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발표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20회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는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참관 혜택을 드립니다.

 

 

<수상작>
김지완 『아일랜드』

 

<심사위원>
황선미(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최나미(아동청소년문학가), 김유진(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6편이었다. 심사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점수가 가장 낮았던 두 작품을 먼저 제외하고 세심하게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 어느 해보다 작품의 수준이 높아서 읽는 맛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내 쪽에서는 판타지 작법의 후보작 2편을 올렸는데, 그중 한 작품은 서사 구조를 말끔하게 구축했고 창작 공부를 꽤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내공이 느껴졌다. 최종심에서 논의한 작품은 「나의 이상하고도 놀라운 가족」 「두 번째 이름」 「날갯짓 연습」 외 2편, 「아일랜드」 총 4편이었다.

「나의 이상하고도 놀라운 가족」은 서사의 틀이 잘 짜인 판타지 작품이다. 비현실 세계가 나름의 질서로 움직이고 주인공이 두 세계를 넘나드는 조건도 분명하게 마련되어 저작자에게 신뢰감이 생겼다. 문장도 안정적이고 오문도 없는 편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현실의 가족에 절망하고 비현실의 가상 가족에 집착하는 동안 주인공의 변화와 깨달음에 비해 현실의 문제가 전혀 교정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적되었고,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 문제를 깨닫고 현실로 복귀하는 방식의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두 번째 이름」은 재혼 가정의 주인공이 사고로 부모를 잃고 축구에 집중하는 내용이라 시작이 다소 단순하다는 인상이었다. 동네 고물상 주인과의 관계도 진부한 설정이었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세계로 짐작되는 존재 ‘메이’의 도움으로 기저에 눌러 두었던 정신적 상처에 직면하고 남매였던 애라와 이별하는 결말은 뻔하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 고물상 주인이 주인공을 위해 동원된 인물이 아니라 그 역시도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었다는 전사가 이야기에 설득력을 얹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여러 인물의 서사를 다 담으려다 보니 중심 서사가 흐트러져 가독성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메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끝내 밝혀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었다.
「날갯짓 연습」 외 2편은 단편치고는 양이 좀 많은 3편의 작품이었지만 한두 작품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응모작이었다. 3편의 장점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감정을 담을 줄 아는 묘사력이다. 큰 사건을 다루지 않아서 작품 모두가 밋밋한 인상일 수 있고, 어린이 독자가 가독성을 느낄지 의문스럽기는 하였으나 가벼운 이야기가 즐비한 아동문학 시장이 놓치고 있던 서사 문장의 진득한 맛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작자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일랜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인공 지능 로봇이 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을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게 다반사라 장편 서사가 될까 싶지만 서사가 납득할 만하게 이어지고, 분명히 기계인데 인간적인 감정선이 억지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내용도 설득력이 있다. 문장의 리듬감이 좋아서 읽는 내내 풍성하다는 인상이었고 서사 운용 능력이 유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에게 ‘당신은 당신이 고유하다고 생각합니까?’ 하고 묻는 능청도 흥미롭다. 심사위원들은 이견 없이 「아일랜드」를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이 작가의 멋진 행보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_황선미

 

