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화두』 발간 30주년 기념 콜로키움 개최

최인훈의 『화두』 발간 30주년 기념 콜로키움
20세기의 ‘기억’과 21세기의 ‘화두’

 

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최인훈의 『화두』가 발간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화두』는 최인훈의 삶과 문학이 총체적으로 응축된 작품이고, 20세기 분단국가의 고난을 가로질러 세계인에게 문제적인 ‘화두’를 제출하고자 한 넓고 깊은 소설입니다. 횡단의 상상력으로 넘쳐나고, 기억과 환상, 인식과 성찰이 얽히고설키며 심원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제 『화두』를 다시 읽으며 새로운 화두 풀이를 하고자 합니다. 20세기의 기억과 인식을 가로지르며, 21세기의 ‘화두’를 새롭게 성찰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화두』를 매개로 학제적인 토론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일시: 2024년 7월 18일(목) 14:30 ~ 18:30
장소: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 G109

다큐멘터리 상영(14:30~15:00) 최윤구(최인훈 작가의 아들): 「시대의 서기, 최인훈」

강연 및 토론(15:00~18:30)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최인훈 『화두』의 철학적 화두」
-연남경(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화두』라는 자기 설명 양식의 미학과 윤리」
-임지현(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석좌교수): 「회색인의 기억과 폭력의 세기」
-정일영(서강대 사학과 교수): 「기억의 역사화, 또 다른 역사 서술의 방식 : 역사학자의 『화두』 읽기」

사회: 우찬제(서강대 국문학과 교수)
주최: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문학과지성사


다큐멘터리 <시대의 서기, 최인훈>에서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의 파도가 덮쳐올 때마다 시류를 살피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항로를 개척했던 작가 최인훈의 굴곡진 인생과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함께 조명합니다. 작품 『광장』의 집필 계기와 『새벽』지에 발표되던 당시 상황과 뒷얘기, 그리고 단행본 출판까지의 과정을 필두로, 유신체제에서 사회 비판적인 글쓰기를 이어나가던 중 『태풍』(1973) 발표 이후 작가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에 건너갔다가 동생의 권유로 망명을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고국의 가족의 아픔과 비극을 외면할 수 없어 귀국길에 오르는 이야기, 귀국 후 ‘말을 잃은 시대 현실’에 대한 격분을 투영한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로부터 대작 『화두』를 완성하기까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문학을 살다’ 간 최인훈 삶을 깊게 조명합니다.

이어지는 강연 <최인훈 소설 『화두』의 철학적 화두>에서 김상환 교수(서울대 철학과)는, 작가의 개인사, 가족사, 문학사, 민족사, 제국의 역사를 각각 계열화, 구조화하고 있는 『화두』가 실은 결국 “너 자신의 주인이 돼라”는 자기 주인-되기의 실존적 화두에 닿아 있음을 주목합니다. 이 철학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작가가 세운 두 가지 가설 즉, 원시적 충동과 생득 형질이 바탕이 된 ‘생명 신경’과 언어와 그것에 의해 코드화된 정보, 역사-문화적 삶에 의해 성취된 획득 형질이 바탕을 이룬 ‘인공 신경’이라는 이중 회로의 조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지, 또 이를 통해 “‘생물구성체’로서의 자기와 ‘문명구성체’로서의 자기 사이에 유기적인 통합을 지닌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그것이 이들[=위대한 작가들]의 평생 과제였다.”(『화두』 2권 562쪽)는 최인훈의 깨달음이 지닌 의미 지평에 대해 좀 더 상세한 분석을 시도합니다.

<화두라는 자기 설명 양식의 미학과 윤리>에서 연남경 교수(이화여대 국문과)는, 유년 시절 최초의 기억부터 소련 기행까지의 삶과 사유를 모두 말하는 방식이자 헤게모니 국가에 종속적인 국제정세와 폭력적 역사에 대한 비판적 기록으로, 아울러 소설 쓰기에 관한 메타픽션으로 『화두』를 규정하고 “주체가 타인의 호명을 통해 탄생하며, 타자들과의 관계에서 출현하는 불투명한 것이라 할 때, 화두라는 자기 설명의 글쓰기는 곧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고 말합니다. “진실된 자기 제작은 고독한 유폐 상태”가 아닌 “가족의 일원, 한국의 작가라는 특정 위치에서 비롯된 관계 맺기”에서 가능하기에, 상처와 소명에서 시작된 “20세기 집단적 에토스의 비판”을 경유해 자기반성으로 회귀하는 측면에서 화두의 의미를 톺아봅니다.

