리도 참 재미있다. 그런데 왠지 이야기를 충분히 다 하지 못한 인상을 남겨 완성도를 놓쳐 버렸다. 저작자가 다음 편 계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 작품에서 제시된 문제는 완결을 보였어야 한다. 여우가 사람을 해치는 몇 군데 장면은 끔찍하고 선정적으로 느껴져 애초에 기대한 유머와 상징성이 무너져 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 그만이의 역할이 없고 구미호 엄마가 굳이 인간 세계에 속하려 드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었다.

「모르는 아이」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면면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켜 주는 안정적인 문장에서 우선 신뢰감을 주었다. 등장인물이 많고 제주 방언이 섞여 있음에도 서사 전달이 혼란스럽지 않으며 갈등하는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저작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죽음으로 치닫는 결말이 분명한데도 독자로 하여금 구사일생의 희망을 갖도록 만든 묘사력도 흥미롭다. 4․3 사건이 요즘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고 무겁지 않을까 우려가 되면서도 이 작품이 역사적 사건을 제대로 짚어 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져 보았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 관계를 떠나 어떤 집단이나 개인에게 닥친 폭력에 관한 서사로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_황선미

제11회 마해송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품은 총 4편이었다.

먼저 「아수라의 초능력」은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방임의 피해자들을 그린 이야기다. 피해자이자 주인공인 아이들의 내면을 아프게 그려낸 점이 좋았다. 하지만 어떤 초월적 존재에게 비현실적 힘을 얻는 대가로 무언가를 교환하는 패턴은, 기존의 아동문학 작품에서 다루어진 것이었다. 작품 후반부 고양이와 사람의 대화,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는 마무리가 억지스러운 것 또한 아쉬웠다.

「파란 비둘기의 빛」은 비둘기 ‘독불이’를 화자로 사람과 동물, 동물과 동물 간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였다. 까마귀와 비둘기의 공생 약속에 이르는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많은 인물이 산만하게 그려지고, 사람과 비둘기의 교감이 억지스러웠다. 뒤로 갈수록 허술한 플롯과, 보여 주기보다는 말하기의 방식으로 작품을 끌고 나가는 점 또한 아쉬웠다.

「구미호 엄마」는 새엄마가 사실은 둔갑한 구미호였다는 걸 알게 되는 그만이의 이야기다. 잘 읽히는 작품으로, 작가가 ‘이야기꾼’의 재능을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성적인 인물이 보이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모르는 아이」 는 4․3의 한복판에서 어머니가 죽고, 어린 동생과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녀 ‘연화’의 이야기이다. 안정된 문장력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제주 방언을 어린 독자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염려되는 것 이외에 크게 흠잡을 게 없었다. 고심 끝에 「모르는 아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제주 방언은 각주를 달고, 가능한 부분은 표준어로 바꾸면 독자들과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눈으로 본 4․3 이야기 「모르는 아이」가 다양한 빛깔의 4․3 역사동화가 탄생하는 주춧돌이 되기를 빈다. 귀한 작품으로 수상하게 된 작가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더불어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써낸 모두에게, 애쓰셨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_유은실

장성자

수상자: 장성자

장르: 마해송문학상

작품: 모르는 아이

작가 소개:

제주에서 태어났다. 노트북의 한글 문서를 여는 순간 두려움은 중력이 되고, 설렘은 양력이 된다. 자주 힘 조절을 못해 주저앉기도 하고 공중을 빙빙 돌기도 한다. 그래도 오래도록 동화를 읽고, 쓰고 싶다. 지은 책으로 『비거, 하늘을 날다』 『초희의 글방 동무』 『달라진 내가 좋아』가 있다.

마해송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