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책도둑을 찾아서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

김혜정(아동‧청소년문학 작가)

 

몇 년 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받은 아이는 “It’s a book! It’s a book!”이라고 울부짖으며 선물을 집어 던진다. 이 영상을 보고 나는 겉으로는 재밌다며 웃었지만, 속으로는 울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는 사람이니까.
종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열다섯 살 아이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온다. 나는 “책이요”라고 답하고 싶은 걸 꾹꾹 참는다. 열다섯 살 아이는 책을 받아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 그리고 누구도 책을 댓글로 쓰는 사람은 없었다.
청소년소설과 동화를 쓰는 나는 가끔(실은 자주) 정체성의 회의를 느낀다. 나는 이야기가 재밌어서 쓰고, 독자들인 아이들이 재밌게 읽어주기를 바라는데, 그들에게 내 책은 ‘과제’에 머무를 때가 많다. 독서 퀴즈를 하고, 독서 감상문을 써야 한다. 인터넷에 숙제라며, 내 책 줄거리를 알려달라는 요청 글을 심심치 않게 본다. 나는 그들이 듣지 못하지만 사과를 한다. “미안해, 너희를 괴롭혀서. 그런데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어.”
어느새 책은 건강에는 좋지만 입에는 쓴 약 같은 게 되어버렸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들 알고 있다. 그걸 말하는 사람과 책은 넘쳐나니까. 하지만 정작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이 좋긴 좋은 걸까?’ 의심하며, 자신의 삶에서 책을 밀어낸다. 왜 책이 이런 천덕꾸러기가 된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계속 글을 써도 되는 걸까. 고민에 빠진 내게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으로 답을 주었다.
아마 다니엘 페나크는 작가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며 나와 같은 회의감에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왜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나간다.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은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폭 빠진다(나도 어릴 적 그랬다. 그리고 네 살인 내 아이도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글씨를 알게 되면서, 직접 책을 읽으면서,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그래, 나도 그랬어. 글씨로 만나는 세상은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 여기까지 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책이 ‘과제’가 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부모들은, 학교는 아이들에게 책을 책으로 접하게 두지 않는다. 책을 읽은 느낌이 어떤지 묻고, 독서 감상문을 적으라 하고, 심할 경우에는 책의 해석까지 시킨다. 누가누가 더 많이 읽나, 독서가 아이들에게 스펙이 되어버렸다. ‘독서력’이라는 이해 못 할 단어까지 생겼다. 책을 읽어서 이해하고 즐기는 능력, 이라는 뜻이라는데 개인의 즐거움이 왜 측정해야 할 것이 된 것인가? 책은 아이들에게 결코 선물이 되지 못하지만,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학년별 필독서 목록은 넘친다. 책은 읽으면서 재밌기에 재미로 읽으면 된다. 그런데 자꾸 책을 읽고 난 후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한다. 독서 감상문을 쓰기 위해, 독서력을 높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이 과제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어찌 책을 읽는 게 재밌을 수 있겠는가? 만약 게임을 한 후 분석을 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쓰라고 한다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을 보고 난 후 같은 걸 시킨다면? 나부터가 안 할 듯싶다.
아이들에게 책을 즐길 즐거움을 뺏는 건 누구일까? 그 책도둑들이야말로 “독서해, 독서해!”를 외치는 어른들이 아니었을까.
다니엘 페나크는 말한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고. 그리고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려준다.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책을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 내서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누구도 아이들에게서 책의 즐거움을 뺏을 권리는 없다.
자, 나는 다시 소설을 쓸 것이다.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니, 나는 미안한 마음을 버리고 더 재밌게 쓸 방법만을 궁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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