팬데믹이 끝났다. 길에는 활기가 넘쳐났고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을 찾게 되었다. 활기는 비단 거리나 사람들의 표정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팬데믹에 갇혀 있던 기간에 비해 다채로워진 응모작에서도 그 활기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마해송 문학상 응모작은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아서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밝아졌으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필력도 놀라웠다. 여전히 심사 기준에 못 미치는 작품도 눈에 띄었으나 예년에 비해 응모작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심에 오를 응모작도 예년보다 엄격한 기준을 놓고 보게 되었다. 즐거우면서도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논의 끝에 최종심에서는 4편을 놓고 수상작을 가리게 되었다.
「나의 이상하고도 놀라운 가족」은 돼지국밥 냄새 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게임 속 가족 만들기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결국 자기가 만든 가상의 가족도 주인공이 달걀을 얻어 먹여 살려야 한다는 현실적 결론에 이르는 과정과 돌아가기 위해 스스로 만든 설정을 없애야 한다는 냉정한 선택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다만 주인공의 게임 속 현실에 대한 자각과 결정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단정적이어서 독자의 이해 속도를 압도해 버리는 장면이 반복되어 아쉬웠다. 또한 가족 만들기라는 소재가 요즘 독자들에게 얼마나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오가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이름」은 행복했던 재혼 가정에서 살았던 은수가 일 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생물학적 아버지와 지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얼핏 전형적일 수 있는 이야기에 버려진 물건들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절실한 그때를 보여 주는 메이가 등장함으로써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서사를 경험하게 한다. 은수를 챙겨 주는 고물상 싸만코 아저씨, 충격적인 사고 이후 함부로 상처를 헤집지 않고 지켜봐 주던 축구부 친구들과 코치 선생님도 든든했지만,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가족에 대한 추억이 은수로 하여금 주저앉게 만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전해졌다.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이름의 관념적 의미를 어린이 독자들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고, 메이를 통해 경험하는 장치가 지나치게 많아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독자에게 매력적인 이야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작가의 의욕적인 시도가 작품에 어떻게 쓰여야 할지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날갯짓 연습」 외 2편은 감각적인 완결성을 갖춘 단편을 만나 반가웠다. 각각 아빠의 수감,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친구, 재혼 가정이라는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전형적인 형태가 아닌 특별한 양육자가 등장한다. 양육자에 대한 믿음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고도 자신의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해 가는 인물들이 여간 미더운 게 아니었다. 보편적인 가족 형태에 익숙한 독자들도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특이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구성력이 뛰어나다. 통상 단편이 응모작인 경우, 작품의 완결성 면에서 균등한 수준을 갖추기가 어려운데, 3편 모두가 각각의 감동과 울림을 남긴다. 또한 단단하고 절제된 문장이 이야기를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안전하고 익숙한 틀 안에서 빛을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형광빛 이야기 한 편쯤 공격적으로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했다.
「아일랜드」는 줄라이 공항 안내 로봇 유니온이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세상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사실 안내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이 고유성을 획득하고 자기 방식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자칫 관념적으로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유니온은 독특한 자신만의 캐릭터로 독자와의 공감을 이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티미나 안다오 같은 주변 인물도 서사를 안정감 있게 끌고 가면서 존재감 있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실상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전형적일 수 있는 서사 속에서도 유니온은 자기만의 언어와 사유로 고유한 세계를 생성함으로써 이야기를 다 읽고도 오랜 여운을 갖게 한다. 자신감 있는 필력과 인상적인 문장들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면에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수상작으로 뽑는 데 이견이 없었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를 소개하게 되어 즐거웠고 작가의 이후 작품에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 말고도 기억에 남는 응모작들이 몇 편 떠오른다. 누구보다 애썼을 작가들에게 마음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훌륭한 작품들 사이에서도 좀 더 분명한 가능성과 기대를 보여 준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_최나미

 

흥미로운 작품이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나의 이상하고도 놀라운 가족」, 「두 번째 이름」, 「날갯짓 연습」 외 2편, 「아일랜드」 총 4편이었다.
「나의 이상하고 놀라운 가족」과 「두 번째 이름」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묶어 볼 수 있었다. 「나의 이상하고 놀라운 가족」에서 어린이 주인공은 자신이 이상화하는 가족상을 게임에서 구현하다 게임 속에 들어가게 되고,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본인이 진정 원하는 가족을 발견한다. 「두 번째 이름」에서 재혼 가족의 어린이 주인공들은 부모를 잃은 상실감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과정을 맞는다. 두 작품 모두 판타지 장치를 사용해 어린이의 소망과 절망을 드러내며 그에 공감할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전혀 변화하지 않은 가족을 어린이가 온전히 수용하거나, 가족을 떠나 홀로 미래를 맞이하는 결말에는 숙고가 필요해 보였다. 어린이에게 가족이라는 현실이 지닌 진중함은 판타지 장치를 통과하는 데서 끝날 수는 없을 것 같다.
「날갯짓 연습」 외 2편은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단편집으로, 고학년 단편 동화의 가장 앞선 자리를 단단하고 아름답게 확인시켜 주었다. ‘정상 가족’ 울타리가 아니어도 깊은 눈매와 바지런한 손길로 돌봐주는 어른들이 있기에 비로소 아픔에서 나아가는 어린이들을 만나며 우선 감사했다. 어린이들이 자신보다 더 작고 약한 존재를 돌보고 서로 도와가며 날갯짓을 시작하는 눈물겨운 과정을 응원하면서 어린이가 왜 소중한 존재인지 조금 더 알 것 같았다. 돌봄이나 다양성 등 시대의 주요 의제를 어린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유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단편집은 오늘날 단편 동화의 가장 앞선 자리임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큰 한 걸음을 바라게 했다.
「아일랜드」는 국제공항이라는, 현실에서는 익숙하지만 동화에서는 색다른 공간을 배경으로 열 살 남짓한 어린이의 체구만 한 인공 지능 안내 로봇 유니온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SF다. 유니온의 캐릭터는 여느 아동 청소년 SF의 로봇 캐릭터와 뚜렷이 차별된다. 자기 존재의 고유성을 찾고 싶어 하고, 현상 세계 너머 ‘영혼’을 탐색하고,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영혼’에 관심을 갖는다. 이 작품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유니온을 통해 우리 동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철학적인 주제를 말하면서도 서사 흐름에 따라 적절한 사유의 조각들을 제시할 뿐 관념에 빠지지 않는다. 또한 탐색견 티미, 청소부 안다오의 캐릭터와 이들이 유니온과 맺는 관계는 서사의 재미와 아울러 존재에 대한 성찰을 동시에 이끌어 낸다. 날렵하고 자극적인 서사가 SF의 전부인 양 범람하는 피로감과 아쉬움이 오래 가중되던 가운데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SF의 본래적인 질문 하나를 다시 가져온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어린이 문학의 경향을 좇지 않고, 어린이 독자와 나누는 이야기를 제한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감사드린다._김유진

