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페터 형님의 질문

글쓴이: 최인석 소개

1

 

페터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말기까지 20여 년 동안 파시즘과 자본, 야만에 저항한 사회주의자 ․ 공산주의자들에 관한 기록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은 상당히 낯설다. 읽기 편한 연대기적인 방식도, 인물이나 사건 중심의 전개도 아니다. 유럽 사회주의자 ․ 공산주의자들의 결사적 저항의 이야기에 카프카의 『성』, 피카소의 『게르니카』, 그리고 바그너의 오페라 등에 이르는 예술 작품들에 대한 깊은 응시가 포개어지고, 거기에 현재와 과거의 저항의 역사가 교차하는 것으로 1,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장대한 작품은 전개된다.

이 가운데 작가가 특별히 정성을 기울이는 몇 가지 사안이 있다. 독일의 스파르타쿠스단 봉기, 그리고 스페인 내전이 그것이다. 또한 이 두 사건은 작품의 서막(세 권 가운데 첫째)을 이루면서 멀고 또한 날카로운 예감처럼 서사 전체를 조명한다. 일견 복잡한 듯 보이지만 작가가 실패를 서술하고 있다는 것, 그보다 실패의 방식을 서술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설픈 스파르타쿠스단 봉기의 경위, 그 와중에 벌어지는 사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갈등, 스탈린의 끈질긴 간섭, 스탈린과 코민테른의 관계, 비열한 사민당과 노조 간부들의 횡포, 우물쭈물하는 공산당, 그 사이 ‘전통적’ 노동계급이 겪는 갈등과 절망감, 전격적인 적들의 공세 아래 처참하게 암살되고 버려지는 로자 룩셈부르크를 포함한 운동의 지도자들, 뒤를 이어 붕괴되는 조직, 붕괴되는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추적은 작가의 냉정한 서사로 생생히 전달된다.

이는 스페인 내전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목숨을 내걸고 자발적으로 스페인 내전에 뛰어든 이상주의자들이 마주친 것은 프랑코와 팔랑헤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또한 전선 내부의 분열과 스탈린의 간섭에 맞서야 했다. 스탈린의 지원과 간섭은 풀 길 없는 숙제였다. 자본주의 국가들에 포위된 일국 사회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전 세계 노동계급의 의무였다고는 하지만, 그 간섭은 때로는 그릇되고 때로는 가혹했으며, 대개 잘못된 정책을, 크나큰 희생을 강요했다. 그 결과는 고통스러운 패배, 그리고 끝없는 처형의 대열이었다.

그러니까 작가가 곧이어 스탈린 치하에서 벌어진 부하린 등 혁명 제1세대에 대한 잔인한 숙청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연대기적인 순서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소비에트 사회의 이상 징후를 알리는 최초의 신호탄이었다. 재판의 형식을 빌린 이 숙청과정은 이에 대한 많은 쓰디쓴 야유와 더불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아직 당대의 사회주의자 ․ 공산주의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추문이자 숙제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공식적으로 그것은 재판이었고, 부하린은 반동이었다.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우리는 작가가 차마 하지 않은, 혹은 할 필요가 없었던 말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스탈린의 숙청 과정 또한 작가는 자주 취하는 어조, 그러니까 예술작품을 비평하는 듯한 어조로 서술한다.

6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