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난 하찮은 글쟁이…늘 기자처럼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이미지 출처: 기자협회보 인터뷰 https://v.daum.net/v/20230807185338915%5B/caption%5D

7평짜리 공동 사무실에서 ‘문학과지성사’ 시작

-언론사를 떠난 것이 1975년 12월 ‘문학과지성사’ 창사로 이어진 거군요.

“그해 여름 고등학교 야구대회 구경을 갔어요. 야구 구경을 하고 나와 저녁을 먹는 참인데, 김현이 진지하게 출판사를 내자고 제안하더군요. 일조각에서 출판하던 계간지 ‘문학과지성’을 우리 이름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게 첫째 이유였고 또 하나는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나와 같은 해직자가 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므로 출판사라도 만들면 기댈 언덕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권유와 격려, 강요 속에서 제가 꼼짝없이 맡을 수밖에 없었어요. 청진동 해장국 건물 2층 한약방 한쪽 7평 공간을 열화당 출판사 이기웅씨와 공동으로 사용했어요. 나하고 이기웅씨, 직원 책상 세 개 놓고 시작했죠.”

‘문학과지성사’는 1976년 1월 중·하순 첫 책으로 홍성원 단편집 ‘주말여행’과 조해일 장편소설 ‘겨울여자’를 간행했다. 최인훈 ‘광장/구운몽’에 이어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조세희 연작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잇따라 나왔고,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첫 권으로 ‘문학과지성 시인선’ 간행이 이어졌다. 김병익은 25년 동안 대표로 재직하며 1165종의 책을 간행했다. 1994년 문학과지성사를 주식회사로 개편했고 2000년 3월 “새로운 세기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문학과지성’의 정신과 전통을 살려나가야 한다”며 물러났다.

-2000년 3월 대표이사를 후배에게 맡기고 상임고문으로 물러났습니다.

“문학과지성사가 제법 유서 있는 출판사로 성장하면서 할 일은 다 했다고 판단했죠. 자식들한테 물려줄 생각도 없었어요. 자식들도 자기들 공부하고 대학에 나가고 그러니까 문지를 맡을 생각도 하지 않았죠. 그래서 쉽게 훌훌 털고 나올 수 있었어요. 나중엔 내가 보유한 지분도 걸림돌이 될 것 같아 모두 후배들에게 넘겨줬어요. 집사람이 창업주가 주식을 물려주지 않고 포기한 사람은 유한양행 사주하고 나하고 둘뿐이라고 하더군요.”

김병익은 ‘글 뒤에 숨은 글’(2004)에서 동인들의 합자로 창사한 문학과지성사를 주식회사 체제로 바꾸는 과정을 밝히며 이렇게 썼다. “내가 동인들에게 평소부터 말해오며 동의를 받아온 것은 이 문학과지성사는 어느 시기에 이르면 개인에서 개인이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로 승계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출판사의 출발이 동인들의 합자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를 통해 돈을 벌기보다는 ‘문학과지성’이라는 아름다운 ‘문학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꿈으로 삼았고, 그래서 상속이나 이전이 아니라 승계라는 형식으로 그것의 수명을 영구화해야 할 것이다.”

책들 속에서, 글과 함께 살다

-수많은 책을 펴냈는데, 첫 책이 조지 오웰의 ‘1984’를 번역한 책이더군요.

“68년쯤이었는데, 미국 비평가 어빙 하우의 글을 보면서 거기에 언급된 오웰의 ‘1984’를 번역하고 싶었어요. 당시만 해도 박정희 권력이 지배하던 시절이었고, 오웰의 악몽적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위험이 지식인 사회에 숨어 있었거든요. 사실 좀 두렵기는 했습니다.”

-선생님은 책들 속에서 평생 글과 함께 살아오셨어요.

“기자 생활, 편집자 생활, 발행인 시절, 이게 전부 글과 얽혀 있죠. 제 생애도 10년도 못 가고 몇 년 후가 되겠지만 나름으로 평온하면서도 치열하게 긴장되게 살았다고 그럴까요. 사회적으로 늘 저 자신이 기자라고 생각해요. 문학 비평이든 에세이를 쓰든 기자의 연장선으로 생각이 됩니다. 사회생활도 기자생활처럼 현장의 바깥에서 관찰하고 평가하기를 버릇해왔어요”


김병익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묶어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시선의 저편’(2016)과 ‘생각의 저편’(2021)이다. 책 끝엔 각각 70여권, 60여권의 책 목록이 있다. 글쓰기의 바탕이 된 사유의 자양분들이다.

-책 제목에 들어간 ‘저편’이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문학과지성사가 마포구 신수동 출판단지에 있었어요. 거기 마당이 꽤 넓었습니다. 문득 담장을 보는데, 우리 의식이라는 게 여기에 갇혀 있지만, 저편을 내다봐야지 않을까. 상대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저편’이란 단어를 떠올렸죠. 2021년 3월 이후에 실린 글을 모아 책을 내면 ‘존재의 저편’으로 할까 싶어요. 죽음으로 이쪽과 저쪽 세계를 보고, 내가 아니라 나를 마주하고 있는 상대를 본다는 것, 사후 세계까지 저편이라는 게 참 넓은 영역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준비하는 책이 또 있나요?

“가을이나 겨울에 500페이지짜리 책이 나올 것 같아요. 문단에 데뷔한 후 주제에 맞지 않아서 혹은 좀 미흡해서 밀쳐둔 글들하고 2017년 마지막 책 이후에 나온 산문, 고등학교 때 쓴 시와 잡문, 대학시절에 쓴 글들을 모았습니다. 그거 말고 한겨레 칼럼을 모아 내려고 해요. 그러면 제 글쓰기 작업도 끝날 것 같습니다. 글쓰기는 사유죠. 그래서 글쓰기를 그만두면 사유를 끝낸다는 얘기가 되니까 섭섭해지대요. 내 생애 의미를 스스로 단념하는가 싶고. 그렇지만 묵은 세대의 글이 얼마나 쫀쫀하고 재미없는지 알게 되니까(웃음). 더 이상 추한 꼴을 안 보이는 게 좋겠다 싶어서 내년쯤에는 글쓰기 작업도 끝낼까 해요.”

 

 

✔ 인터뷰 전문 보기 : https://v.daum.net/v/20230807185338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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