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박근형’의 희곡 ㅡ 두 가지 특징에 대하여

『박근형 희곡집』 1과 똑같이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두번째 창작집 『너무 놀라지 마라』(애플리즘, 2009) 역시, ‘의사 가족성’의 세계가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첫 창작집에서는 가까스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던 의사 가족성이 이번 작품집에서는 완전히 파탄난다. 간신히 유지되어 왔던 의사 가족성이 파탄을 맞을 뿐 아니라, 파탄 이후가 희화화 되는 특징을, 작품집의 첫머리에 실린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가족사를 그린다는 점에서 첫번째 희곡집에 실려 있는 「대대손손」을 상기 시킨다. 경숙이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괴물’을 낳는 프롤로그를 마치면, 시간은 곧바로 한국동란이 일어난 경숙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경숙이 사는 마을까지 총소리 대포소리가 들리자, 아버지는 한밤중에 아내와 딸(경숙이)를 깨워 짐을 싸라고 시킨다. 소풍을 가는 양 들떠서 짐을 싼 모녀가 남편을 따라 나서려고 하자, 경숙이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아베 전시에 부녀가 함께 다니는 것은 동작이 굼떠서 안 된다.
빨갱이들한테 “나잡아 봐라” 이러면서
목숨을 갖다 바치는 꼴이다.
내 간다!
아베 급하게 나가려 한다.
어메와 경숙이는 아베를 붙잡는다.

어메 경숙 아버지!
아베 앞으로 내 부르지 마라.
전쟁 끝날 때 까지는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기다.
그기 피차 안전한거다 알긋제?
경숙 내는요, 아부지예 내는 아부지 없이 우예 살라고요?
아베 깝깝한 년! 니 시간 없는데 자꾸 와이라노?
니는 어메가 옆에 안 있나?
너희는 둘! 내는 쏠로! 진정 외로운 사람은 내다!
니도 자식 나면 내 맘 안다.
간다.

전쟁이 끝난 후, 경숙이 아버지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만났다는 꺽꺽이 형님을 데리고 3년만에 집으로 돌아 온다. 그리고 무슨 밀약이 있었는지, 꺾꺽이 형님에게 집문서를 주고 사라진다.

 

아베 짬 나면 가끔 들릴끼다.
형님 천천히 둘러보고, 잘 좀 돌봐주세요.
앞으로 내 대신 이 형님이 집안일 도울끼다.
(집문서 준다) 이람 계산 다 끝났지요? 내 간다.
경숙 아베요.
어메 경숙 아부지!
아베 형님 우리 식구들 잘 좀 부탁합니더!
어메 경숙 아버지 어딜갑니까? 외간남자만 두고 가면 우찌 하는교?
아베 남자는 다 똑같은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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