이어 <회색인의 기억과 폭력의 세기>에서 임지현 교수(서강대 트랜스내셔널연구소)는, 1989~91년 소련과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작가가 소환하는 ‘자아비판’에 대한 트라우마적 기억과 그에 대한 역사적이며 존재론적 성찰을 담은 『화두』가 ‘민족’ ‘애국’ ‘진보’ ‘자유’ 등등의 이름으로 반지성주의가 횡횡하는 21세기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 대한 은근하고도 날카로운 고발문학이라고 규정합니다. 계속해서 그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터무니없는 반지성의 잣대로 지식인들을 줄 세우고 또 그에 호응해서 나란히 줄 서는 것에 익숙한 지식인들이 빚어내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지적 풍경은 최인훈의 트라우마인 원산 중학교 지도원 교사의 상투적 반지성주의에서 얼마나 멀어진 것일까? 북의 ‘자아비판’과 남의 ‘사상전향’이 폭력의 세기인 20세기와 더불어 종말을 고했다는 순진한 믿음에 최인훈이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기억의 역사화, 또 다른 역사 서술의 방식>에서 역사학자 정일영 교수(서강대 사학과)는, “시대의 서기”라고 스스로를 명명하고 “선행한 자기를 자기라고 붙들 수 있는 의식의 힘”-즉 ‘기억’을 강조했던 작가의 말들을 생각하면, 최인훈의 글쓰기는 또 다른 방식의 역사 서술로 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화두』는 역사학자, 특히 근현대사 전공 역사학자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해석합니다. 시대를 고민했던 한 지식인 작가가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기억을 역사화는지, 그리고 역사화한 기억을 어떠한 서술 방식을 활용하여 ‘기록’하는지 주목할 예정입니다.


사회적 모순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한,
최인훈(의 실험과 도전)은 언제나 새롭게 읽힌다!

해방 후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며,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20세기 세계사의 진폭 속에 위치시키고 인간 존재의 본질 규명에 주력한 무수한 기념비적 작품들을 써낸 작가 최인훈(1934~2018).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올해로 6년이 되었습니다. 전근대적인 상황과 양대 이데올로기의 틈새에서 부딪치는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고자 사투를 벌였던 최인훈은, “한국 문학사의 신개지를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시대를 앞서간 다채로운 형식과 언어 실험 속을 길항하는 소설, 희곡, 평론, 에세이들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1960년 벽두에 발표한 작품 『광장』으로 전후 한국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고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지적·문학적 자유의 세례와 충격을 동시에 안겨준 데 이어, 전망이 닫힌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작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인물 ‘독고준’을 통해 그린 장편 『회색인』(1963),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파격적 서사 실험을 보인 장편 『서유기』(1966), 신식민지적 현실의 위기의식을 풍자소설의 기법으로 표현한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신화적 모티프를 활용해 아련히 젖게 하는 한국적 심상, 상징적으로 압축된 시적 공간, 고운 우리말의 빛깔과 결이 주는 글맛으로 가득한 한국 극문학의 소중한 자산인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1970~1978), 그리고 20세기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20세기인의 운명을 큰 시각에서 조망한 대작 『화두』(1994)에 이르기까지, 최인훈은 그가 놓인 그때마다의 시공간적 상황과 맥락을 다름 아닌 ‘언어’를 통해 상징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들 면면이 ‘최인훈 이후’ 한국 문학사에서의 모든 언어적 실험과 시도들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발표한 지 반세기를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낡지 않은 문제작들로 꾸준히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 달리 말해 최인훈의 소설이 “무섭도록 현재적”인 것은, 최인훈의 실험적인 글쓰기가 장르와 형식의 문제를 넘어서 “근대 소설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둘러싼 민족 국가의 이데올로기와 주체화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사유”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 소설사의 많은 작가들이 최인훈의 작품을 읽고 작가로 나설 수 있었고, 많은 문학 연구자들이 최인훈 문학을 토대 삼아 지적 연구와 문학 평론의 열띤 세계를 넓혀올 수 있었습니다.


