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행위로의 이행: ‘치정’이었는데 ‘정치’가 됐네

외데러를 암살하기로 결심한 루이는, 비서를 구하는 외데러에게 위고를 소개한다. 위고에게 맡겨진 임무는 외데러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다. 위고는 그런 “탐정 행위”(p.49)는 필요 없이, 자신이 직접 암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올가 역시 위고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루이에게 “이 사람은 자기의 기회를 찾고 있어요. 충분히 일을 해치울 수 있을 거예요”(p.50)라고 설득한다. 열흘 안에 암살이 이루어져야 한다.
3막. 외데르의 별장. 위고와 그의 아내 제시카가 짐가방을 풀고 있다. 짐가방을 풀면서 위고는 아내에게 자신이 외데르의 비서로 오게 된 비밀임무를 말한다. 아내는 남편을 믿지 못한다(pp.62~63). 3막에 와서, 위고가 석탄회사 회사 부사장의 아들이며, 당에 입당하기 위해 아버지를 떠났다는 정보가 제시된다. 차차 밝혀지겠지만, 위고가 공산당에 입당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라야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다.

위고 외데러, 난……당신 이상으로 거짓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아버지 집에서 모 든 사람들이 거짓말만 하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속였어요. 당에 들어와서 처음으 로 나는 숨을 쉬었어요. 난생 처음 다른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어 요. 모든 사람이 서로 신뢰할 수 있었어요. 어떤 하급의 투사들도 지도자의 명령에 의해서, 자기의 깊은 의지가 정확하게 된 것을 느꼈어요. 어떤 결정적인 단계에서 왜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알아요.(p.181)

위고는 거짓말과 속임수로 가득 찬 부르주아 세계에서, 정직만 존재할 것 같은 공산당의 세계로 넘어왔다. 사르트르의 사유 체계 속에서 거짓말은 우선 거짓말하는 주체를 병들게 한다. 또 수단의 정당화를 위한 당 내부의 정책적인 거짓말은 그 수단 앞에서 인간을 비본질적으로 만든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수단으로서의 거짓말은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고 통일성과 단순화를 강요하게 됨으로써 존재에 폭력을 행사한다. 위고가 암살자를 자처하게 된 데에는 외데러의 연합전선이 ‘거짓말’에 기초한 것이라는 판단이 섞여 있었다.
다른 하나는 위고와 외데러와의 대화에서 밝혀지는바, ‘태생을 잊기 위해, 행동하기 위해, 사고하지 않고 복종하기 위해’(pp.85, pp.94, pp.95)서다. 위고가 공산당에 입당한 이유는 외데러의 경호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조르주 우리들은 굶어 죽기 싫어서 입당했어.(p.74)
슬리크 결국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언젠가 먹을 수 있게 되기 위해서지.(p.75)

원래 복종에 대한 미덕은 사르트르의 철학 체계 속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위고가 복종에 자신의 실존을 헌납하려고 드는 것은, 슬리크와 조르주의 “태생의 문제예요”(p.79), “하나의 제스처를 쓰기 위해서 입당했어요”(p.84)와 같은 조소를 이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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