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박화성소설상 장편소설 당선작 발표

2023 박화성소설상 장편소설 당선작이 발표되었습니다.
당선작은 김혜빈 작가의 『그라이아이』입니다. 당선작 『그라이아이』는 9월 출간되어 목포문학박람회(9월 14일~17일)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시상식은 개막식이 진행되는 메인 무대에서 9월 15일(금) 17:00시부터 진행, 수상작가 북토크는 다음 날 16일(토) 전시장 내 무대에서 11시부터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혜빈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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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 여자의 성장 이야기다
폭력을 마주한 순간에도, 그들은 어떻게든 자라난다”

아일랜드 이탄지에서 발굴된 고대 한국인 미라 ‘백희’
예정된 실패와 역학이 만들어내는 폭발하는 에너지

“샤먼의 복화술사 같은 환상적 이야기꾼의 탄생!”
★ 구병모 복도훈 손보미 심완선 우찬제 이기호 심사 참여 ★

지체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는 1부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ㅡ구병모(소설가)
폭력에서 돌봄에 이르는 주제를 문제적으로 부각시킨다ㅡ복도훈(문학평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운다는 것, 내게는 그게 너무 중요했다. 이 소설 속에는 그러한 끊임없는 시도와 예정된 실패의 역학이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었다ㅡ손보미(소설가)
인간관계 내에서 은은하게 발생하는 착취를 그리는 호소력ㅡ심완선(문학평론가, SF평론가)
현실과 환상을 횡단하며 샤먼의 복화술사 같은 환상적 이야기꾼의 가능성을 실험한다ㅡ우찬제(문학평론가)
이 작품의 인상적인 도입부를 잊지 못한다ㅡ이기호(소설가)

[박화성문학상 소개 및 심사경위]

2021년 시작되었던 목포문학상 장편소설상은 올해부터 문학과지성사와 목포시가 함께하는 ‘박화성소설상’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목포 출신 작가이자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장편소설 『백화』를 집필한 박화성을 알리고 기리고자 개칭하게 되었다. 섬세하면서도 박진감 있는 문장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꿰뚫는 작품을 발표한 박화성은 한국본부 중앙위원을 겸하고,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위원을 지내는 등 우리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러한 박화성의 문학적 열정을 잇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약 두 달간 치열한 심사 과정이 필요했다. 국내 최대 상금 7천만 원, 당선작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다는 파격적인 기회는 장편소설 『그라이아이』가 거머쥐었다. 수상자는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당선된 김혜빈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와 동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수상자는 지난 7년간 웹 소설을 창작해왔고, 장편소설 『캐리어』(고즈넉이엔티, 2019)를 출간했으며 올해 신춘문예와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당선작 『그라이아이』는 9월 출간되어 목포문학박람회(9월 14일~17일)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박화성소설상 시상식은 개막식이 진행되는 메인 무대에서 9월 15일(금) 17:00시부터 진행될 예정이고, 수상작가 북토크는 다음 날 16일(토) 전시장 내 무대에서 11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당선작 『그라이아이』 줄거리]

“아일랜드 킬데어주(洲)의 한 이탄지에서 신석기 시대의 동양인 미라가 발굴된다.
아일랜드와 스위스 공동 연구팀은 이 미라가 유라시아 지역에 살았던
고대 아시안이라 가정하고 끊임없이 게놈 분석 결과, 그가 고대 한국인 미라임이 밝혀진다.”

