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행위로의 이행: ‘치정’이었는데 ‘정치’가 됐네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아요”(p.40),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p.203)라는 푸념에서 볼 수 있듯이, 위고의 투항에는 외데러에게 의사(疑似) 아버지를 발견하는 것과 함께 인정 욕구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이것은 그의 부인인 제시카도 똑같이 느끼는 것으로, 외데러에게 설득당한 위고가 기분전환을 위해 나간 사이, 제시카는 외데러에게 일종의 구혼을 한다(p.211). 이때 산책에서 돌아온 위고는 아내와 외데러의 포옹을 목격하고 총을 발사한다. 그는 ‘사상(노선)’의 차이 때문에 외데러를 암살한 것이 아니라, 질투 때문에 외데러를 죽인 것이다. 사르트르는 이 작품을 쓰면서 ‘『치정(癡情)의 범죄Crime passionnel』’와 ‘『더러운 손Les Mains sales』’이라는 두 개의 제목 사이에서 오랫동안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희곡은 어느 제목을 택하느냐에 따라 장르는 물론 위고가 저지른 암살의 성격도 달라졌을 것이다.

7막. 1막에서 소개했듯이, 5년 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 위고는 9개월 만에 상부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p.17). 3년 만에 조기 석방된 위고는 자신의 상부인 올가를 찾아가 노선 변경 여부를 묻게 되고, 그의 짐작처럼 루이파는 외데러가 죽고 나서 노선을 바꾸었다(pp.224~225). 이제 위고는 자신이 외데러라는 뛰어난 전략가를 살해한 공산당의 적일 뿐 아니라, 루이파가 포용할 수 없는 혹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실제로 루이파는 그가 석방 후 올가를 찾아 간 것을 알고, 암살단을 보낸다. 위고가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사상(노선)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질투 때문에 외데러를 죽였다고 선언하고 당의 용서를 받는 것이다. 위고의 선택은?
위고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비극의 세계”(p.217)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고작 우연성의 세계에 허우적거렸으며(p.218), 그의 행동은 사르트르가 말했던 ‘제스처’에 지나지 않았다(pp.219~20). 열흘 안에 외데러를 암살하기로 했던 위고는 처음에는 외데러의 노선에 극렬 저항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노선을 수긍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외데러의 노선에 수긍한 게 아니라, 그는 행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위고가 임무 마감일에 외데러를 쏘게 된 것은, 우연히 목격하게 된 아내와 외데러의 포옹 때문이다.
석탄회사 부사장의 아들인 스무 살 난 위고가 공산당에 입당한 이유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라야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한 가지 덧붙여야 할 사실은 그가 처한 계급적(지식인) 위치다. 사르트르에게 지식인은 적대적인 두 계급 사이에 놓인 중간 존재를 가리킨다. 끼인 존재로서의 위고의 입장은 83~85쪽에 걸쳐 나와 있으며, 자신의 출신 성분을 벗어나기 위한 위고의 노력은 거의 강박적이다. “루이를 설득해서 나도 직접 행동할 수 있게 해줘요. 동지들이 사살되고 있는 동안에 난 편안히 타자기나 치고 있으니 말이지요”(p.41).
지식인이 사이의 존재(박쥐)라는 것은 한때 위고의 아버지가 혁명 단체의 일원이면서 신문에 글을 쓴 것으로 증명된다. 그의 아버지는 말한다. “그런 일은 누구나 한 번씩 하는 일이야”(p.40)라고. 이 강박은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부잣집 외동아들의 콤플렉스와 연결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행동에 대한 그의 강박은 말을 업으로 삼는 자기 약점에 대한 반동 형성이다. 1막의 초입에는 그를 규정해주는 자기 희화적인 대사가 나온다.

위고 당신은 내가 말이 많다는 것을 기억 못하나요?
올가 기억하고 있어요.
위고 (주위를 살피면서) 참 허전하군요! 그래도 모두가 예전대로군. 내 타이프라이터 는?(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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