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행위로의 이행: ‘치정’이었는데 ‘정치’가 됐네

전 7막으로 이루어진 『더러운 손』의 무대는 중부 유럽에 위치한 가상 국가 일리리(Illyrie)다. 전후의 헝가리를 연상시키는 이 가상 국가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에 점령되었다. 1943년 3월, 나치가 퇴각을 하면서 일리리에서는 좌파와 우파 간은 물론이고, 같은 좌파 안에서도 권력 투쟁과 노선 투쟁이 벌어진다.
1막이 시작되면 올가의 집. 살인죄로 5년 형을 선고받았던 위고가 2년 만에 석방되어, 옛 동지인 올가를 찾아온다. 그가 감옥에 갔던 이유는 자신이 가입해 있는 공산당 내의 노선 투쟁 때문이다. 공산당 안에는 루이파(派)와 외데러파(派)가 있었는데, 루이파에 속해 있던 스물 한 살 난 위고는 상부의 지시로 당 서기장인 외데러를 암살한다. 그런데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당의 권력을 차지하게 된 루이파가 갑자기 외데러가 취했던 노선을 받아들이면서, 위고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다. 공산당은 감옥에 있는 위고를 제거하려 하고, 당이 자신을 독살하려는 의도를 간파하한 위고는 실존의 위기를 겪게 된다. “그 사건의 모든 것은 처음부터 잘못 시작 되었어요”(p.18), “명령은 뒤에 남고 나만 전진했어요. 난 혼자서 사람을 죽였어요. 그리고 난 왜 그 짓을 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해요”(p.20)
위고가 올가에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사이에, 감옥에서부터 그를 쫓아온 루이 일행이 그를 죽이기 위해 올가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올가는 위고를 숨겨놓고, 루이 일행에게 위고를 전향시켜보겠다고 말한다. 이에 루이 일행은 밤 열두 시에 다시 오기로 하고 철수한다. 이제부터 위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막.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 올가의 집. 제시카와 결혼을 한 상태인 위고는 공산당에 입당한 지 1년째다. 하지만 그는 다른 당원들이 행동을 하러 갈 때, 타자기나 껴안고 있는 자신을 혐오한다. 당에서는 박사학위 소지자인 그에게 ‘라스콜리니코프’라는 가명을 붙여주었는데, 바로 이 이름 속에 당이 위고를 바라보는 평가가 깃들어 있다. 그는 행동할 줄 모르는 지식 분자이며, 회의주의자는 결국 배반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중책을 맡기지 않는다. 2막에서는 공산당 안에서 루이파와 외데러파가 노선 투쟁을 하게 된 이유가 설명된다. 그들은 나치 독일에 대한 항전 방법, 소련과의 협력, 전후 국내 정치를 놓고 사사건건 반목하는데, 가장 큰 이견은 루이파가 당만의 독자 투쟁을 고집하는데 반해, 외데러파는 왕정당과 자유주의자 세력을 함께 묶어 연합전선을 만들고자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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