단 세 장의 시놉시스만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라이아이』는 아일랜드 이탄지에서 발굴된 동양인 미라 ‘백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 세계 매스컴을 뒤집어놓은 머리만 발굴된 미라는 연구 결과 고대 한국인 미라임이 밝혀지고 국내 연구팀과 방송국은 팀을 꾸려 아일랜드로 떠난다.
장편소설 『그라이아이』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에는 백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송작가 주나와 다큐멘터리 PD 문정의 이야기 2부에는 아일랜드에 일찍이 도착해 백희를 연구하는 유 박사와 그의 딸 영의 이야기, 마지막 3부에는 미라가 되기 전 백희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세 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고대 미라인 ‘백희’, 나의 어머니이자 자매 그리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는 존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백희’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이야기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다큐멘터리 메인 작가로 일하는 ‘주나’는 오랜 시간 한 몸처럼 함께한 친구 ‘문정’이 이번 ‘미라 프로젝트’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다큐멘터리 PD로 입봉할 수 있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서포트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일방적인 관계를 늘 이상하게 여긴 차PD는 석기시대의 야만인이 백희의 머리를 자른 것보다 더 잔혹한 것이 바로 “한쪽이 매달리는 관계, 이건 뼈를 부수고 살을 찢는 것보다 더한 폭력일지도 모른”다고 조언한다. 주나와 영 그리고 백희,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돌봄’을 강요당하고 ‘폭력’의 상황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자신 앞에 놓인 현실과 맞서기를 택한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소설의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은 사회 속에서 타자화되었던 한 인물이 반드시 다시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키고 그가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사랑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고대 미라의 머리,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손이나 다리가 아닌 ‘머리’가 발굴되었던 것 역시 이들의 정신이 대를 이어서까지 끊기지 않고 온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장편소설 『그라이아이』를 집필하기 전 작가 김혜빈의 포스트잇에는 이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세 딸들의 성장 이야기다. 폭력을 마주한 순간에도, 그들은 어떻게든 자라난다. 그 성장은 이제 다른 딸들에게 물려질 것이다.”
이 책의 제목 『그라이아이』는 그리스어 ‘그리아이아이(Γραῖαι)’에서 비롯된 것으로 하얀, 늙은 여자, 노파라는 의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라이아이’는 날 때부터 백발이었던 그리스로마신화 속 세 자매를 의미하기도 한다. 눈과 치아가 하나뿐이라 셋이서 번갈아가며 사용해야만 했던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늙어버린 소녀’라는 점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 속에서 자매들, 즉 여성 인물들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회와 집단에 의해 끊임없이 규정되고 자신의 정체성부터, 욕망, 꿈, 미래까지 위헙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는 우리의 선조이자 머리만 발견된 미라, 백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친구로부터 존중 받지 못하는 주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해온 영현 그리고 손가락이 여섯 개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서 도망쳐야만 했던 백희와 그 딸들까지 이 책의 제목이 『그라이아이』일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가 소설 속에 촘촘하게 담겨 있다. 이제 막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폭발적인 이야기와 선명한 주제의식 그리고 사회를 꿰뚫는 첨예한 비판의식까지. 이미 한국문학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신예 김혜빈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의 첫 장편소설 『그라이아이』의 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당선소감]

소설을 쓰는 내내 너무 엄숙해지지 말자고 여러 번 다짐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이 소설이 아주 만만해지기를, 그래서 누군가가 끝까지 봐주기를 원했습니다. 가능과 불가능만이 가능한 오늘날 가능을 가늠한다는 것은 가불가를 따지는 일보다도 어렵겠으나, 저는 그 일이 가능하길 바란 것입니다.

그 일 = 엄숙하지 않고 만만한 소설 쓰기. 누군가가 이 소설을 들춰보았다가 기이한 아름다움을 감지하기. 끝내 완독하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기면 아주 가까운 이에게만 그 사실을 전하거나 입을 꾹 다물어버렸는데(순전히 부끄러웠거나 성난 시선이 두려워서입니다), 그때부터 제겐 일종의 괴벽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별거 아니라며 성취한 것들을 깎아내리거나, 잘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하게 된 것입니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집들이 겸 놀러 온 친구들이 제 사치품을 보며 감탄하더니, 돌연 이건 어떻게 쓰는 거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어째서인지 조금 우울해져, 분명 잘 알고 있는 물건인데도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며 거짓말했습니다. 친구들은 웃으며(약간의 안도 섞인 미소) 어떻게 네 물건인데 모를 수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한 저는 결국 부엌으로 달아났습니다. 겸손을 무지로 대치하는 이 병증이 언젠가 나아진다면, 오늘을 편히 회상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지나친 겸허 뒤엔 분명한 기쁨 역시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힘을 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 감사합니다.
나의 R에게 특별한 사랑을 보냅니다. 손수 서류 봉투에 주소를 써주고 우체국에 데려다주어 고맙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우리 둘의 강아지 B가 죽으면(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절대 복제하지 않겠다고 말했었죠. 저는 그날 일을 자주 떠올립니다. 저는 어쩌면 B를 복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죽으면 당신도 복제하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전 당신만은 복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와 결혼해주어 감사합니다.
2023년 여름, 잠든 R과 B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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