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박근형’의 희곡 ㅡ 두 가지 특징에 대하여

박근형은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독특하고 일관된 작가의 개성으로 발광發光하고 또 발광發狂한다. 『박근형 희곡집』1(연극과인간, 2007)은 자기증식 하듯 비슷한 일화와 주제가 반복되는 다섯 편의 작품을 통해, 가족과 멜로드라마라는 우리 시대의 환상과 관습을 무참히 깨트린다.

「청춘예찬」의 주인공 박해일은 화사한 제목과 달리, 잦은 결석과 비행(?)으로 2년째 학교를 ‘꿇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허풍선이 건달인 데다가, 부부싸움 중에 대드는 아내에게 염산을 부어 실명시킨 전력이 있다. 맹인이 된 해일의 어머니는 남편과 이혼하고 현재는 안마시술소에서 안마사로 일하는데, 아버지는 걸핏하면 전처의 일자리를 찾아가 술값을 뜯어 온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가장 노릇 하는 걸 보지 못한 데다가 개구신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아들이 존경할 리 없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에게 예사로 대들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구슬리거나 가끔씩 손찌검도 해보지만, 어쩔 수 없이 아들의 ‘니나돌이(말을 까는 것)’를 수락하고야 만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니고, 아들이 아들이 아닌 부자관계의 노골적인 파탄은 뒤에 나올 「푸른 별 이야기」에 삽입된 카페 장면에서 더 잘 볼 수 있다.

다시 「청춘예찬」. 어느 날 해일은 ‘고삐리’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팔고 여자도 파는 다방에 놀러 갔다가, 거기서 주방일을 하는 못생긴 데다가 간질까지 있는 다섯 살 연상의 여자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아버지는 명색이 아버지라, 학교도 졸업 못 한 아들이 다방에서 쫓겨난 여자와 함께 살겠다고 하니,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아들은 이죽이며 어깃장을 놓은 아버지를 들이 받는다.

 

해일 (술상을 둘러업으며)
그래서 뭘 잘해서 병신 새끼처럼.
내가 안 죽이고 데리고 사는 게 고마운 줄 알아야지.
사람이면 안 그래. 꼴에 애비라고 지금 폼 잡는 거야?
아버지 앉아라.
해일 까지 마!
아버지 (따귀를 친다.) 정신 좀 드냐. 너는 미쳤어 새끼야.
해일 그래 나는 미쳐서 그런다 근데 정신은 안 든다.
아니, 아냐 아주 맑아지는데.
아버지 맨정신에 이러면 몰라도 술 처먹구 이러면 개야 개.
개 되면 그 순간에 인생 끝나는 거야.
이 불상한 새끼야.
해일 너나 개 되지 마라 이 불쌍한 아버지야. 이걸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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