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세계를 열어젖히는 달

1881년, 미국으로 장기 순회 강연을 떠났던 오스카 와일드는 1883년 파리를 방문하여 상징주의 작가들 및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와 교우했다. 와일드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징주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살로메를 주제로 한 편의 희곡을 구상하게 된다. 그 결과 1891년 프랑스어로 쓰인「살로메」(『오스카 와일드 희곡선집』,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0)가 완성되고, 1893년 프랑스어로 먼저 출간되었다. 심술궂은 사람들은 와일드가 프랑스어로 쓴 「살로메」를 가리켜 “프랑스어 초급 회화에 나오는 불어 같다”고 쑥덕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와일드의 프랑스어 수준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살로메’라는 주제 자체가 유독 프랑스에서 유행했다는 점이다.
서양 작가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성경이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서머싯 몸은 그 자신이 화자로 등장하는 「열두 번째 아내」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난날 트롤로프[앤터니 트롤로프,1815~1882. 영국의 소설가]는 린스터 스퀘어에서 우리와 종종 저녁을 같이 했지요. 그런데 그때 그가 말하기를 소설가에게 가장 유용한 책이 두 가지 있다면 그것은 성경과『위테이커 연감』이라고 하더군요”(S.모옴․ V 나보코프, 『여자의 선택 – 영․ 미 두 거장의 걸작 중․ 단편집』,大學出版社, 1993, pp.217~18). 소설가에게 필요한 것은 ‘성경’과 ‘사건 연감’이라는 것이다.
무수한 시인ㆍ작가와 화가들이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했던 ‘살로메’모티브는 「마태복음」 14장에 나오는 일명 ‘헤롯[헤로데]의 연회’에서 나온 것이다.「마태복음」에서 그 대목을 직접 읽어보자.

1 그때에 영주 헤롯이 예수의 명성을 듣고 2 그의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은 침례인 요한이라. 그가 죽은 자들로부터 살아났으므로 그의 안에서 능력 있는 역사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더라. 3 전에 헤롯이 그의 아우 빌립의 아내인 헤로디아 때문에 요한을 붙잡아 결박하여 감옥에 가두었으니 4 이는 요한이 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그 여자를 취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하였음이라. 5 그리하여 그가 요한을 죽이려 했으나 무리를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그들이 요한을 선지자로 여겼음이라. 6 그러나 헤롯의 생일이 되었을 때에, 헤로디아의 딸이 그들 앞에서 춤을 추어 헤롯을 기쁘게 한지라. 7 이로 인하여 그가 맹세로 약속하기를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그녀에게 주겠다고 하니 8 그녀가 자기 어미의 부탁을 받고 “침례인 요한의 머리를 여기 쟁반에 담아주소서.”라고 말하였더라. 9 왕은 근심하였으나 자기가 맹세한 것과 자기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그녀에게 주라고 명령하였더라. 10 그가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 있는 요한을 목 베어 11 그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와서 그 소녀에게 주니, 그녀가 그것을 자기 어미에게 가져갔더라.12 그 후 요한의 제자들이 가서 그 시체를 가져다가 장사지내고 예수께 와서 말씀드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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