최인훈 ‘생애의 작품’, 『화두』(1994)

『태풍』(1973) 이후 소설로서는 20여 년의 침묵을 깨고 내용과 형식 면에 있어 최인훈 문학 세계를 ‘웅장하게’ 종합해낸 대작 『화두』(1994, 제6회 이산문학상 수상작)는, 해방 이후의 고통스러운 현대사를 살아내면서 늘 ‘지금-여기’라는 현재의 문제적 정황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집요하게 수행해온 작가의 성실한 기록이자, ‘최인훈 문학의 총체’에 해당합니다. 『화두』를 통해 최인훈은, 우리의 이념적·현실적 고민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대 이 땅에서 살아야 할 지식인으로서의 관찰과 사유의 방식을 제시합니다. 이와 더불어 작가로서의 예술적 상상력의 근원과 글쓰기의 태도를 드러내는 뛰어난 문학적 의미를 성취하면서, 소설이라는 더없이 열려 있는 장르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역작을 일구어놓는 데 이릅니다. 작가가 직접 책의 서문에 밝힌 바, “공룡의 몸통에 붙어 있는 한 비늘의 이야기”를 통해서 ‘공룡 전체’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작가 자신이 살아온 삶, 영향의 관계에 있는 이데올로기나 자신의 기억을 탐색하고 있는 『화두』의 가장 큰 문학적 의의는 바로 격동의 20세기를 살아온 한 개인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20세기인의 고민과 삶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됩니다.

“사람은 관념의 세계시민은 될 수 있어도 그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세계시민이 될 수는 없다는 실감.” (『화두』 1권 140쪽)

소설 『화두』는, 기본적으로 한 소설가가 미국과 러시아의 행장기를 중심으로 20세기의 화두를 찾아 나서는 소설을 구상하고, 또한 구성하는 과정의 이야기입니다. 20세기 말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는 이 작업은, 작가 최인훈 자신이 키워낸 지난 20세기의 기억과 깊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 거듭되는 기억의 발생으로 촘촘히 엮이는 여정과 다층의 기록에서 작가는 20세기와 ‘나’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진정한 인간은 무엇인가”를 자신과 독자에게 거듭해서 묻고 있습니다.

“역사가 갈 데까지 가기 전에는 정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내가 산 세월의 문학시간이었다.”(『화두』 2권 295쪽)

작품의 화자는 일제강점기 북에서 태어났으나 6·25전쟁 발발로 북을 탈출하여 가족과 함께 월남합니다. 이후 4 ·19, 5·16, 10월 유신, 광주항쟁 등 민족사적 격랑과 중국 공산화, 독일 통일이나 동구 몰락, 소련 해체 등 세계사적 지각 변동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갑니다. 이 사유와 운명 개척의 기로에는 잘 알려진 작가의 두 가지 원체험이 있습니다. 하나는 중학교 지도원 교사가 요구한 ‘자아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조명희의 「낙동강」 감상문에 대한 고등학교 국어교사의 ‘작가 예언’입니다. 이른바 사회의 ‘배척’과 ‘승인’이라는 모순된 경험이 작가로 하여금 평생을 두고 씨름해야 할 화두를 안은 작품을 쓰게 합니다. 이러한 생애의 기억은, 소설 속에서 ‘북한—남한—미국—남한—미국—남한—러시아—남한’ 등의 공간 경로로 이동해가며 층층이 쌓인 켜를 드러내며, 그에 따라 주인공의 의식 또한 점점 넓게 그리고 깊게 변화하는 양상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그 방식은 단선적 연대기나 유기적 플롯과는 거리가 먼, 시공간을 재배치하고 중첩시키면서 쌓여가는 모양을 띱니다. 독자들은 끝없이 열린 소설의 구조를 따라가며, 거대한 사유의 집적물들, 곧 원숙한 이성의 성찰과 자유로운 감성들이 한데 어우러진 작가 최인훈의 인식 여정에 동참하면서 종국에는 독자 자신들의 화두와 정직하게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신판 최인훈 전집 (문학과지성사, 2008~2010)

1 광장/구운몽 6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11 유토피아의 꿈
2 회색인 7 하늘의 다리/두만강 12 문학과 이데올로기
3 서유기 8 웃음소리 13 길에 대한 명상
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9 총독의 소리 14 화두 1
5 태풍 10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15 화두 2

최인훈 소설가

1934년 4월 13일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법대에서 수학했다(2017년 명예졸업). 1959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이 『자유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집필과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광장/구운몽』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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