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서던 벨southern belle’이라는 낱말로 읽는 테네시 윌리엄스

미국 연극은 유진 오닐(1888~1953)이라는 걸출한 미국 최초의 극작가가 나온 이래,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와 아서 밀러(1915~2005)라는 양 기둥이 동시에 활동을 함으로써 미국 현대 연극의 확고한 기초를 놓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활동했지만 아서 밀러가 세련된 정치 고발물과 사회극을 쓴 반면, 윌리엄스는 도시와 물질문명에 밀려나는 옛 남부 문화와 성적·심리적 갈등으로 무너져가는 가족 이야기를 즐겨 다루었다. 예컨대 윌리엄스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유리동물원』(1944),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 『여름과 연기』(1947),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1955)가 그렇다. 다행히도 이 작품들은 모두 한국어 번역본으로 구해 볼 수 있다.
위에 거론한 네 작품의 주제와 등장인물들은 서로 긴밀한 상호텍스트성을 갖고 있어서, 어느 작품을 선택하더라도 서로를 풍요롭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로저 박실의 『테네시 윌리엄스』(현대미학사, 2006)에 나오는 한 대목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여름과 연기』를 설명하면서“『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불운한 여교사가 어떻게 그런 길로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것의 새로운 서문이라고 할 수 있을 윌리엄스의 새로운 연극을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때에 집필되고 공연된 『여름과 연기』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서로를 보충해주는 자매편이다. 이런 유사성과 교차성은 두 작품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 거론한 네 작품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 글에서는 윌리엄스의 작품에 강한 교차성과 유사성을 마련해주는 특징으로 로저 박실이 ‘퇴락 미녀’라고 지칭한 요소에 대해 말하고 나서, 그가 깊이 파헤치기를 회피했던 것이 분명한 윌리엄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덧붙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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