 

<수상 소감>
어린이는 함부로 가여워할 수 없는 존재다. 이것은 한 인격체가 다른 인격체에게 응당 그래야 한다는 태도보단 압도에 가깝다. 그들 안에 도사리고 있는, 번뜩이고 있는, 숨죽여 알 까고 있는 생명력을 마주할 때마다 그것에 압도됨을 느낀다. 슬픈 어린이조차 슬픔에만 사로잡혀 있지 않다. 깊이 슬퍼한 다음 회복과 재활을 향해 간다. 자기 자신이 가는 줄도 모르는 채 간다. 그러니 아무리 조용하고 수줍은 아이라도 조금씩은 무도인이다. 띠가 무슨 색이든 단이 몇 단이든 일주일에 몇 번이나 나가든 우선 체육관에 등록하면 그때부터는 무도인인 거니까. 세상에 등록되었으니 한판 하겠습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가.
여덟 살 때, 새벽 다섯 시 반에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건 적이 있다(그러면 안 된다는 걸 지금은 잘 안다). 네모 칸 공책에 가갸거겨고교 한글 쓰기 숙제가 있는 날이었는데 이걸 가로로 써야 하는 건지 세로로 써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고, 그래서 가로쓰기를 택했는데 혹시나 이것이 잘못된 방법일까 봐 너무 걱정스러우며, 좀 있다 학교에 가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고, 수화기 너머로 밥을 안치고 있는 선생님께 훌쩍훌쩍 울면서 털어놓았다. 네가 너무 걱정이 많아서 내가 걱정이다…… 선생님은 대략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나는 내가 너무 걱정이 많아서 선생님께 걱정을 끼쳤다는 사실이 걱정되어 또 울었다. 그런 일로 가슴을 졸이고 눈물을 흘렸는데 하루하루가 평온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학교에 가기를 택했고 부지런히 자랐다. 그때의 나는 자주 슬펐지만 지금보다 늠름하고 강했기 때문에 함부로 가여워할 수 없다. 줄곧 어린이의 강한 마음을 빌려 또 강한 마음에 기대어 글을 써 왔다. 앞으로도 그들의 얼굴을 똑똑히 보고 선명히 기록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출발로 마해송 선생님의 이름을 선물 받게 되어 더없이 영광스럽다. 이토록 근사한 시작의 기회를 주신 문학과지성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앞으로 계속 계속, 씩씩하게 쓸 수 있어요. 그렇게 해 보라고 믿어 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지면을 빌려 인사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남쪽 지방에 있는 식구들. 엄마, 엄마처럼 상냥하게 세상을 대하려면 죽을 때까지 수련이 필요할 거예요. 아빠, 저는 태어난 이래로 줄곧 작가의 딸인 거 같아요. 두 분의 딸로 세상에 등록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오랜 친구 유화야, 네가 만들어 주는 밥을 먹고 나는 비로소 자란 것 같아. 그리고 사랑하는 문어뱅스. 선민아. 너랑 읽고 쓰고 말하고 웃다 보면 진짜 살 것 같고, 진짜로 사는 것 같아. 너를 이해하려 애쓰고 나를 이해해 달라 떼쓰는 시간이 남은 인생 가장 큰 즐거움이야. 소진 언니. 언니가 사뿐사뿐 걸어가는 하루들을 지켜보는 게 기뻐요. 언니가 단숨에 나눠 주는 시간 속에서 저는 거듭 언니를 닮아 가고 평화로울 거예요. 문어의 심장은 세 개고 우리는 앞으로도 요가 하는 마음으로 살 것! 끝으로 단국대 교수님들 감사드립니다. 줄곧 학생이었던 덕분에 스승님이 너무 많아졌어요.

 

<수상자 약력>
1996년 출생.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하고 있다. 동인 ‘문어뱅스’ 소속이다.

7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