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박근형’의 희곡 ㅡ 두 가지 특징에 대하여

이렇게 해서 꺽꺽이는 경숙의 ‘아재’로 불리다가, 차츰 ‘아베’로 승격(?) 되는데, 그사이에 어메가 꺽꺽이의 아이를 베었음은 물론이다. 이후, 집을 떠난 경숙이 아버지가 불시에 찾아와 야로를 부리고, 꺽꺽이는 만삭의 어메와 경숙을 데리고 이사를 간다. 경숙이 아버지의 야료는 거세된 남성의 뒤늦은 자존심 회복과 상관되는데, 그 실없는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살던 집은 공가空家가 된다.

작가는 꺽꺽이에게 아내와 집을 넘겨주고, 다시 돌아와 자신의 집을 공가로 만드는 그 중간에 경숙이 아버지의 유년시절을 삽입해놓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육성회비를 마작질로 날렸던 문제아였고, 장구질 밖에 좋아하는 게 없는 한량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아버지는 “우리 집 전 재산은 바로 너다!”라고 싸고 돌았으니, 아베를 키운 것은 전형적인 장손 의식이다.

꺽꺽이와 어메, 경숙을 옛 집에서 내쫒고, 연이어 그 자신도 빈집을 떠났던 아베는 새 아내를 얻어 이사한 꺾꺽이의 집을 찾아온다. 이제 이 두 부부는 한 지붕 아래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다. ‘콩가루 서사’라고나 해야 할까? 이런 풍경은 박근형 작품의 장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베의 노래 솜씨에 혹해서 따라온 술집 여자 자야(새엄마) 집 근처의 중국집 요리사와 바람이 나서 달아나고, 풀이 죽어 한숨을 내쉬는 전남편을 위해, 예수장이가 된 어메가 나선다.
어메 니 이 칼이 뭔지 아나?
이게 우리 신랑 젤 좋아하는 고등어 배 딸 때 쓰는 칼이다.
니가 우리 신랑 배신하믄 여서 내 배도 따고,
니 배도 따고 내는 여기서 확 죽어뿔끼다
경숙 어메요!
아베 니 와그라노?
어메 내도 니 맹키로 노래 잘 하고 싶었다.
내도 니처럼 노래 잘하고 싶었다.
내도 뾰족구두 신고, 입술 연지 바르고
우리 신랑 노래할 때 젓가락 장단 맞춤서 내도 사랑 받고 싶었다.
내도 여자 아이가!

칼로 자신의 배를 지른다.
모두들 운다.

어메가 칼로 배를 찌르는 순간, 무대가 환하게 밝아오며, 한복 입은 예수가 웅장한 찬송가 소리와 함께 나타난다.

경숙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머니께서 배를 가르는데 하늘이 갈라짐서 찬송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성령이 임하셨습니다.
아니 이 불쌍한 백성들 앞에 예수님이 몸소 나타나셨습니다.
그러나 칼부림의 현장은 놀라운 은혜의 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수를 향해 손을 뻗고 기도하고 찬양한다.

 

예수 (어머니가 들고 있던 칼을 들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자야와 어메 은혜를 받고 부둥켜안으며

눈물로 서로를 위로한다.

 

어메 아버지!
자야 아버지!
성님요 내 잘못했십니더!
어메 동생! 내가 속이 좁았네
함께 주여!

예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어메 ․ 경숙 ․ 자야(새 엄마)가 ‘의사 신성가족’이 되어버리는 이 은혜의 현장에서 아베는 홀로 외톨박이가 되어버린다. 아래는 위 장면에 붙은 지문이다.

은혜의 현장에서 홀로 외톨박이가 된 아버지

자야와 어메에게 아무리 소리치고 욕설을 퍼부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멀리 멀리 울려 퍼지는 찬송가 한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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